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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생경 Sep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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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마지막으로 언제 우셨습니까

최근 참여한 창작관련 워크숍에서 있었던 일이다. 성과공유회 시간에 강사님에게 드리는 ‘마지막으로 드리는 한마디’ 코너가 있었다. 예술인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톡톡한 질문이 섞여 있었는데, 그 중 한 질문에 오~ 하는 탄식과 열광이 뒤섞였다. ‘마지막으로 어떤일로 우셨어요?’라는 질문이었다. 딴짓하던 분들도 주목하기 시작했고 답변하는 강사님도 인상깊은 질문으로 선정했다. 마치 아이돌 팬미팅의 분위기였다.


강사님의 답변도 재밌있었다.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 강감찬이 현종과 결별하는 과정을 보고 우셨다고)그런데 나는 문득 질문 자체가 낯설게 느껴졌다. 갑자기 꽂혀버렸다. 질문자에게 저의를 묻고 싶어졌다가 곧 깨달았다.

사실 이런일에는 저의 까지도 없다. 우리는 평소에 잘 울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들 앞에서는 더더욱 울지 않으려고 한다. 주책없고 멘탈이 약해보인다, 상대를 곤란하게 한다등의 이유로.


그렇기에 ‘엥, 눈물은 항상 흘리는거 아닌가? 난 아까 하품하면서도 흘렸는데’ 라는 생각은 개인적인 것으로, 만성적인 울보인 나에게 눈물은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다. “오늘 아침 뭐 드셨어요?” 정도의 스몰톡처럼, “예 아까 논문피드백 받았더니 눈물이 핑돌었아요” 답변하는 정도인 것이다. 그런데, 모두가 이런 대화를 일상적으로 나누지는 않는다는 걸 깨닫고 나는 약간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대게 우는 감정에는 특정한 상황과 연결지어진다. 특별하고 극적인 맥락이 동반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쟁에서 장수가 임금께 읍소하는 장면이나 <거침없이 하이킥> 속 문희가 “호박고구마!”를 박박 외치다가 숟가락을 내동댕이 칠때나 눈물을 흘린다고 믿는다. 하지만 눈물은 그렇게 드라마틱하지 않다. 몇 년만에 연락온 전 애인의 장문메세지가 어이가 없어서, 친구가 술자리에서 푸는 자신의 망신살썰에 웃다 지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혹은, 제3자가 그동안의 고생을 알아봐주는 작은 말 한마디에 감격해서 차오르기도 한다. 


눈물은 단순하게 보면 생리현상이다. 졸려서 하품이 뻑뻑나올때, 환절기마다 꽃가루에 쏟아지는 상태로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하나의 생물로서 작용할 때 나오는 결과물이다. 이건 필연적인것이기도 하다. 영국속담에 사랑과 재채기는 숨기지 못한다고 하는데, 눈물도 마찬가지다.


그랬다고 울어버리는 감정속 눈물이란 진실하고 당연하느냐, 눈물에는 더 복잡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동급생을 괴롭힌 학생이 억울해하면서도 흘리는게 눈물이다. 정치인이 불리한 상황을 역전 시킬 때 나르시스트가 동정을 호소하려고 억지로 짜내는 즙류도 눈물이라 우는일, 눈물은 쾌 여부와 목적성에 따라 다양한 성격을 지니게 된다.


‘왜 우는가’에 대한 질문이 일상적이지 않은것처럼 ‘눈물’자체에 대한 관심이 일반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지난여름 새벽, 펑펑울다가 이 발상이 떠올랐다. 울음을 뚝 그치고 그 자리에서 원고작업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게 되었다. 아마 함께 있던 그 친구는 그상황에서 이런 글이 나올 리에 대해 예상못할 수도 있겠다.


나는 매일 울며 살아가는 인간이다. 태어나 지금까지 울다 지쳐서 잠든적도 많지만, 어쩐날은 눈물이 모자라서 인공눈물을 뚝뚝 떨구기도 한다. 근데 그날마다의 다른 연유가 있었다. 툭하면 울 수 있는 사람이라서 할 수 있는 “나는 왜 이렇게 눈물이 많을까?”에 답을 주는 글을 써보고 싶었다. 눈물이 단순한 감정의 찌꺼기가 아니라 살아가는 증거이다. 죽은자는 말이 없다고 하는데 이책 컨셉에 좀 더 과몰입 해보자면, 죽은자는 울지 않는다. 눈물은 곧 산 자가 보내는 메시지다.


'눈물날때 읽는책'은 눈물에 담긴 이야기들을 모아낸 작은 기록이다. 울지 않으려 애쓰던 순간부터, 눈물이 흘러넘쳐 어쩔 수 없었던 순간들까지. 이 책은 우리가 눈물을 흘릴 때, 그 속에 숨어 있는 감정과 마음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려고 한다. 눈물은 단순히 슬픔의 증거가 아니며 기쁨, 분노, 안도, 그리고 사랑마저도 눈물이 된다는 것을 조금 길게 늘려본 논픽션이다. 이 책은 눈물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그 눈물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지 약간의  경험과 지식을 근거로 풀어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집어준 당신에게 묻고 싶다. “언제, 왜 울었나요? 그리고 그 눈물은 어떤 의미였나요?”눈물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곧, 그 감정을 파악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첫마음이다. 호기심을 넘어 자기와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은 당신의 눈물은 어디서 흘러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 저의 글을 통해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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