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기만 해도 어떤 때를 떠올리게 하는 향이 있다. 잊고 살다가 뜬금없이. 어떤 향을 맡을 때 이따금씩 옛 기억이 떠오른다. 싸구려 원두커피 향에서 수험시절을 떠올리고 연기만 잔뜩 나는 모기향에서 수학여행을 떠올린다.
흔하디 흔한 냄새였다. 거실에서 쓸 법한 디퓨저를 차 안에서 쓰던 너의 차에선 디퓨저향이 진동을 했다. 매번 머리가 아파질 노릇이었다. 너는 적응이 된 건지 매번 무감각했다. 나는 그 향으로 너를 기억한다. 오랜만에 탔던 너의 차 문을 열 때 풍겨오던 그 향은 순식간에 우리를 옛날로 돌려놓았다.
가끔씩 이름 모를 힙합 음악을 들을 때, 누군지도 모르는 인디 가수의 노래를 들을 때 들은 척도 안 했던 나는 이젠, 취향도 아닌 그 노래들을 간신히 찾아내 듣는다. 제목도 기억도 안 나는 노래를 더듬어가며 듣는다. 애매하게 섞여버렸던 플레이리스트는 또 하나의 플레이리스트가 되어버렸다. 플레이리스트의 제목은 너의 이름이 되어버렸고.
근데 지독하게 머리가 아파오던 그 향은 찾아서 맡을 수가 없다. 이름도 향기도 알 수 없는 그 디퓨저는 맡아야만 떠오를 것 같다.
일기에 가득 적었던 너의 이름이 이젠 코빼기도 보이질 않는다. 메모장에나 어렵게 너의 이름을 적어본다. 이름 석자 적는 게 뭐가 그리도 어려워서 우리의 추억을 대충 뭉뚱그린 다음에 간신히 묘사나 할 뿐이다. 그리울 땐 사진첩을 한참이나 올려서 찍은 사진이나 보는 것 말곤 하릴없다.
오늘은 그 향기가 맡고 싶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던 그 향기 말이다. 맡고 싶어도 맡을 수 없다. 아무리 찾아도 비슷한 향조차 찾을 수 없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린 향수라고 부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