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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해 Sep 20. 2024

사랑의 행위성

덩그러이- 남겨지는 것과 발걸음을 돌려 떠나는 것. 선택을 헤야하는 순간에 대한 고민은 해가 거듭해가면서 더욱 쌓여있는 무덤 같은 생각이다.

남겨짐에도 책임이 따르고 떠나감에도 책임이 따른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남겨짐이 휠씬 낫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선택의 몫도 짊어지지 않아도 되며 떠나간 이의 선택을 토론에서 반론하듯 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인정하면 쉽사리 내 마음이 평안해질 수 있었기에. 한편으로는 상대의 모든 선택의 귀인을 나로 돌려버리는 경우에는 지독한 여름 감기처럼 앓곤 했지만.

어느 날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지하철역에 내려갔는데 어느 방향의 전철을 타야할지 도통 모르겠어서 30분간 벤치에서 앉아서 멍 - 때린 적이 있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장소에 가도 내가 스스로 만족하고 좋아할지를 모르겠어서, 그리고 공부를 하러 책을 읽으러 친구를 만나러처럼 목적이 없어서 쉽사리 진심으로 발길이 안 떨어졌음을 경험한 날. 그 순간이 마치 떠나감에 대한 책임의 짓눌림이라고 생각이 든다.

책임없는 사랑의 뒤엔 -? 사랑은 허상같이 보이지만 책임이 뒤따름이 분명하다. 두 갈래의 갈림길 앞에서 발걸음을 움직여 한 길로 가야함은 내 발걸음에 대한 책임감도 함께 실린 상태로 이동하는 것이다. 내가 책임지고 싶지 않으며 책임에 대한 두려움은 그 발걸음을 붙잡을테다.

철학자 버틀러가 주장한 것처럼 필자는 사랑의 수행성을 의지한다. 내면의 어떠한 정동으로 인해 행동이 동기화되고 반복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그 행위들이 결국 사랑의 형태를 만들어간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무조건 사랑이 행위의 동일어이며 행위없는 사랑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깊은 이면에는 그 존재에 대한 받아들임이 일차원적으로 우선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존재와 행위..

에리히프롬의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와 소유냐 존재냐를 읽으며 드는 책임감과 존재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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