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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자리 Jul 30. 2023

INTP가 사회생활을 잘하는 이유 2가지

사회성이 없는데 사회생활을 잘한답니다!

16개 유형 중에 무려 5개 유형을 필터 하는... 사장님!! 왜 그러시죠?!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모 업장의 채용공고입니다. 무려 5개의 MBTI 유형을 퇴짜 놓고 있고, 그중에 INTP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리 '안 맞는' 지원자를 거르고자 하는 고용주의 강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해당 MBTI 인간은 채용 안 하겠어-라기보다는, 해당 유형의 일반적인 성향으로 알려져 있는 것들이 구인하는 자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이를 보고 누굴 뽑든 뽑는 사람 마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이처럼 특정 집단을 배제하려는 도구로 MBTI를 사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매거진 1화에서 밝혔듯이, 저 역시 함께 사는 INTP 인간을 더 잘 받아들이고 이해하고자 탐구하고 있으니까요.


위와 같은 공고는 제쳐두고라도, INTP 인간은 사회적으로 ‘환영받는’ 타입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충동적이며, 이른바 반골 기질이 있을 것이다(냉철하고 논리적이며, 자유롭고, 개성이 뚜렷하다는 뜻이겠습니다.)라는 시선이 강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특히 계통을 중시하고, 개인의 개성보다는 단체의 룰을 우선시하는 우리 사회의 조직문화에는 대체로 맞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함께 살고 있는 INTP 인간을 보면, 이렇게나 조직과 어울리지 않으면서 조직에 잘 스며드는 유형도 없어 보입니다.


INTP 인간이 조직생활을 잘 해내갈 수밖에 없는 이유,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1. 문제의 본질을 잘 파악한다. (귀신 아니면 무당?)


INTP 인간 : 사람들이 나보고 귀신이래

나 : 왜?

INTP 인간 : 이번 조직개편 또 맞췄다고.

나 : 그러게. 진짜 귀신이네. 아님 무당인가..?


이처럼 저와 함께 사는 INTP 인간은 본인이 속한 조직의 크고 작은 변화들을 십중팔구의 확률로 예견해 내곤 합니다.


조직개편은 언제 이루어질까요? 안타깝지만 때론 관행적으로, 누군가의 보신을 위해 단행되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본래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에 더 용이한 구조를 취하기 위함이거나, 조직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소하고자 할 때 행해집니다. 그러므로 조직이 개편되는 모양새를 잘 맞춘다는 것은 그가 속한 조직의 문제점이나 내재된 문제의식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INTP 인간은 효용적인 면에 취약한 경우가 많으므로 겉만 보아서는 이 사람 정말 일 잘하는 것 맞아?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무직을 예로 들자면, 보고서 만들기, 엑셀로 숫자 다루기 같은 스킬이 약한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많은 경우에 이러한 스킬이 부족한 이유는 본인이 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INTP 인간은 이런 도구적 스킬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지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능력이 대단히 뛰어난 것이지요.


따라서 조직에서 일종의 '책사' 역할을 할 수만 있다면, 아주 뛰어난 성과를 보여줍니다. 이는 해결책을 직접 제시하기보다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미래를 종합적으로 유추하여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특히나 오른팔이 없는 리더에게 굉장히 필요한 사람입니다. (INTP 인간이 리더를 잘 보필할 마음이 있느냐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만..)


2. 팀워크가 좋지 않은 조직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상대방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잘해주는 INTP! (출처 : 강유미 유튜브 채널)

강유미 님이 만든 INTP 영상에서는 친구가 INTP 인간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는 상황이 펼쳐지는데요. 저는 이 설정 자체가 특히 INTP 인간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함께 사는 INTP 인간에게도 고민을 털어놓는 주변인들이 유독 많습니다. 가만 보니 귀찮아하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논리적인 해결책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그 어떤 MBTI 유형보다 시니컬하지만, 쉽게 평가하거나 판단하려 들지 않는 면이, 오히려 고민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안정감을 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INTP는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유추하여 결론을 내는 것을 잘하는데, 이는 사람을 볼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조직 내 인물들의 관계나, 각자의 특성, 장점과 허점을 굉장히 예리하게 잘 짚어냅니다. (물론 일련의 것들에 관심이 있다는 가정입니다!) 이렇게 조직 내 역학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딱히 이러한 능력을 본인을 돋보이게 하는 데에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평판이나 보상 같은, 사회적 성취에 민감한 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같이 일하는 동료가 더 쉽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로 여길 수 있습니다. 특히 소통이 부재하고 구심점이 없어 조직원 각자가 섬처럼 고립돼 있거나, 서로 간 반목하는 상황이라면 INTP의 존재 자체만으로 균형이 맞춰지는 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쉬이 편을 들거나 무리를 만들지 않고, 어떤 입장이든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INTP의 장점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INTP 인간은 타고난 지성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조직 내에서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탄력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조직 내 입지나 타인의 평가에 크게 개의치 않는 쿨함은 기본입니다. 그러니 조직에서 표류하는 INTP라면 이러한 잠재력을 십분 발휘해 보시길 바라고, INTP와 함께 일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그와 고민을 나누어 보세요. 공감보다 더 힘이 되는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Tip

INTP 인간은 목적 없는 스몰톡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화가 길어지면 점차 표정에 이것이 드러나면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게 느껴집니다. 상처받지 마세요. 관심 있는 주제라면 부러 붙잡지 않아도 대화를 주도할 것입니다.


경고

네, 관심 있는 주제라면 몇 시간을 쉬지 않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답니다.


과히 일반화했나요? INTP의 특성이라 일컬어지는 면모들을 종합해 보면, 조직에서 이러한 자질을 발휘할 수 있다-라는 분석에 초점을 맞추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함께 살고 있는 INTP 인간을 귀신도 무당도 아닌 탐정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오늘 내가 점심으로 뭘 먹었게, 뭘 쇼핑했게, 하는 사소한 것들을 이런저런 사소한 증거들을 조합하여 놀랍도록 잘 맞춥니다. 종종 나 이 능력을 얻다 쓰지? 라며 웃는데요. 탐정이란 직업도 이제 법제화된 세상이니 은퇴 후 새로운 길로 가보라고 할까요..?


INTP 인간과 살고 있습니다. 

1화 : INTP 인간과 만 3년을 살았다?(인팁인간 전격해부해 드립니다.)

2화 : 반지가 대체 왜 3개인 건데?(결혼반지 없는 결혼)

3화 : 난 그분들과 그렇게 친해질 수 없어(그분들 우리 엄마 아빠랍니다.)

4화 : 제발 좀 치우고 살자(INTP 인간에게 정리정돈이란?)

5화 : INTP가 사회생활을 잘하는 이유 2가지

6화 : 네가 나랑 결혼해서 불행한 것 같아(INTP 인간이 눈물 흘릴 때)

7화 : 남편이 산후우울증에 걸렸습니다.(애는 내가 낳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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