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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해 Oct 04. 2024

꽃다발 사랑

영화 후기


많은 이들이 사랑에도 시작과 끝이 있다고 믿는다. 실질적으로 존재한다고 믿는다기보단 유영하는 시간의 구간들을 상정하기 위해서 이름을 명명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시간의 위에 존재하는 건지 그 위를 떠다니고 있는건지가 의문이고 언제든지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으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사랑을 한 것은 과거의 순간들의 집합이고 끝자락에서 뒤돌아 본, 회상한 발자국들의 모양이 꽃다발 모양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뒤 돌았을 때 보이는 모양이 꽃다발 모양의 발자국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예쁘겠다.

꽃다발은 결국 시든다. 꽃은 영원히 피어있지 않는다. 꽃 자체는 아름다움이자 순간의 상징화라고 생각한다. 영원한 것은 결국 시간이란 울타리와 정의와 무관하다는 것인데 꽃다발은 시간 속에 있다. 시간성을 가지기에 결국에는 시들고 죽어버릴 수 밖에 없는 물체이다. 그런 사랑을 했다는 건 매우 아름다워 향기롭던 시간들이 한정되어 있단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주인공 커플은 기막힌 타이밍에 서로에게 이끌리고 공통분모를 찾아 운명이라고 칭한다. 이들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20대 초반에 만나서 함께 관심사를 나누고 추억을 쌓고 사랑을 나눈다. 5년이란 시간동안 그렇게 순수하게 사랑을 해왔지만, 각자가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취업을 하고나서부터 삐걱대며 서로에게 미운 말들을 하곤 한다. 꽃이 시들듯이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시들어간다.

사실 영화의 내용은 되게 뻔하면서도 울컥하면서도 ••아주 현실적이라고 생각됐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영화의 초반에각자 다른 사람과 함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 각자의 현애인과 함께 카페에서 나와걸으면서 앞을 보면서도 등 뒤로는 손인사를 건네며 끝이 난다.


보는 내내 영화의 연출이나 색감이 좋아서 포근하고 몽글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도중에는 크게 와닿고 울리지 않았는데 다보고 집에갈때서야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이미 진 사랑이지만 그 순간들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담고 있다는 것이 참 부럽기도 했다. 사람이 변하고 상황이 변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던 사랑의 형태도 달라진 이 커플은 서로 최선을 다했고 시들지 않기위해 아주 용을 썼다. 하지만 타이밍도 맞지 않았고 상대방의 노력을 받아들이는 것도 달랐다. 그래서 그들은 부인하지 않고 그들의 시들어감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에 여자는 너무 지쳐서 이별을 말하지만 남자는 결혼하자고, 사랑 없이도 이렇게 다들 결혼하는 거라고 말하며 청혼하지만 여자는 거절한다. 둘의 입장이 너무나도 달랐다. 여자는 과거의 우리와 과거의 즐거움들을 계속 함께 향유하길 바랐지만 남자는 돈을 벌어야하는 현실을 , 괴로움에 초점을 맞추며 관계에서의 힘을 뺐다. 너무나도 달랐다. 그장면들을 보는 게 사실 마음이 불편하고 괴롭기도 했다.

그럼에도

보고 나면 진짜 찬란하고 아름다운 순간들, 과거형으로 쓸 수 밖에 없는, 지나간 현재들을 보내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20대 중후반의 연애의 모습이라고도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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