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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와 집돌이

by 토숭이 Feb 27. 2025

 오빠와 나는 둘 다 집돌이, 집순이이다. 우리는 내향적인데, mbti만 봐도, 오빠는 isfj, 나는 infj이다. 집에 있는 것,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 포근한 환경에 있는 것.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 그게 우리의 가장 큰 공통점이다.


 오빠는 나보다도 더 내향적인 사람이라, 사람 많은 곳, 시끄러운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유일한 취미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하기다. 오빠를 보면서 느끼는 건, 참 바르게 자랐다. 옛날로 치면 오빠는 '선비'다. 정말 현대사회가 아닌 조선시대에 태어났어도 오빠는 별로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나는 오빠보다는 더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인데, 단 한가지 우리가 정말 잘 맞는 건, 집데이트를 좋아한다는 거다. 워낙 집을 사랑하는 나로서는(매일 아침 우리집을 두고 회사 갈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노는 것도 집에서! 공부도 집에서! 모든 걸 집에서 하는 걸 좋아한다. 혼자 집에 있을 땐, 책을 몇시간씩 읽거나 좋아하는 영화를 보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한다.


 그래서 자취하는 오빠는 나에겐 최고였다. 오빠집 침대에 따뜻한 전기장판을 틀고, 달달한 케이크를 먹으며 넷플릭스를 보는 주말이 요즈음 내 인생의 낙이다. 아니, 오빠를 만난 이후로 가장 큰 낙이 되었다.


 물론 가끔, 기념일이나 집 데이트가 지겨워질쯤엔 밖에 나가서 맛있는 음식을 사먹기도 하고, 산책을 하고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집데이트를 이길 데이트코스는 없다!


 내가 사랑하는 오빠와 맛있는 디저트, 그리고 작지만 아늑한 집의 온기까지. 너무너무 좋다. 결혼까지 이제 9개월 정도 남았는데, 이제 더 큰 집으로 함께 이사를 가면 연애시절 집데이트의 묘미도 추억속으로 사라질터였다.


 우리는 앞으로도 즐겁게 집데이트를 할거다. 그 집이 더 커지고, 작은 아이 한 명이 우리에게 찾아오는 날에도.


 오늘도 집순이와 집돌이는 집데이트를 할거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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