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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예비신랑

운전면허학원

by 토숭이

최근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했다. 스무살 땐 '어차피 차도 없는데'라는 생각에 면허를 따지 않았는데 이제 서른살이 되니 1년 안에 운전을 하고 다녀야 할 수도 있고, 아이가 생기면 편리하겠다는 생각에 결심을 한 것이다.


사실은 조금 무섭다. 내가 과연 운전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혹시 사고나면 어떡하지란 생각에 몇 번을 망설였지만 용기를 냈다. 후기를 고르고 골라 강사님이 친절하다는 학원에 등록했는데, 기능교육날 일이 터졌다.


나를 담당한 기능교육 강사가 태어나서 처음 핸들을 잡아보는 나에게 제대로 교육을 해주기는 커녕 답답하다고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것이다. 내가 실수하는 게 있으면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데 비꼬고 몰아붙이니, 가뜩이나 처음하는 내 입장에선 더 위축되고 운전이 무서워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마지막 2시간 교육시간 동안엔 본인의 개인적인 얘기만 하고 내 운전은 봐주지도 않았다. 당연히 배운 게 없으니 기능시험에 떨어졌고, 다음 시험 예약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워낙에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운전면허 강사들이 대부분 불친절하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나는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오빠에게 운전학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오빠는 화가 났다. 이 부분에 대해선 민원을 넣어야 한다는 거다. 그 다음 날, 오빠는 바로 학원에 전화를 해서 그 강사의 이름을 말하면서 따졌고, 이런 일에 대해선 반드시 보상을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결국 학원측에선 사과와 함께 무료로 교육과 시험을 다시 수강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처음에 놀랐다. 오빠는 워낙 순둥순둥하고 유순한 사람이라 나한테 화를 낸 적도 없고, 언성을 높인 적도 없었다. 그런 오빠가 똑부러지게 학원에 민원을 제기했다는 것에 놀랐다. 물론 수강생의 권리이니 당연히 따지는 게 맞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민원제기를 잘 못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빠는 진상고객처럼 소리를 지르고 떼를 쓴 것은 아니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조곤조곤 설명하고 받아낼 것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오빠를 보면서 너무 듬직하다는 생각을 했다. 2년을 사귀었지만 보지 못했던 오빠의 모습을 보니 또 새로웠다.


어느새 든든한 예비신랑이 된 우리오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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