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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밀 Nov 02. 2022

086 나 26 - 로또

중년 남자의 잡생각


2007년.


첫 직장을 관두고,

여기저기 해외여행을

4-5개월간 다녔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이직한 직장.


업무 환경이나 프로세스 등이

전 직장과는 너무도 달라

적응하는데 꽤 애를 먹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전 직장에는 없던

군대문화 비슷한 것이

이 회사에는 존재했는데..


첫 직장이

너무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그랬는지

이 부분이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물론 이 회사도 무척 자유로왔는데,

공교롭게 내가 속해있던 조직만 그랬던 거 같다.)


회사에 적응하기 힘들던 시절,


‘이곳을 계속 다녀야 하나?

지금 다른 곳에 갈 곳은 있나?’


여러 걱정을 하며 길을 걷다가,

우연히

회사 근처 가판대에 있는

로또가 눈에 들어왔다.


답답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구입한 로또..




첫 주,

4개의 숫자를 맞췄다.


둘째 주,

역시 4개의 숫자를 맞췄다.


셋째 주,

화장실 변기에 쪼그리고 앉아

1등 숫자와 내 로또 숫자를 맞춰 보았다.


하나,

둘,

셋,

넷,


하나하나 숫자가 맞아 들어갈 때마다,


‘쿵! 쿵! 쿵!’


내 심장이 요동치듯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최종 스코어는?


6개 중 5개의 숫자를 맞췄다.




난 혹시라도

6번째 숫자가 잘못이 된 것이 아닌지

화장실에서

5분여를 더 앉아서

계속해서 숫자를 바라보았던 것 같다.


환희와 실망의 무한 반복.


‘아싸. 5개를 맞췄어!’와


‘젠장. 하나만 더 맞췄으면.’의


무한 반복되는 감정을 안고

농협에 가서 3등 금액을 수령했다.


축하한다는 농협 직원의 말은

이게 축하인지, 놀리는 건지..

알 수 없게 들렸던 것 같다.


통장에 찍힌 금액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략 130-150만 원 사이였던 것 같다.


애매한 그 돈은..

결국

그날 하루,

유흥비로 다 써버렸던 것 같다.

(결혼하기 훨씬 전의 일이다.)




이 경험을 하고 난 이후,

난 매주 로또를 구입하게 되었다.


수동 5천 원, 자동 5천 원.


수동은 어떤 조합으로 만든 건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십몇 년간을 계속해서

같은 숫자의 로또를 사게 만들었고,


어디론가 여행을 가게 되면

그 지역에서 로또를 살 수 있는 곳을 찾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것 같다.

(와이프에게는 잠깐 나갔다 온다 하고

주변을 다 헤집으며 로또 판매점을 찾았던 것 같다.)


하지만

처음 로또를 할 때와는 다르게

  했는지

오만 원은커녕,

오천 원도 당첨되는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집착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회사일로 너무 힘들었던 때이다.

당연히 안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같은 번호로 로또를 사는데

광적인 집착을 보였던 것 같다.




육아휴직 기간,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어느 정도 여유로워진 시기.


이제는 더 이상 로또를 사지 않는다.


아마 육아 휴직 후

3-4개월 정도 지난 시점부터인 거 같은데,


‘에효.. 이런 요행을 바라서 뭐 할 거야?’


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런 요행보다는..

실질적이고, 현실적으로

내 자본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한 권의 책을 더 보건,

직접 발품을 팔아 느껴보건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저녁,

친구와 술자리를 한다.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여는

친구의 지갑 속으로

구겨 넣은 로또가 눈에 들어온다.


‘이 자식.. 이거 이거…’



나의 옛 모습이 떠올라,

‘피식’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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