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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생경 Oct 26. 2024

11. 눈물의 진단


아니, 사람이 이렇게 울어도 되나? 이거 병 아닌가. 한 번 울면 잘 그치질 못하니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픈 건 개워 냈는데 가슴에 불탄 것도 끝났는데 하루 종일 눈가에 눈물 꼬리가 길다. 눈시울은 붉어진 채로 쿨쩍거리며, 종종 뚝뚝 눈물을 훔친다. 표정은 웃고 있는 (진짜 아무렇지도 않은 상태) 요상한 상태가 지속된다.

갑자기 피로해졌다. 눈물 생산량이 너무 많다. 내가 전설 속 인어였으면 진주가 뽈뽈 나왔을 테다. 모양이 설령 밥풀 진주여도 그게 다 얼마야.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흐를 때, 단순한 감정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이건 좀…’ 이상을 느끼는 순간이 온다면, 진지하게 주변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구해야 한다. 깊이 고민해야 할 정신 건강 문제, 신경증적 문제, 또는 안구 질환이 있을지 살펴봐야 할 때다. 자기 점검이 필요한 때가 왔다. 감정은 추슬렀다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또르르 흐르고, 그게 제어가 안 된다면 외부 기관의 도움을 찾아야 한다. ‘내 눈물 내가 잘 알지!’ 하고 자기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호르몬이 부족하고 변연계가 마비된 문제를 어떻게 의지로 다스릴 수 있겠는가. 현대 의술에 의지해보자.                    

사실 정신건강에 대해서는 밤을 새우도록 대화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못다 한 말이 많습니다.


눈물과 관련된 문제는 매우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눈물 과다나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반드시 심리 상담가나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여 필요한 조언과 치료받으시기를 바랍니다.


 

우울장애

DSM(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은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행한 정신질환 진단 기준서로, 정신과적 진단의 표준을 제공하는 도구다. DSM-5 기준에 따르면, 과도한 눈물은 기분장애와 연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표적으로 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가 이에 해당한다. 우울한 상태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흔하다. 슬피 우는 것, 우울장애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이다. 지속적인 슬픔, 공허함, 혹은 절망감이 있으며, 이러한 감정이 과도한 눈물로 표현될 수 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작은 자극이 부풀러서 다가온다. 그 때문에 쉽게 눈물이 나고, 때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우며, 마치 내면의 고통이 눈물로 흘러나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감정적으로 예민한 상태가 아니라, 깊은 정서적 고통과 피로를 반영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걸로 운다고 나 혹시 우울증이라고

속단하면 안 된다.


실제로 눈물이 많은 것과 우울감을 느끼는 것에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상관이 있지만 정서적 탈진 상태에서는 오히려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너무 지치면 눈물을 뽑을 힘조차 안 난다. 그리고 상처받지 않으려는 방어기제로서 눈물 줄을 끊어버리는 선택을 하거나 자신을 과하게 억제하고 마비시킨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뭐 이외에 너무 울어서 탈수 상태거나 높은 스트레스 상황,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거나 몸이 생존모드로 전환되어 감정을 억제하면서 안 나올 수 있는 등 이런 기분장애 계열은 다양한 삽화와 연유 속에서 진단이 되기 때문에 속단하면 절 대 안 된 다.


가면성우울증

자신의 눈물 과다에 의문을 품고 있는 이들을 위해 과도한 눈물은 때로 가면성 우울증(Masked Depression)과도 연관될 수 있다는 힌트를 주고 싶다. 가면성 우울증은 말 그대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이다. 사람이 참 괜찮아 보인다. ‘겉’으로는 상당히 나이스한 게 특징이다. 대인관계에서 밝고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주변에서는 항상 웃는 모습만 보았을 수도, 몰래 우는 편일 수도 있다. 어딜 가나 모든 일에 에너지 넘친다는 소리를 듣는 편이고 명랑한 모습을 유지한다. 이러한 가면성 우울증은 본인조차 자신의 우울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기분부전장

기분부전장애(Dysthymia)은 미지근한 강도의 우울감이 만성적(지속적으로 기분이 저조하고 우울한 상태가 2년 이상 이어지는 경우로 봄)으로 이어지는 특징을 갖는다. 이와 같이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거나, 겉으로는 밝아 보이는 경우가 참 많을 텐데 집에 오자마자 눈물이 그렇게 난다면, 세상이 버겁고 은은하게 흐르는 슬픔을 데리고 살아온다면, 반려 감정을 다루기 어려운 순간 눈물이 당신을 살리기 위해 등장할 수 있다.


경계성 성격장

눈물이 주체가 안 될 경우 조심스럽지만, 경계성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BPD)일 수도 있다. 감정의 급격한 변화와 강렬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반응을 억제하기 어려워 과도한 눈물을 흘리거나 갑작스럽게 폭발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어서 말이다. 

 

조현

이런 식이면 조현병(Schizophrenia)으로 인한 반응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 뜬금없을 수도 있다. 오히려 눈물 과다와 연관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질병들이 있지만 조현병을 서술하는 이유가 있다. 생각하는 것보다 흔한 질환인 데 비해 인식 자체가 ‘비정상’ 이라고 이분화 되어있는 편이 많아서다(그럼 눈물이 많은건 정상이게요?) 2011년 이전까지 지금의 조현(현악기의 줄을 고르게 하다)병이 아닌 정신분열증이라는 과거 질환명 때문에 오는 낯선 거리감 때문일까. 때때로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적절하게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 눈물을 흘릴 수 있겠으니, 감정조절이 어렵다면 꼭 내원을 권유한다. 조현병의 경우 적극적인 치료와 개입이 있다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꽤 티가 안 날 수 있는 질환이다.



적응장애

적응장애(Adjustment Disorder)도 과도한 눈물과 감정적 반응의 원인으로 들 수 있다. DSM-5 기준에 따르면, 적응장애는 중요한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부적응적 반응으로 정의되는데 이러한 반응은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한 지 3개월 이내에 나타난다. 스트레스나 살아가며 준비 못한 사건이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때 과도한 눈물과 정서적 불안정성이 발생할 수 있다. 주요 증상으로는 극심한 슬픔, 불안, 절망감, 그리고 일상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포함된다.

스트레스 요인으로는 이사, 이별, 자퇴, 불합격, 고소,   해고와 같은 인생의 큰 변화나 사건들이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감정적 불안정성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별 후에 눈물이 멈추지 않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감정적으로 불안정해진다면, 이는 적응장애의 증상일 수 있다. DSM-5는 이러한 반응이 과도하고 지속적이며, 그로 인해 사회적, 직업적 기능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경우 적응장애로 진단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속적 복합애도장애

전 생애에 걸쳐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죽음이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에게 소중한 이의 상실 이후, 애도에 대한 반응이 지속적이고 심하게 나타나는 것도 눈물이 흐르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애도 반응(Complicated Grief)은 정상적인 애도 과정이라기보다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줄 만큼 강렬하게 나타날 때 이러한 상태로 간주될 수 있다. 애도 반응은 DSM-5에서 별도의 독립적인 진단 항목으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DSM-5에는 유사한 개념으로 지속적 복합애도장애(Persistent Complex Bereavement Disorder, PCBD)가 부록 섹션에 포함되어 있다. 이 장애는 정식 진단 항목은 아니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여겨져 부록에 수록된 상태로, 사랑하는 이를 잃고, 남은 이들이 겪고 있는 혼란에 대한 증상이다. 떠난 이를 향한 죽지 않아 서러운 마음이라니.


지속적 복합애도장애(PCBD)는 중요한 사람의 상실 이후 지속적이고 강렬한 애도 반응을 나타내며, 상실 후 12개월 이상 심각한 슬픔과 상실감이 지속될 때 진단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반응은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만큼 강렬하게 나타나며, 상실된 대상에 대한 강박적인 생각, 슬픔의 지속, 우울감, 불면 등의 증상이 포함된다. 상실 이후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은 경의를 표하고 싶다. 타자를 위해 울어줄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 당신이다.


강렬한 애도 과정에서 때로는 눈물이 말라버리는 경우도 있다. 친지의 슬픔에 대해 담백하게 체험해 보고 싶다면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를 읽어 보시길. 눈물 한 방울 안 쓰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경험할 수 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도 울 수 없는 상태,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극한의 슬픔은, 오히려 그 고통의 깊이를 보여주는 또 다른 형태의 애도다. 눈물 없이 가슴이 갈라지는 그 느낌은, 애도의 과정이 단순히 눈물로 끝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애도의 시간을 겪는 사람들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인류가 겪는 위로할 수 없는 상실과 슬픔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적어지길 바라며, 애도를 표하는 중인 이들이 좀 더 편안해 지기를.


월경 전 불쾌장애

눈물이 주체 없이 흐르는 데 있어서 정혈의 시기와 맞물리진 않았는지 의심해 볼 수도 있다. 월경 전 불쾌장애(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 PMDD)라는 진단기준으로 분류하는데 월경 전 특정 시기에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감정과 행동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증상으로 눈물이 쉽게 나거나, 불안감, 긴장, 예민함이 높아짐, 감정 조절의 어려움 등이 있다. 눈물이 지나치게 흐르거나 갑작스러운 슬픔을 느끼는 것도 포함될 수 있으며 공부도 안되고 청소도 못하겠는 집중력 저하, 피로감, 수면 문제, 신체적 증상(유방 압통, 관절 및 근육 통증)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DSM-5에서는 PMDD를 진단하려면 이러한 증상이 정혈 주기의 황체기(배란 후 정혈 전) 동안에만 나타나고, 생리가 시작되면 증상이 개선되는 패턴이 반복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는 것 어쩌면 호르놈이 또..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PMDD는 일상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감정적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나는 것도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전형적인 증상이다.


감정표현장애

<조커>의 주인공 아서플렉은 갑작스럽게 웃음을 터트리는 강박적 웃음장애를 겪는다. 아서의 장애는 창작된 부분이나 실제로 감정 부조화 또는 감정 조절의 어려움에 대한 신경학적인 장애 감정표현장애다. 감정 표현 장애 (Pseudobulbar Affect, PBA)는 뇌의 감정 조절 능력이 손상되어 과도한 웃음이나 울음을 억제하지 못하는 상태를 나타낸다. 조커에서 아서가 특정 상황에서 전혀 예상치 못하게 웃음을 터뜨리거나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은 이러한 PBA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행한 국제적인 진단 기준서인 ICD-10(국제질병분류 10판,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10)은 신경학적 장애와 관련된 증상들을 진단하는 데 사용되는데 여기서 설명하는 감정표현 장애는 신경계 손상이나 질환(예: 뇌졸중, 다발성 경화증, 루게릭병, 외상성 뇌손상 등)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조커>의 후반부를 보면 아서도 유년 시절 계부의 상습폭행으로 인한 뇌 손상이 있음을 화면에 흘려주는 식으로 창작된 부분 속에 실존하는 감정표현장애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앞서 언급하던 DSM-5에서는 주로 정신적 건강 문제를 기준으로 진단하는 반면, PBA는 뇌의 손상이나 신경계의 문제로 인한 증상으로, 주로 신경과나 재활의학과에서 다룬다는 게 차이점인 만큼 정서에 근거하지 않는다. 하지만 갑작스럽고 극단적인 울음은 위축되고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으로 인한 부가적인 어려움이 동반되어 정신건강도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눈물을 과하게 흘리는 것, 어쩌면 신경학적 기원에 의해 발생하는 증상으로 간주 할 수도 있으며 갑작스럽게 울거나 웃는 증상을 보이는 것에서 소인이 있지 않을까 싶다.



유루증(눈물흘림증)

이번에는 안구질환적 접근을 하고 싶다. 

안구 질환의 관점에서 눈물이 과도하게 나오는 현상은 "과다 눈물 흘림" 또는 "과도한 눈물 흐름"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의료 용어로는 유루증(流淚症, Epiphora)이라고 하며 눈물이 넘쳐흐르는 증세를 말한다.

이는 눈물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하거나 눈물샘의 활동이 과도해져 눈물이 눈 밖으로 흘러내린다.

유루증의 주요 원인은 눈물 배출 경로의 막힘 또는 눈물의 과다 분비로, 눈물 배출 경로는 눈물점에서 시작하여 눈물관을 거쳐 코로 연결되는데, 이 경로가 막히거나 좁아질 경우 눈물이 눈 밖으로 흘러내리게 된다. 또한, 안구 자극으로 인해 눈물의 분비가 과도해지는 경우에도 유루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안구 건조증, 결막염, 알레르기성 반응 등으로 인해 눈물샘의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눈물이 지속적으로 분비될 수 있다고 한다. 유루증은 특히 노인들에게 흔하게 발생하며, 나이가 들면서 눈물 배출 경로의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눈물 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눈의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치료가 필요하다. 


눈물이 과도하게 흘리기 때문에 시야가 흐려지거나, 불편감을 초래할 수 있다. 눈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눈 주위의 피부염 또는 눈의 염증(예: 결막염 또는 눈꺼풀의 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당신은 무 감응의 상태인데도 눈물이 과하게 나오고 이로 인한 불편을 느끼고 있다면 유루증을 의심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단순한 눈물 과다의 문제가 아니라 눈의 건강과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태인 건데, 우는 이들에게 눈은 매우 중요한 기관이니 눈물이 흘러넘치는 게 안과 질환은 아닐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눈물은 나를 표현하는 매개체이다. 때로는 나 자신을 위한 보호의 신호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눈물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조절의 어려움과 심적 고통을 드러낸다면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음의 한계를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아스토미 아유무의 《단단한 삶》에서 말하듯, 자립은 의존하는 것이며, 의존하는 대상이 늘어날 때 사람은 더욱 자립할 수 있다. 눈물이 흐를 때

“도와주세요, 눈물이 나요.”

부끄러운 문장이 아니다.

어려우면 도와달라고도 해보고 다른 이에게 맡겨보는 용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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