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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 한 번만 닦는다

치과의사의 솔직한 고백

by 허교수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가끔 묻는다.
“선생님, 하루에 양치질 몇 번 하세요?”

그 질문이 나를 잠깐 멈춰 세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하루에 한 번만 양치질한다.
자기 전에
교정 중인 내 미소. 아직은 어색하지만,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 말은 치과의사에게 조금 위험한 고백이다.
그래서 나는 이걸 ‘양밍아웃’이라 부른다.
양치질 커밍아웃.
하지만 이제는 숨기지 않으려 한다.



하루 세 번이 버거웠던 아이


여섯 살 무렵이었다.

부모님은 말했다. “하루 세 번, 식후 3분 이내, 3분 동안 닦아야 해.”
그대로 해봤다. 그런데 잇몸이 얼얼하고 뻐근했다. 닦을수록 잇몸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는 몰래, 자기 전에만 닦기 시작했다.

그 시절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333 법칙은 절대적인 진리였으니까.
하루 한 번 닦는다고 하면
‘게으르다’, ‘더럽다’는 눈초리를 받던 시절이었다.



그날, 한 문장이 내 인생의 루틴을 바꿨다


치과대학에 들어가서야 그 오랜 의문이 풀렸다.
한 교수님이 말했다.

“하루 세 번보다 한 번 제대로 하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오랫동안 혼자 해오던 습관이 드디어 ‘공식 인증’을 받은 기분.
그날 이후, 나는 더 당당하게 하루 한 번 양치질을 했다.



25년째, 나는 여전히 하루 한 번 닦는다


지금 나는 50대 초반.
아직도 하루 한 번만 양치질한다.
정기 검진을 받을 때마다 치과 교수 동료들이 놀란다.

“허 교수, 잇몸이 정말 좋네요. 뼈 상태가 30대 중반 수준이에요.”

나는 그 말이 그냥 칭찬이 아니라 루틴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세월을 견딘 잇몸에는 하루 한 번의 꾸준함이 쌓여 있다.



약한 잇몸도 루틴이 지켜줬다


사람들은 치과의사는 원래 치아가 튼튼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충치도 잘 생기고, 잇몸도 약한 편이다.

교과서대로 열심히 닦았는데도
오히려 잇몸이 내려앉고 치아가 패였다.


그때 깨달았다.


‘열심히’보다 ‘올바르게’,
‘자주’보다 ‘과학적으로’가 중요하다는 것.

그래서 나는 루틴을 과학적으로 설계했다.

하루 한 번, 꼼꼼히.
치아의 구석구석을 천천히 훑고,
잇몸선을 따라 살살 터치했다.

그 한 번을 제대로 하기 위해
밤에는 꼭 치간칫솔을 쓴다.
필요할 땐 치실도 함께,

낮 동안엔 자주 헹군다.


그 어르신도 하루 한 번 닦는다


몇 해 전, 아흔 넘은 어르신이 내 진료실에 오셨다.
“선생님 덕분에 아직도 내 이로 밥 먹어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이분의 비결은 비싼 치료가 아니라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루틴, 평생 하루 한 번의 꼼꼼한 양치질이었다.

나 역시 그 덕분에 50살 넘어서 교정까지 시작할 수 있었다.


50살에 시작한 교정기. 투명한 미소를 만드는 또 하나의 루틴이다.

잇몸이 튼튼하니 치아가 버텨줬다. 교정도, 미소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다.



잇몸도 늙고, 치아도 나이를 먹는다


깨끗하게만 닦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오래 쓰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양치질도 과학이고, 루틴이다.
하루 한 번, 그 한 번이 나를 지켜왔다.


우리가 믿어온 333 법칙, 정말 과학일까?
다음 편에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리가 평생 믿어온 그 법칙





오늘도 자기 전, 하루 한 번 양치한다.
그건 나에게 습관이 아니라, 행복한 루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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