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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해 Sep 27. 2024

타당성의 주체에 대하여

- 지난 어느 날의 글

종종 나의 감정과 생각의 주인을 바꾸려고한다. 의식적으로 주도권을 상대방의 손에 쥐어주게 된다. 너만이 나의 감정과 행위를 변화시킬 수 있어라는 책임 전가와 탓과 함께, 너로 인해 내가 이러한 변화를 하게 된거야와 같은 고마움을 전하면서.


사랑의 대상에 의해 기분이 좌지우지 될 때가 수 없이 일어난다. 내가 사랑하니까, 애정하니까 영향을 받는 게 당연하지 않아? 라는 생각이 무색하게도, 가끔은 이러는 모습들이 스스로 한심스럽기도 하다. 탓을 하고 싶었던 건지,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었는지 의식적으로 탐색하고 싶진 않은데. 터놓고 말함으로써 해소하고 싶단 생각은 든다.

애정하는 마음은 무럭무럭 커지는 동안에 본인의 감정에 대한 타당성도 같이 넘기게 된다. 내가 드는 부정적인 정서나 긍정적인 정서를 온전히 내가 껴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말한 근거들로 인해 그 정서들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타당성의 주체가 넘어가버리게 되는 것이다.  

덩그러니 남아버린 것은 이미 없어져버린 감정에 대한 희미한 자국을 어루만지는 나 자신 뿐이다. 내가 느낀 정서는 내 것이고 타인의 말 한 마디로 수정되고 사라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님을 인지할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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