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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에도 석굴암이 있어요

서울시내 4대 산 등정기#2 동인왕산

by 미니맥스

인왕산 성곽길 코스

인왕산을 오르는 일반적인 코스는 성곽길을 따르는 것이다. 무악현대 아파트 뒤쪽에서 시작하는 성곽을 따라 오르면 범바위를 지나 정상을 지나 창의문 쪽으로 내려오게 된다. 인왕산이 삼각형이라면 이등변을 따라 오르고 내리는 길이다. 오를 때 서울 남쪽 풍경을 보기 좋고 내려올 때는 북쪽 풍경을 보기 좋아서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완만한 길이라서 좋다.


인왕산의 최단 코스 석굴암 코스

그런데 그렇게 길게 가지 않고 가장 짧게 그리고 가장 가파르게 오르는 길이 있으니 석굴암 길이다. 시작에서 정상까지 단 한 번의 내리막길이나 평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계속 오르막 길이다. 대부분 데크길이라 길이 험하지는 않지만 모양은 순할지라도 경사는 험하다. 가끔 회사 건물 20층을 걸어서 오르는데 5분 정도 걸린다. 석굴암 코스로 인왕산 정상을 오르면 그걸 8배 정도 그러니까 160층정도 올라가는 느낌이다. 허벅지에 불이 난다. 대신 하체 운동에는 탁월하다. 하체가 약하다고 느끼는 남성들은 꼭 이 길을 택하기를 ㅎ


인왕산스카이웨이

인왕산 스카이웨이라고 많이 알려진 길이다. 사직공원에서 시작해서 인왕산을 따라서 이어져 창의문 윤동주 문학관까지 이어지는, 그러니까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길이다. 그 북쪽 끝은 다시 북악스카이웨이로 이어진다. 북악 스카이웨이를 따라 1시간 정도를 가면 팔각정에 이르는 코스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전거길이자 걷기 길이다.


더숲초소책방 카페

북악스카이웨이를 따라 창의문 방향으로 가다 보면 초입에 석굴암이라는 표지가 왼쪽에 보인다. 여기서 더 가면 초소카페가 있다. 예전에 청와대 경비초소였던 곳을 고쳐서 카페로 만들었는데 늘 사람이 많다. 숲 속에 있어서 조용히 차 마시고 책 읽기 좋은 곳이라서 그렇다. 주차가 좀 불편하지만 그래도 대충 어떻게 방법이 있다. 여하튼 이 초소카페를 못 가서 석굴암을 오르는 계단이 보이기 시작한다.


초소카페의 잔디마당 아침 8시


경주 석굴암 말고 인왕산의 석굴암

자 다시 본격적으로 석굴암이다. 경주 석굴암도 아니고 무슨 석굴암이냐고? 그렇다 인왕산에는 석굴암이 있다. 바위사이에 지어진 아주 작은 암자다. 경구 석굴암처럼 굴을 파서 예술적으로 지은 그런 형상도 아니다. 진짜 너럭바위 사이에 위치한 작은 법당이다. 두 가지 매력이 있다. 암자 자체는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 누군가 거주하시는 듯하다. 이 석굴암을 자주 찾는 이유는 첫째는 작은 마당으로 들이는 햇살이다. 특히 3월 초에 암자 앞마당으로 드는 햇빛은 단언컨대 서울에 가장 먼저 오는 봄볕이다. 햇빛이 하나하나 점으로 내리지 않고 엷은 막처럼 감싸면서 내려온다. 잠시나마 그 마당에 앉아 눈을 감으면 이불처럼 햇빛의 막이 느껴진다. 둘째는 바위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면 숨겨져 있는 바위 마당이다. 어릴 적 이불장에 몰래 숨어 들어가 본 경험이 있다. 포근하고 아늑하고 편안한 그 느낌. 석굴암 바위 마당에 앉으면 확실히 다시 느껴질 것이다. 물론 세속적인 마음에 이 바위에 앉아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꼬 하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나 잠시 속한 마음은 내려놓고 바위 위에 앉아 틈 사이에 핀 진달래 꽃을 보고 있으면 경주 석굴암 못지않은 비경을 맘속으로 느끼게 된다.


석굴암 바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서울 풍경
바위틈 사이로 난 석굴암 들어가는 길


인왕산의 풍수

석굴암에서 잠시 쉬면서 마음을 채웠으면 이제 인왕산 정상까지 절반 조금 못 왔다. 석굴암부터 정상까지는 데크길이거나 바위길이다. 계속 오르막이다. 오르막 오르막. 그전에 작은 약수가 있다. 음용이 되는지는 의문이긴 하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 중요한 일이 있으면 석굴암 아래 계곡에서 목욕재계하는 분이 있다. 물과 약수 애기가 나와서 인왕산 풍수 애기를 잠시 해보자. 나도 들은 얘기다. 인왕산은 개가 누워 젖을 먹이는 형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북악산 쪽으로는 약수가 있는데 서대문 쪽으로는 약수가 없다. 그래서 개가 젖을 먹이는 앞쪽 즉 종로 쪽은 물이 있고, 길하고, 즉 터가 좋아서 명당이라고 한다. 그래서 무악대사가 그 아래쪽의 깊은 곳 배화 여전 자리를 경복궁터로 점지한 듯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겨울에 북서풍이 불어오는 서대문 방향은 찬 바람이 들이닥치는 바람길이라 압록강 찬바람이 직방으로 오는 곳이다. 난방이 그리 좋은 곳이 아닌 시절이니 바람에 노출되는 산너머가 살기 좋은 곳은 아니었으리라. 그중 가장 추운 곳이 서대문 형무소자리다. 반대로 바람을 등지고 있는 종로 쪽은 훨씬 살기에 따뜻하고 좋았을 것이다.

석굴암 오르는 계단
인왕산 석굴암 바위



청계천의 발원지. 쌍회수

인왕산 석굴암에 올라보면 남동향의 석굴암 자리가 얼마나 따뜻하고 좋은 자리인지 풍수를 일도 몰라도 느끼게 된다. 햇빛은 순하게 따뜻하고 바람은 부드럽다. 그리고 이 아래가 바로 청계천의 발원지가 있다. 석굴암 아래 계곡물이 종로를 흘러서 광화문을 타고 지나 중랑천 쪽으로 한강에 도달하게 된다. 풍수가 나와서 하나만 더해보자. 명당은 두 개의 큰 물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흘러야 완성된다고 한다. 서울은 그런 조건이 잘 맞는 곳이다. 청계천은 인왕산에서 발원해서 동쪽으로 흘러가고, 큰 강인 한강은 동쪽에서부터 흘러 서해로 향하기 때문이다. 그 중간에 놓인 종로 경복궁 광화문 일대는 가장 좋은 자리 중에 하나인 셈이다. 한강이 나온 김에, 지금의 송파가 1925년 을축년 대홍수 전에는 천이 흘렀고 지금도 석촌호수 옆으로 물길이 있다는 얘기나, 동호대교 아래가 예전에는 호수로 불렸다는 애기라든가 그런 애기들을 더하고 싶지만 투머치토크인듯하여 넘어간다.


석굴암, 서울에서 가장 이른 봄빛이 드는 터

자 마지막이다. 인왕산을 오르려거든 석굴암을 꼭 들르기를 권한다. 인왕산 옆에서 10년 넘게 살아온 사람으로 자신 있게 추천한다. 특히 진달래가 피기 전 아직 한설이 남아있을 때 봄볕을 느끼고 싶거든 석굴암을 오른다면 그 뜻을 이루리라. 그리고 안쪽으로 발을 옮겨 바위 마당에 앉아 십여분 앉아 있으면 세상의 모든 것은 차면 기울고 비우면 채워지는 것을 느끼게 되리라.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고 했는데 끝이 너무 과해졌으나 인왕산에 가거든 석굴암 바위 마당을 꼭 한번 들러보시라.


추신1

며칠전에 다시 석굴암에 올랐다. 사람들이 제법있다. 석굴암은 늘 사람이 없는 곳인데.... 내가 쓴 글을 보고 온 사람들인가하는 착각과 염려 ㅎㅎㅎ... 염려는 올라오는 길이 제법 험하고 암자는 허름해보이기 때문이다. 석굴암에 올랐으면 석굴암 오른편에 있는 바위 약수 쪽을 꼭 가봐야한다. 그곳이 핵심이다. 이말을 덧붙이고싶다. 그리고 석굴암을 지나 인왕산 정상을 향해 가면 끝없는 계단이라, 허벅지 근육이 두 배는 커질 것이다. 허벅지 근육은 제2의 심장아닌가? 홧팅이다!!!!!!!


추신2 석굴암에서 인왕산 정상가는 길

석굴암에서 인왕산 정상을 가려면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편한길이다. 석굴암에서 정상을 보고 왼쪽으로 길을 따라가면 인왕천약수터로 이어지는 데크길이 나온다. 거기서 데크길을 따라가면 범바위 아래쪽으로 이어진다. 두번째는 야생길이다. 산신갈 가는 길을 지나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평행봉이 보인다. 여기서 산쪽으로 향하면 큰 바위와 밧줄이 보인다. 밧줄을 잡고 오르면 산속 옛길이다. 그렇게 10분 오르면 치마바위 바로 아래로 이어진다. 인왕산을 오르는 최단코스이지만 가장 험한 길중 하나다. 처음 밧줄 바위만 넘어가면 나머지 싶은 무난하다. 단 야간에는 멧돼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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