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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우연 입니다 Oct 30. 2022

(7) 덴마크, 산 너머 산, 거절 아니고 "반려"

그리고 말이야... 나, 수업, 못알아 듣겠어

70만원 내기 싫어 시작한 일이 이렇게 큰 일이 될 줄이야. 그렇다고 다시 그떄로 돌아간다해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테지만, 아무튼, 지금 내 상황은 산 너머 산이 확실하다.


대충적어 냈던 비자 정보

비자 신청 당시 학교가 나를 승낙했으니 덴마크 이민국이 나에게 까다롭게 굴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그 당시까지는) 나는 등록금까지 내돈내산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증명자료까지 제출했으니 어쩌면 너무 당당했는지도 모른다. 학업, 직업란에 가장 최근거 하나씩만 딱딱 적고 넘겨 버렸던것이 문제가 되었다. "거절"은 아니고 자료 보충을 하라, 그래서 내 서류는 "반려" 하아... 

20,30대 어떤 회사를 다녔는지, 어떤 학교를 다녔는지, 과거 히스토리를 세세히 적어 보충자료를 기한내에 보내라했다. 그럼 어디로 보내면 되나, 봤더니 '웹사이트' 또는 '우편'으로 보내란다.

본인들이 적어놓은 웹사이트는 접속할때마다 에러만 뜨고, 궁금하면 언제든 전화하라며 적어준 번호는 대기에 대기, 또 대기를 해도 내 차례는 돌아오지 않았다.

비자가 나와야 해결 할 수 있는것들이 또 늦어진다. 결국 덴마크 친구가 땀 뻘뻘 흘리며 상담원과 통화해서 부족한 자료를 제출하긴 했지만 난 사실 이것도 믿을 수 없다. 비자로 정신 다 털리고 학교 도서관에 와서 책을 좀 읽으려는데 머릿속이 어질어질.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것을 나이 사십이 되어 겪는 이 모든 상황이 어이 없다가 웃기고, 서럽다가도 귀엽네 정말 하는 생각이 들었다.

2년 뒤, 공부 다 끝내고 피식, 오늘을 기억하며 웃겠지. 라고 생각하며 먼 미래에서 나를 보듯, 지금 이 현실을 도피해 본다.

웰컴이라고 해 놓고, 이러깁니까.

#비자를너무쉽게봤군요 #나이사십어리둥절 #산넘어산 #오늘덴마크온지3주되는날


큰일 났네, 이거.

정규 수업이 시작하기 전 덴마크 학교(적어도 우리 학과)에서는, 이 공부를 왜 선택했는지, 학업 과정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졸업하기 전에 구직을 위해 어떤것을 할 수 있는지, 학업과 취업, 네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 이 학과가 확실한지, 그리고 그럴 준비가 너는 충분히 되었는지를 수차례 물었다.  

이정도면 없다가도 생길지경.

학교 수업 첫날에는 그냥 읽고 넘어갈만하던 교과 목표 네댓줄에 총 세시간 수업중 30분을 넘게 교수는 

그 페이지에 머물렀다.  (뭐 이런 목표들 : 이 수업을 통해 이런것을 증명할 수 있다. 이 수업을 통해 이런 인사이트를 얻는다.) 증명, 인사이트, 할수 있다, 얻는다 등 요소 하나하나를 뜯어가며 이 목표 설정에 자신은 의문이 많다며 교과목표가 너무 단편적인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어떻게 더 입체화 할것인지 자꾸 물으시던데. (묻는데,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이게 영어로 표현이 안된다. 끙;) 수업의 모든 과정이 학생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설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놈의 영어, 영어, 영어가 문제다.

'그동안 쓰던 생활영어와는 다를것이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라고 충분한 다짐을 하고 한국을 떠나 오지 않았나, 그런데 왜 이렇게 좌절감이 들지? 막상 교수가 하는 말은 50%밖에 못 알아 듣고, 학생과 교수의 토론을 지켜보면 볼수록 내 어깨는 점차 쪼그라 들고 있는것이 확실했다.

한국어라면 날고 뛸텐데 듣도 보도 못한 엄청난 아카데믹 영어들 속에서, 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간다. 특히 "호기심 많고, 나서기 좋아하고, 말하기 좋아하는", 적어도 이 상황에서는 최악의 성격을 가진 내가 약간은 원망스러운 요즘이다. (하지만 유럽친구들의 생각들을 살펴보는 건 꽤 의미있는 과정이다)

이 답답한 상황에 친구들에게 이런 나를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무식하면 용기있다지. 우리 학과만 있는 그룹방에 내 마음 편하자고 포스팅을 했다. (영어 못하는 아시아인의 자기고백)


#다들영어권에서공부하고왔다지 #나만아시아인이지 #곧기다려내가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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