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한 서비스 경험도 이력이 될 수 있나요?

6개월 경력으로도 모든곳의 서합을 만들어냈습니다.

by 셩PM

창업을 하고 있었다. 잘 안 됐다. 근데 접을 용기가 없었다.

그때 한 플랫폼 서비스에서 PM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다. 그 제안이 창업을 종료할 수 있는 용기를 줬고, 디자이너에서 PM으로 커리어를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그게 지금까지의 모든 기회로 이어졌다.


유저와 사업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었다. 팀은 작았고, PM은 나 혼자였다.

이 서비스는 구조적으로 리텐션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 이용하면 다음은 1년 뒤. 혹은 평생 몇 번. 매일 들어올 이유가 없는 서비스.


그러니까 이 서비스에서 중요한 건 DAU가 아니었다. 진입해서 결제까지 가는 전환율. 유저가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 매칭이 신속하게 완료되는 것. 이게 곧 매출이었다.


사업자 쪽도 마찬가지였다. 이 플랫폼이 나한테 돈을 벌어준다는 확신이 있어야 움직인다. 그 확신은 빠른 응답에서 시작된다. 빠르게 응답하면 유저 만족도가 올라가고, 만족도가 올라가면 건수가 늘고, 건수가 늘면 사업자가 이 플랫폼을 먼저 확인하게 된다. 기존에 하던 방식보다 여기를 우선순위에 놓게 되는 것.

양면시장은 이 선순환을 만들어야 돌아간다. 하지만 그 서비스는 결국 종료됐다.


실패 사유: 좁혀야 산다

서비스는 넓게 펼쳐져 있었다. 지역도 전국이었고, 카테고리도 많았다. PMF라는 단어도 몰랐던 시절, 완성도가 부족한 상태에서 마케팅 비용을 태워 유저를 끌어왔다. 비용은 높았고,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유저는 거의 없었다.

넓게 가다 보니 단 하나의 사업자도 제대로 만족시키기 어려웠다. 관리해야 할 업체는 너무 많았고, 유저가 이 서비스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지 못했다. 매칭 이후 후속 관리도 안 됐고, 운영은 점점 까다로워졌다.

나는 계속 줄이자고 주장했다.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부터. 만족도 높은 사업자 몇 분부터. 카테고리도 급한 것과 천천히 고민해야 하는 것의 성격이 다르니까, 어디에 먼저 집중할지 선택하자. 거기서 완벽한 1등을 먼저 만들고, 그 방법론을 다른 곳으로 파생시키자.

대표님의 이전 성공 경험은 서비스를 니치하게 키운 게 아니었다. 뭔가를 만들고, 마케팅을 크게 태워서 사업을 키우셨던 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진짜 대단한 거다.

다만 결과적으로, 넓게 갈수록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퀄리티가 떨어지니 기존 서비스 대비 매력이 없고, 매력이 없으니 자연 유입도 안 생기는 악순환이었다.

당시 비슷한 서비스들이 등장해서 좋은 곳에 인수되거나 성장하는 걸 지켜봤다. 안타까웠다.


바쁘기만 하면 의미 없다

그때 나는 우선순위 설정이라는 걸 몰랐다. 눈앞에 보이는 오류를 수정하고, 급해 보이는 문제를 치웠다. 근무시간만 길어졌다.

쓸 수 있는 리소스는 어딜 가든 한정적이다. 어디에 먼저 투입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이걸 몸으로 부딪히고 나서야 깨달았다.


레슨런 : 설득은 상대를 이해한 다음이다

지금 다시 돌아보면 참 아쉬운 게 있다. 나는 설득하는 방법이 무식했다.

줄여야 합니다. 집중해야 합니다. 맞는 말이었을 수도 있다. 근데 대표님이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해왔는지, 어떤 압박감 속에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주장만 했다.

그 맥락을 먼저 파악했다면, 대표님이 받아들일 수 있는 프레임으로 설득할 수 있었을 텐데. 레퍼런스도 있었고, 방법도 있었을 텐데.

진심으로 이 서비스를 성공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다독이기만 하면 폭발력은 안 나온다

1인 PM이었지만, 팀원들과 부딪히는 일은 많았다. 다독이고, 맞춰가면서 일을 굴려나갔다. 그건 나쁘지 않은 스킬이었다. 근데 모두한테 맞추려고 하다 보니 폭발력을 못 만들었다. 작은 팀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려면 책임과 규칙이 먼저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자율성이 있는 거다. 순서가 반대면 안 된다.


기회 있을 때 채워라

트래픽이 크지 않은 서비스였다. 유입 전략, 트래픽 운영 직접 실험해볼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근데 미뤄뒀다.이후 면접에서 그 경험을 물어봤고, 답하지 못했다. 지금 돌아보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였는데.


다시 한다면

대표님께 먼저 마음을 전할 것 같다. 이 사업을 대표님만큼 성공시키고 싶다는 진심을. 그 위에 방법론을 촘촘하게 세워서 설득할 것이다.

전국이 아니라, 수요가 집중되는 하나의 지역에서 완벽한 1등을 먼저 만들 것이다. 더 작게, 더 뾰족하게.

매출 지표는 봤다. 근데 그걸 입체적으로 보는 법을 몰랐다. 다만 Hotjar를 통해 유저들의 행동패턴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건 도움이 많이 됐다. 어디서 멈추는지, 어디서 이탈하는지. 지금이라면 거기에 더해 매출 뒤에 깔린 퍼널 지표를 같이 볼 것이다. 유저 만족도를 계속 트래킹하고, 테스트할 만큼의 트래픽이 아니었으니까 유저 보이스와 이전 대비 개선 추이로 판단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노코드든 수기든, 쓸 수 있는 모든 걸 활용해서 속도감을 붙이고.

작은 팀의 경계 없는 환경을 무기로 쓸 것이다. 내 시야를 넓히고, 팀의 신뢰를 쌓아가면서. 책임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팀원들의 장점을 살려서, 다 같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 것이다. 다 같이 도파민이 터지는 그 순간을.


그래도 남은 것 : 짧아도 구조화하면 무기가 된다.

이곳에서 일한 건 7개월이었다. 근데 이 경험을 세 개의 프로젝트로 구조화했다.

하나는 UX 관점의 개선. 하나는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리딩한 것. 하나는 실험해서 임팩트를 만든 것. 거기에 사업 구조와 서비스 포지셔닝까지 공부해서, 이 서비스가 어떤 시장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까지 보여줬다.

이 포트폴리오로 대부분의 서류를 통과했다. 퇴사 후에 정말 많이 다듬었고, 지금도 가끔 꺼내본다. 경력이 더 쌓인 지금 것보다 나아 보일 때가 있다.

기간이 아니라 구조화의 깊이가 퀄리티를 결정한다.


저연차라서 오히려 유리했다

1인 PM. 작은 팀. 업무 경계가 없었다. 기획도 데이터도 운영도 전부 내가 했다.
힘들었지만, 그게 전부 내 성과가 됐다. 큰 조직에서 저연차였으면 정해진 걸 실행만 했을 텐데, 여기선 직접 만들고 직접 어필할 게 생겼다.

작은 팀이 준 기회였다.


매순간이 기회다

그때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근데 돌아보면, 더 잘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었다.

아직도 그때 프로젝트가 생생하다. 진심으로 임했기 때문인 것 같다.

퇴사하고 나서도 나라면 이 사업을 어떻게 했을까 정말 많이 고민했다. 뭐가 아쉬웠는지, 그래도 뭘 잘했는지. 그걸 다시 풀어보고 분석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있었다. 그 덕분에 다음 기회가 열렸다. 지나고 보니 모든 순간이 감사한 순간이었다. 당시엔 몰랐다.

매순간을 어떤 기회로 만드느냐는 본인의 행동에 달려 있다. 그 자세가 있다면, 망한 서비스 경험이라도 매력적인 포트폴리오와 경험으로 풀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건 고민의 깊이에 따라서 상대방이 더 크게 봐준다.

이 회사 덕분에 커리어를 전환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의 모든 기회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전 14화이직, 아무 데나 넣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