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앤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새벽 두 시쯤이었다.
내용을 대충 전해 들은 기숙 씨가 급하게 도착했을 때 베이커리 앞에는 이미 경찰차와 소방차가 와 있었다. 문 손잡이를 뜯으려는 것인지 소방관의 손에는 망치처럼 생긴 도구가 들려 있었다. 리츠 씨였다.
조앤의 진술과 cctv를 토대로 사건을 정리하자면 시작은 포커 나이트가 끝나고 부모들이 베이커리를 떠난 자정 쯤이었다고 봐야 했다.
눈치껏 비워준 집에 모인 홈파티는 역시나 술파티로 이어졌다. 급하게 들이부은 술이 돌기 전이었는지 아이들이 차를 몰고 나간 시간은 어른들이 돌아오기 직전인 것으로 추측되었다. 집주인 되는 부모의 증언으로는 도착했을 때 그들은 이미 없었다고 했고 차고 문 알람이 울렸다가 해제된 것도 그 시간으로 나왔다.
30분 뒤 아이들의 행적은 불 꺼진 주유소에서 확인되었다.
5인승 승용차에서 일곱 명이 내리는 모습이 주유소 cctv에 찍힌 것이다. 남자아이 넷과 여자아이 셋이었다.
거기 오래 머물렀다면 곧 경찰이 왔을 테고 위험천만한 일탈도 끝났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들은 각자 고성을 몇 번 질러대다가 다시 차에 올라타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목격된 곳이 다운타운이었다. 처음에 문을 따려고 시도한 곳은 프랑스인 로베르 씨가 운영하는 와인바였다. 그러나 자꾸 헛나가는 손질에 금세 포기하고 몇 집 건너에 있는 초밥가게로 우르르 몰려갔다. 와인바의 cctv에 찍힌 그들은 아까보다 훨씬 더 취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거기서도 실패한 아이들이 다시 차를 몰고 한 블록을 더 가서 기숙 씨의 베이커리로 왔던 것이다.
안에 사람이 있는 줄 꿈에도 몰랐을, 혹은 있거나 말거나 정신이 없었을 그들이 자물통을 뜯겠다고 소란을 떠는 소리에 조앤이 잠을 깼다. 그녀는 비몽사몽인 중에도 동네 아이들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그들은 혀가 꼬여서 헛나가는 발음으로 에스페란토어 같이 알 수 없는 말들을 제각각 떠들어대고 있었다. 신고를 해야 하나 망설이는 동안 알코올로 인한 뇌의 마비로 의지박약이 되어버린 아이들이 또 포기하고 차로 몰려가자 놀란 조앤이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조앤에 따르면 그 다음부터는 마치 한 편의 슬랩스틱 같았다고 한다.
조앤이 운전석으로 가는 아이를 잡은 것과 동시에 네 명이 슬라이딩하듯 서로 밀치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가 버렸다. 길에 조앤과 아이들이 남았다.
사태를 파악한 아이들이 가게 문을 두드려대자 한 소년이 문을 열었다. 소년을 끌어내 내동댕이 치면서 꼬인 스텝으로 우당탕 들어간 그들이 다시 문을 잠갔다. 길에 소년과 조앤이 남았다.
두 사람이 멍하니 마주보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팔 하나가 아이만 낚아채듯 끌고 들어가서 또 문을 잠갔다. 길에 조앤만 남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이들이 한 것처럼 두드려 보았지만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가게 열쇠도 아이들과 함께 안에 남았다. 다행히 휴대전화는 주머니에 있어서 기숙 씨에게 연락을 하고 난 뒤 경찰이 왔다. 부르지 않았어도 그 정도 소란이면 오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러나 여분의 열쇠는 레이철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기숙 씨의 동의 하에 강제로 문이 열렸다. 리츠 씨가 문 손잡이를 액화질소로 얼린 후 망치로 내리치자 꽁꽁 언 손잡이가 단번에 떨어져 나갔다. 경찰이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아이들은 의자와 테이블을 하나씩 차지하고 세상 모른 채 자고 있었다.
그들 중에 브렛이 있었다.
일단 부모에게 인계됐던 아이들은 다음 날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누구 딸 아무개의 아들로 다 아는 처지였지만 미성년 음주에, 운전에, 무단 침입까지 더해져서 사안이 가볍지가 않았다.
학교에서는 위원회가 열렸고 추후에는 카운티의 법정에도 서야 했다. 법정에 서야 하는 것은 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조엔도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일은 원칙과 법에 따라 차근차근 마무리되어 가겠지만 안타깝게도 브렛의 아버지인 리츠 소방관은 청소년 교육 위원직을 사임했다. 10년 동안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했다던 일이었다.
윤이는 그 사건 이후로 브렛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체육 수업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바뀌면서 운동장에 나갈 일도 없어졌다고 했다.
어느 이른 저녁, 기숙 씨는 2층 방의 커튼을 내리다가 집 앞 사유지에 빨간색 차 한 대가 시동을 켠 채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노란 은행잎이 깔린 진입로에 빨간 승용차가 서있는 동안 윤이 폰의 진동이 계속 울렸다.
거실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던 윤이는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고 빨간 차는 한동안 그렇게 서 있다가 돌아갔다.
모두 기대하고 기다렸던 홈커밍데이는 씁쓸한 상처를 남긴 채 끝이 났고 윤이의 첫 설렘도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