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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인순 Oct 26. 2023

천천히 스며들기

안전제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 출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태어날 아기와 반려동물을 어떻게 케어하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이 클 것이다. 특히나 신생아시기의 아기와 반려동물을 함께 두어도 괜찮은지에 대해서 가장 고민이 클 텐데 개인적으로 이 시기에는 둘은 분리시키는 게 맞다고 본다. 우리가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지금까지는 공격성을 보인 적이 없다고 할지라도 모든 동물은 내면에 공격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떠한 형태로 발현할지 알 수가 없고, 신생아는 자기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분리하는 것이 좋겠다. 이 시기에는 공간은 분리하되 서로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여 추후의 만남을 준비한다.

우리 집의 경우 아기는 안방을, 깜순이는 거실을 사용했다. 혹시나 방문이 열려 깜순이가 안방에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아기는 아기침대를 사용했다.

이다음의 고민은 언제부터 둘을 대면하게 하는 것이 좋을지 일 것이다. 100일 정도면 괜찮다는 이들도 있고 돌은 지나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날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기가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있을 때가 좋을 것 같다. 스스로 앉고 무릎으로 기어갈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반려동물과 어느 정도 동등한 위치에서 만남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단, 이 만남에서 절대 반려인이 빠져서는 안 된다. 사고는 부지불식간에 벌어지기 때문에 손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위치에서 둘의 대면시간 내내 절대 시선을 떼면 안 된다. 그렇게 서로 안면을 트고 나면 이제 둘 사이에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 줄 차례다. 여기까지 오는 사이에 아기는 꽤 자라서 서고, 아장아장 걷고, '마!, 무!'와 같은 음절로 원하는 것을 표현할 정도로 자랐을 것이다. 반려동물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예뻐하기 시작하는데 아기들은 아직 반려동물을 바르게 예뻐하는 방법을 몰라서 털을 쥐어뜯고 매달리는 우를 범하기 쉽다. 이 시기에 반려동물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반려동물에게는 켄넬과 같은 피신처를 마련해 주고 아기에게는 반려동물이 켄넬 안에 들어가 있는 동안은 쉴 수 있도록 기다려 주기와 올바른 쓰다듬 교육을 꼭 시켜야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이가 조금 더 자라서 반려인으로써 반려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실어주기를 원한다면 반려동물의 식사나 간식이 아이가 직접 챙기는 역할을 주는 것을 추천한다. 원래 맛있는 거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반려동물도 먹을 것 챙겨주는 사람이 마음속 0순위인 경우가 많다.

우리 집에서도 아이가 두 돌 때쯤부터 깜순이의 식사당번을 맡겼다. 두 돌 밖에 안 된 아이가 뭘 알까 싶지만 깜순이 식사를 챙기는 일이 습관이 되고 자기의 역할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시키지 않아도 아침에 일어나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빵빵한 기저귀를 찬 엉덩이를 뒤뚱거리면서 하는 첫 번째 일과가 깜순이 사료를 한 컵 떠서 밥그릇에 부어주는 것이었다. 깜순이도 그전까지 아기는 자신을 귀찮게 하는 존재정도로 생각하고 아기가 다가오면 슬쩍 켄넬로 피했는데 자신의 식사를 챙겨주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나서는 아침부터 방문 앞에서 아이를 반겼다. 이런 변화가 눈으로 보일 정도니 둘 사이에 긍정적인 교감이 있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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