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2007년.
첫 직장을 관두고,
여기저기 해외여행을
4-5개월간 다녔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이직한 직장.
업무 환경이나 프로세스 등이
전 직장과는 너무도 달라
적응하는데 꽤 애를 먹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전 직장에는 없던
군대문화 비슷한 것이
이 회사에는 존재했는데..
첫 직장이
너무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그랬는지
이 부분이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물론 이 회사도 무척 자유로왔는데,
공교롭게 내가 속해있던 조직만 그랬던 거 같다.)
회사에 적응하기 힘들던 시절,
‘이곳을 계속 다녀야 하나?
지금 다른 곳에 갈 곳은 있나?’
여러 걱정을 하며 길을 걷다가,
우연히
회사 근처 가판대에 있는
로또가 눈에 들어왔다.
답답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구입한 로또..
첫 주,
4개의 숫자를 맞췄다.
둘째 주,
역시 4개의 숫자를 맞췄다.
셋째 주,
화장실 변기에 쪼그리고 앉아
1등 숫자와 내 로또 숫자를 맞춰 보았다.
하나,
둘,
셋,
넷,
하나하나 숫자가 맞아 들어갈 때마다,
‘쿵! 쿵! 쿵!’
내 심장이 요동치듯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최종 스코어는?
6개 중 5개의 숫자를 맞췄다.
난 혹시라도
6번째 숫자가 잘못이 된 것이 아닌지
화장실에서
5분여를 더 앉아서
계속해서 숫자를 바라보았던 것 같다.
환희와 실망의 무한 반복.
‘아싸. 5개를 맞췄어!’와
‘젠장. 하나만 더 맞췄으면.’의
무한 반복되는 감정을 안고
농협에 가서 3등 금액을 수령했다.
축하한다는 농협 직원의 말은
이게 축하인지, 놀리는 건지..
알 수 없게 들렸던 것 같다.
통장에 찍힌 금액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략 130-150만 원 사이였던 것 같다.
애매한 그 돈은..
결국
그날 하루,
유흥비로 다 써버렸던 것 같다.
(결혼하기 훨씬 전의 일이다.)
이 경험을 하고 난 이후,
난 매주 로또를 구입하게 되었다.
수동 5천 원, 자동 5천 원.
수동은 어떤 조합으로 만든 건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십몇 년간을 계속해서
같은 숫자의 로또를 사게 만들었고,
어디론가 여행을 가게 되면
그 지역에서 로또를 살 수 있는 곳을 찾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것 같다.
(와이프에게는 잠깐 나갔다 온다 하고
주변을 다 헤집으며 로또 판매점을 찾았던 것 같다.)
하지만
처음 로또를 할 때와는 다르게
내 운이 다 했는지
오만 원은커녕,
오천 원도 당첨되는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집착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회사일로 너무 힘들었던 때이다.
당연히 안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같은 번호로 로또를 사는데
광적인 집착을 보였던 것 같다.
육아휴직 기간,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어느 정도 여유로워진 시기.
이제는 더 이상 로또를 사지 않는다.
아마 육아 휴직 후
3-4개월 정도 지난 시점부터인 거 같은데,
‘에효.. 이런 요행을 바라서 뭐 할 거야?’
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런 요행보다는..
실질적이고, 현실적으로
내 자본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한 권의 책을 더 보건,
직접 발품을 팔아 느껴보건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저녁,
친구와 술자리를 한다.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여는
친구의 지갑 속으로
구겨 넣은 로또가 눈에 들어온다.
‘이 자식.. 이거 이거…’
나의 옛 모습이 떠올라,
‘피식’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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