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mbti가 유행하던 시절, 나도 검사를 해보았다. 처음 나왔던 성격유형은 isfj. 하지만 그로부터 1년 후, 다시 검사를 해보자 infj가 나왔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한 번도 빠짐없이 인프제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s(현실적)가 n(직관적)으로 변한 것이었다. 신기한건 주기적으로 검사를 해보는데, n의 비율이 점점 커진다는 것이다. 처음엔 60 그리고 이젠 거의 90에 육박한다.
내향성도 80이상 나오는 나로서, 오늘은 인프제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이미 mbti 유행 시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나는 인프제만큼 나를 설명해 줄 성격유형을 찾지 못한 것 같아서.
내 생각에 인프제로서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굉장히 이상적이고, 이타적인데 또 어찌보면 이기적인 것 같기도 하다. 겉과 속이 다른 mbti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인프제라 정말 좋다!
가장 먼저 인프제는, 누구보다 사람을 사랑하지만, 누구보다 사람을 싫어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다.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의롭지 못하고, 야비하고, 치사한 사람들을 볼 때면 가끔은 저런 사람은 필요없는 사람이야. 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굉장히 모순적이다. 사람을 사랑하는데 또 어떤 면에선 혐오한다. 도덕적인 기준이 높아서 그것에 따르지 않는 사람에 대한 환멸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세상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가야하고, 더 좋은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두번째로, 예술과 자연을 사랑한다. 물론 이건 인프제만의 특성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인프제들은 이해할 말일 것 같다. 나는 작년 초에 호주 시드니에 다녀왔는데, 시드니야말로 인프제가 정말 사랑할 만한 도시라는 생각을 했다. 어딜가나 잔디가 펼쳐져 있고, 시내에서 버스타고 얼마 안 가면 바다를 볼 수 있는 도시. 호주에 있는 일주일은 천국이었다. 얼마나 행복했는지! 푸릇푸릇하고 파란 자연들을 보는 것을 사랑한다. 그리고 예술을 정말로 애정한다. 음악, 미술, 문학, 철학은 내 인생에 없어선 안 될 친구들이다. 힘든 사회생활과 회사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은 전시회, 오케스트라, 그리고 꾸준히 읽는 문학책과 인문학 공부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정말 내 인생은 작은 빛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그래서 휴일에 책 읽고, 음악들으며 글 쓰는 시간이 가장 좋다.)
세 번째, 혼자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나는 팀플레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라고 하면 최선을 다해서 하긴 하지만, 그닥 선호하지 않는다. 혼자 일할 때 효율이 가장 좋고, 나와의 약속을 정해 잘 지키는 편이라 프리랜서가 잘 맞을 것 같다. 물론 회사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건 아니다. 어떻게든 가면 쓰고 가짜 웃음 지으며 살아가긴 하지만, 혼자만의 공간에서 일할 때 난 가장 좋은 결과를 냈다. 그게 내 진짜 모습이라서. 어릴 때부터 그렇다보니, 학원에 다닌 적도 없고, 재수할 때도 독학재수를 했다. 사실 재택근무를 하면 누구보다 좋은 성과를 낼 자신이 있는데.. 현장 근무라 어쩔 수 없이 열심히 회사에 나간다. 회사를 떠나 나만의 일을 하는 게 꿈이다.
네 번째, 선을 넘는 순간, 손절여왕이 된다. 이건 나만의 성격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 주위 인프제들 중에 손절왕들이 많기 때문에 써본다. 나는 선을 넘는 걸 정말 싫어한다. 불편한 말을 하지말라고 했는데도 계속 하는 사람에게는 세 번정도 그만하라고 말을 하고, 그 후에도 그런다면 평생 보지 않는다. 이렇게 매정할 수가 있나? 싶기도 하겠지만,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못한 다른 인간을 혐오한다. 그렇기에, 선을 넘는 사람과는 인연을 바로, 칼같이 끊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넓은 인간관계보다는 좁고 깊은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것 같다.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 나를 만만히 보고 공격한다? 그럼 그것보다 더하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마지막으로 다섯번째, 그럼에도 평화주의자이며, 이타주의자이다.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으며, 사람들이 조금 더 좋은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가치 있는 일을 선호하고, 그 일을 통해 뿌듯함을 느낀다. 어쩌면 희생정신과 정의라는 가치가 인프제의 추구미 아닐까!
지금까지 쓴 인프제의 특징들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mbti 하나로 모든 사람의 성격을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찐 인프제인 나의 성격과, 주위 친구들, 그리고 내 생각을 보태어서 인프제는 위의 특징을 꽤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대부분 본인과 같은 mbti, 즉 동족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나는 인프제 좋다! 서로 배려하고, 아끼고, 좋은 말을 해주려고 하고 모두를 소중히 여기려고 하는 사랑스러운 인프제. 내가 인프제라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