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10. 일기
자식은 나의 거울이다.
나는 어렸을 때 공부도 곧잘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만화가가 되겠다는 허황된 꿈을 가지고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만화가의 꿈이 허황된 상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전혀 다른 일 하면서 먹고 살고 있는 주제에
꾸준히 그림을 네이버 베도에 그려 올리고 있으니까
큰딸 유진이는 매우 영특했다.
2살 때 말을 매우 잘했으며 3살 때는 글을 썼다.
이건 천재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와이프 강진은
자신이 못다 이룬 의사에의 꿈을 아이에게 투영하기 시작했고
아이에게 의사가 되라는 세뇌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유진이는 그 말에 그리 반대하지 않으며
영특한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을 보냈다.
유진이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마자 어느 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부모를 불러 놓고 어렵사리 한 마디를 꺼냈다.
"아이돌 스타가 되고 싶어요"
집은 뒤집어졌다. 초등학교 4학년이 무슨 아이돌 스타란 말인가.
그리고 그런 재능이 있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 텐데
피아노를 좀 칠 줄 아는 것 외에는 딱히 "끼"라고는 걸 찾아볼 수 없는 아이가
갑자기 아이돌 스타가 되고 싶다니.
우리 부부는 아이를 설득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아이는 당장 아이돌 학원을 보내 달라고 난리였다.
하지만 동네에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초등학교 4학년을 멀리 있는 연기학원에 보낼 수 있는 시간과
경제적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현실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아이는 꿈을 보류하는 듯했다.
그리고 중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어느 여행길에서
유진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더 확실히 꺼냈다.
그리고 많은 설득 시도와 대화 끝에
우리 부부는 두 손 들고 말았고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는 대신에 연기학원에 보내 주는 걸로 결론이 났다.
그렇게 유진이는 연기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예상과는 달리 1년 넘게 연기학원을 다니는 중이다.
자기는 꼭 연극영화과를 가겠다고 한다.
처음에는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이 걱정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나를 닮았다면 좋아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이제 그 꿈을 응원해 주기로 했다.
나를 너무 닮은 모습에 뭐라고 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 부모님도 나를 보며 과거에 이런 느낌이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