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큰 아이는 동물을 무척 싫어한다.
개미 같은 곤충은 물론이고
개나 고양이 등도 보기만 하면
“으악!”
소리를 지르며 도망을 간다.
반면
둘째는 모든 동물을 사랑한다.
거리를 걷다가 만나게 되는 강아지를 보면
다가가 인사를 하고,
도둑고양이에게도 이름을 지어 주고,
개미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장시간 쳐다보곤 한다.
둘째가 매일 개나 고양이를 키우자고 조르지만
큰 아이는 결사반대를 하고
무엇보다 와이프도 동물을 좋아하지 않아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은
우리 집에서는 어렵다.
어느 날인가
놀이터에서 놀다 온 둘째의 손에
비닐봉지가 들려있다.
“그게 뭐야?”
“응! 공벌레야!”
“뭐?”
비닐봉지를 열어 보니
어디서 잡아 왔는지
검고 징그러운 공벌레가 무수히 많이 들어 있다.
“으, 징그러! 이걸 뭐하러 잡아 왔어?”
“엄마가 맨날 개나 고양이 키우자고 해도 싫다고
하잖아! 그래서 공벌레 키울라고!”
와이프는 기겁을 하고,
난 당황하며 일단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공벌레를 풀어놓았다.
“나 얘네들 키울 거야.”
둘째가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동물을 못 키우게 하니, 이런 것까지 잡아왔네..
진짜 개나 고양이 키우는 걸 고려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집중해서
플라스틱 통 안의 공벌레를 바라본다.
그리고 한 시간 후,
공벌레는 잊어버렸는지 딴짓을 하며 논다.
하루, 이틀이 지났는데
둘째가 공벌레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통에
다가가는 걸 본 적이 없다.
“너 공벌레 키운다며? 왜 안 쳐다봐?”
“응? 아~ 징그러워. 버려 줘”
이틀 만에
우리 집 첫 애완충이
원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파트 내 공원 어딘가에 버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