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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에 숨겨진 비밀마을 능금마을

서울시내 4대 산 등정기 #3 북악산

by 미니맥스

북악산 북한산 삼각산

서울의 4대 산, 인왕산, 북악산, 낙산, 남산을 오르고 있다. 좌청룡인 낙산 우백호인 인왕산, 그래서 인왕산에 가면 인왕산 호랑이 상이 있다. 남주작 남산, 북현무 북악산의 4대 서울 수호산이다.


인왕산을 내려와서 이제 창의문이다. 창의문에서 보통의 경우 성곽을 따라 북악산 정상을 따라 오른다. 자 북악산에 오르기 전에 이름 몇 가지를 정리해 보자.


북악산이다. 북한산이 아니다. 북한산은 북악산 너머 북쪽에 있는 국립공원이다. 한강 북쪽에 있어 북한산이다. 이와 같은 이름이 삼각산이다. 북한산 절인 진관사나 천수사 또는 길상사에 가면 현판에 삼각산 **사로 쓰여있다. 삼각산은 북한산을 의미한다. 백운대, 만경봉, 인수봉 세 개의 높은 봉우리를 지닌 산으로 북한산이 삼각산으로 불린다. 옛글에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라는 글에 나오는 삼각산이 이 북한산이다. 글이 나와서 잠시 샛길로 다녀오면 이 글은 김상헌이 병자호란 때 청나라로 끌려가며 지은 글이다. 영화 남한산성을 보면 화해하자는 이병헌과 끝까지 싸우자는 김윤석이 대립한다. 영화에서는 김윤석 즉 김상헌이 자살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록에는 도망친 후 잡혀 청으로 끌려가게 된다. 이 김윤석 즉 김상헌이 지은 글이 아래 글이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올동말동 하다 하였으나 이후 김상헌은 청나라에 유배 갔다가 소현세자와 함께 귀국하였다. 인조는 그를 못마땅히 여겨 별 역할을 하지 못하다가 효종이 즉위하면서 다시 복귀, 이후 지방에 내려가 생을 마감한다. 한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어리석음이 지조로 미화된 케이스로 볼 수 있으나 그가 한양을 떠나면서 그리워한 삼각산은 다시 보게 되는 행운을 누렸음은 분명한다.


남북악산 북북악산

자 이제 북악산 이름이 명확해졌으면 북악산의 남북을 가려서 가보자. 북악산은 백운산이라고도 한다. 백운산 아래쪽 즉 청와대 쪽을 남 북악산, 백운상 정상 뒤쪽을 북 북악산으로 편의상 나눠서 부른다. 우리가 서울에서 보는 청와대 뒷산으로 북악산의 우뚝 솟은 봉우리는 북악산의 하나의 봉우리로 남북악산 일부 모습이다. 실제 남북악, 북북악을 합하면 북악산은 동서로 꽤 길게 뻗어있는 산이다. 북악산을 관통하는 북악 스카이웨이가 차로 20분을 가야 함을 통해서도 바로 알 수 있다.

보통의 경우 북악산을 오른다고 하면 남북악이다. 특히 청와대가 개방되고 나서 청와대로부터 시작되는 길이나, 기존의 창의문 시작 길이나, 삼청공원 시작길이나, 금융연수원 시작길이나 모두 남북악이다. 그러나 북북악에는 신기하거나 숨겨진 곳들이 있다. 바로 백사실 계곡과 능금마을이다.


북악스카이 웨이

인왕산을 창의문 쪽으로 내려왔으면 북악스카이와 마주하게 된다. 북악스카이 웨이는 1968년 박정희 대통령시절에 만든 것으로 나온다. 당시에는 승용차 100원 통행료도 받았다고 한다. 북악스카이웨이가 개통되면서 성북동도 만들어지고 그 개발과정을 시인은 성북동 비둘기로 표현했다. 지금은 사이클족들의 성지가 되어 아침저녁 또는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는 동호인들이 매우 많은 자전거길이다.

성곽길이 아닌 북악스카이웨이 길을 택했으면 팔각정까지 갈 수 있고 여기서 김신조 루트를 통해서 삼청각 쪽으로 향하거나, 아니면 북악산에 이어진 북한산 형제봉으로 길을 들 수 있다. 여하튼 스카이웨이 길 북쪽이 북북악인셈이다.


백사실계곡

북북악의 첫 번째 길은 부암동 커피 에스프레소 삼거리에서 시작한다. 환기미술관을 지나 산모퉁이카페에 오르면 인왕산과 남북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산모퉁이카페를 돌아 북쪽으로 길을 향하면 백석동천, 백사실 계곡길을 마주한다. 백사실 계곡은 백사 이항복의 옛 별장이라고 알려진 별서가 있던 곳으로 지금은 돌기둥의 지주만 남아있다. 그 형태는 청운문학도서관과 매우 흡사한 것으로 보인다. 작은 숲길이어서 조용히 앉아 쉬기 좋은 곳이다. 더 걷고 싶다면 현통사 쪽으로 30분 정도 둘레 길을 걸을 수 있다.


[백석동천, 백사실 계곡 이곳에서 능금마을 주민분들을 만났다]


이곳 백석동천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시는 할머니들을 만났는데 이 분들이 능금마을 주민들이었고 이들을 통해서 능금마을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후 능금마을을 직접 찾아가 보았다.


[능금마을, 부암동에서 500미터 되지 않은 곳에 숨겨진 마을이다]


능금마을

능금마을은 백석동천에서 500미터, 산모퉁이 카페에서 400미터 거리에 있다. 즉 멀지 않다. 서울의 한가운데에 있는 마을이다. 그런데 이 능금마을을 아는 사람을 지금까지 만나본 적이 없다. 산속에 완전히 숨겨진, 잊힌 마을이다.

백석동천에서 5분남짓 산속에 길이 없어 보이는 길을 가다 보면 아주 오래된 마을이 나타난다. 능금마을이다. 10여 가구가 있다. 개발이 제한돼서 아주 낡은 집들이다. 김신조 침입 이후 개발이 제한돼서 30년 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고 그런다. 북악 스카이웨이 바로 아래 마을이다. 이런 도심 아래에 이렇게 오래된 마을이 잊힌 채로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조선시대에 능금을 상납하던 마을이었다고 한다. 경복궁 뒤편은 일종의 보호지로 조선시대에는 과수원이 넓게 있었다고 한다. 능금마을도 그 과수원 중에 하나였고 그래서 이름이 능금마을이다. 그런데 북악산 안에 있다는 이유로 개발 제한구역으로 묶이고 외부와 거의 차단된 채로 할머니 할아버지들만이 남아있는 숨겨진 비밀마을이 됐다.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비밀마을이고 그래서 신기하고 신기하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엘리스의 이상한 나라 같은 느낌? 센과 치히로의 터널 건너 마을 같은 느낌? 북악 스카이웨이를 걷다 보면 산중턱에 아주 근사한 양옥 단독주택이 있다. 팔각정 조금 못가 서다. 산속에 어떻게 저런 집이 가능하지 했다. 예전 군부시절에 장군인 누가 지었나 보다 했다. 그런데 능금마을 할머니들 주장은 이랬다. 부산에 유명한 깡패가 군에 돈을 주고 지었다고 한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동네주민의 말이니 믿을 수밖에


이후에 차를 가지고 능금마을을 찾았다. 북악스카이웨이에서 백사실계곡 쪽으로 진입하면 바로 앞에 부대가 나타난다. 그곳에서 왼쪽으로 향하면 부암동 백사실계곡이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능금마을이다. 꼭 한번 방문을 권한다. 마을 주민들은 환영하지 않을 것이고 주차할 곳도 변변히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낡고 오래된 좁은 마을만 보일 것이다. 그러나 비밀의 선을 넘어보는 마음의 호사는 충분히 누릴 가치가 있다.


능금마을과 백석동천을 둘러보았다면 당연히 팔각정을 향해서 가야 한다. 팔각정과 성북동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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