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 일 1 - 재수가 없었어

중년 남자의 잡생각

by B 밀


과거에

새로운 보스가 온 후

일대일 미팅을 진행하면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너에 대한 레퍼런스를 여기저기 다 들어 봤는데,

일도 잘하고 사람도 좋다고 하더라.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너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어.”


누구에게 물어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스스로 참 잘 살았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근데”


보스가 말을 이어간다.


“난 그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을 싫어해.

모든 일에

싸우고 투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생각해”


“아.. 네..”



시간이 흘러,

그 사람과는 사이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었다.


그 보스는 누구와 이야기를 하건

항상 타협 없이 100% 본인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려 했고, 그러다 보니 회의만 하면

늘 싸움 일보 직전까지 갈 때가 비일비재했고,

밑의 직원들에게도 소리 지르는 건 일상이었다.


반면 나는 내 성격대로

항상 서로 간의 해결점을 찾으려 했다.


결과는?


그 보스는 어딘가에서 아주 잘 나가고 있고,

난 여러 가지 이슈로 인해

육아휴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힘들고 어려웠을 때.

무엇이 잘못되었나? 고민하던 시기.

그 사람의 말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내가 더 노력하지 않았나?

더 싸우고 투쟁했어야 하나?

스스로에게서 문제점을 찾고자 애를 썼다.


그런데 쉬는 기간 동안 생각해 보니,

내가 육아휴직을 갈 수밖에 없던 이유는

보스가 말한 나의 평가 따위는 아니었다.


일하면서 다 들어준 적도 없고,

무조건 좋은 사람으로 지낸 적도 없다.

그렇게 해서 올라갈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내가 쉬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냥 때마침

재수가 없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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