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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밀 Nov 02. 2022

085 나 25 - 트라우마

중년 남자의 잡생각


평생을 살며

나를 괴롭히는 꿈이 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시절까지

꽤나 자주 꾸었던 꿈이고,

성인이 되어서도 간간히 꾸게 되는 꿈..


난 어느 좁은 창고에 갇혀 있다.

내 가슴까지 더러운 물이 차 올라있고,

주변엔 무엇인가 더러운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물속에는

무엇인지 모를 생물이 움직이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양쪽의 벽이 서서히 나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다가오는 벽에

창고 안에 있던 여러 물건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벽은 점점 다가와

내 가슴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내 몸이 터지기 직전,


난 큰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난다.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는

이 꿈의 정체에 대해서

어린 시절에는 괴로워했고,

나이를 들어서는

아.. 또 이 꿈을 꾸었네.. 하면서

많이 무뎌지긴 했지만

결코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육아휴직 기간,

아무리 이것저것 취미 생활을 열심히 하고,

육아에 진심이라고 해도,

일을 할 때보다는 시간이 많기 마련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볼 만한 것은 다 본 것 같고,

아이들을 위해 디즈니플러스를 구독해 본다.

(정말 아이들을 위해서인지는… 모르겠다.)


먼저

아이들이 볼 만한 애니메이션이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난 육아에 진심이 된 아빠니깐),

이제 마블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디즈니플러스의 마블 드라마를 봐야 한다고 하니,

그것도 좀 봐주고..


별로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디즈니 플러스가 생각보다 볼 게 없어서

(개인적인 생각이다.)

스타워즈 시리즈도 한 번 정주행 해본다.




스타워즈 1편.

아니 영화의 순서로 따지자면

스타워즈 4편. 새로운 희망


옛날 영화는 옛날 영화구나..

라고 생각하며 휙휙 넘기며 보다가

(디즈니 플러스는 왜 배속 기능이 없는 거지?),

영화 후반부 주인공 일행이

우주선의 쓰레기 매립 장소에 갇혀 버린다.


더러운 물속을 흐르는 로봇 뱀(?) 같은 존재.

그리고 양쪽에서 다가오는 벽…


으헉!


나도 모르게 소스라친다.

나를 평생 괴롭혔던 꿈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졌다.


딱 저 장면, 딱 저 모습이

어릴 적부터 내 꿈에 계속 나왔던 장면이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아버지가 영화를 좋아하셔서

어릴 때 가족이 영화를 자주 보러 다니곤 했다.

그렇지만, 어릴 때 본 장면 하나가

이렇게 오랜 시간 내 머릿속에 남아

나를 괴롭힐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1977년작.


우리나라에는 언제 상영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어린 나이였으리라.


다행히

그 꿈의 원인이 영화의 한 장면임을

발견하고 난 후부터는

아직까지도 그 꿈을 꾼 적은 없다.


평생의 트라우마를 이렇게도 가질 수가 있구나..

생각하니,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줄 때,

진짜 주의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P.S. 영화 중 “호랑이 눈깔”이라는 옛날 영화가 있다.

신밧드의 모험을 그린 것인데,

그 장면 중 하나도 꿈에 오래 남아있었는데,

그건 어린 시절 꿈에 대해 부모님께 말하자,

어떤 영화에서 나온 거다라고 말씀해 주셔서

더 이상 꿈꾸지 않았다.

하지만 위에 저 장면은 살면서 몇 번 이야기해도

부모님은 기억을 못 하셨다.

나에겐 트라우마가 될 만큼 기억에 남는 장면이지만,

부모님에겐 기억도 못할 영화의 한 장면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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