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품을 수 있는 가벼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원하는 꿈대로 될 수 없다는 심히 무거운 존재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들이 떠올리고 싶을 때마다 번뜩 떠오르지는 않지만 어떤 장래희망을 생각했었는지는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 시절 누구나 생각했던 과학자와 축구선수. 과학자는 별다른 동기가 생각나지 않는다. 축구선수는 언제나 축구를 사랑했고 그리고 어느 정도 잘했기에 생각했던 것 같다. 중학교로 올라가며 축구는 자연스레 취미로만 남게 되었고 공부에도 큰 뜻이 없어 과학자 역시 잊혔다. 그러나 중학생 때엔 요리사가 꿈이 되었다. 그것도 뚜렷한 동기는 떠오르지 않지만 지금도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요리를 보는 것이나 식재료 요리방식에 관한 관심도가 높은 편인 것으로 보아 요리를 잘하는 할머니와 엄마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15살이라는 나이에 요리를 하고 싶다고 요리공부를 할 수 있었던 시기는 아니었다. 내가 방식을 모르기도 했다. 공부도 하지 않는 아이에게 꿈이란 것이 생겼다니 아버지는 바빠지셨다. 그렇게 찾은 조리과학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어떻냐 했지만 문제는 역시나 공부. 학업. 그렇게 한 번 더 꿈은 그냥 꿈으로만 보관되었다.
고등학교 땐 아무런 꿈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았다는 기억은 있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사회가 요구하는 혹은 부모가 요구하는 꿈에 대한 기억은 없다. 군대를 거치며 요리에 대한 꿈을 한 번 더 키워 도전했지만 그냥 뭐 심심하게 끝났다. 그렇게 또 시간은 흘러 고등학교때처럼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별일 없이 하릴없이 보냈다. 과거에 대한 미련도 없었고 미래에 대한 뚜렷한 목적성도 없었다. 그저 하루에 하고 싶은 것을 했다. 비록 그것들이 비루하고 욕망적이었고 누군가에겐 지나가는 일 같았을지언정 나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살았다. 멋지고 좋은 여성을 만나 하루하루 만날 생각에 설레었고 만나다 보니 더 멋진 여성이었고 그렇게 결혼을 했고 그렇게 아이를 가졌다. 잠시 잠시 스쳐가는 꿈을 이루긴 했던 것 같다. 멋진 여성을 만나는 꿈. 멋진 여성과 결혼하는 꿈. 좋은 배우자와 재미있는 신혼생활을 하는 꿈. 좋은 가정을 일구며 아이를 가지는 꿈. 내가 다시 나를 돌아보며 쓴 나의 일생에 그래도 나의 작은 꿈들을 이룬 것은 분명하다.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작은 꿈을 가벼이 생각하지 않고 실천했던 것이 이로운 것이었을까. 이렇게 서른이 넘는 나이동안 살아가며, 하루하루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망가지고 무너지고 다시 세우고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생을 사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일까. 이제 와서 나는 또 꿈이 생겼다. 학교에서 대게 가르치는 그런 직업적 꿈, 사회적 꿈이 아닌 정말 내가 하고 싶어서, 내겐 그런 가치가 너무나도 중요해서 꿈이 생겨났다. 좋은 이성을 만나 행복한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것과 같은 추상적이지만 현실적인 꿈.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과 여전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커피를 할 수 있다면 나는 이대로 살다가 죽을 수만 있다면 누구가 성공을 했든 못했든 내가 실패를 했다고 낙인을 찍든 어쨌든 나는 그냥 그렇게 늙어 죽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글을 쓰며 나는 정식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존재하긴 한다. 그와 동시에 내가 내 글을 읽다 보면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글을 쓸 때 당시 나의 정신과 나의 눈과 나의 손과 나의 자세가 내겐 너무나도 황홀하다. 글을 쓰고 있다는 자체가 내겐 행복이다. 하루하루 글을 쓰고 싶고 어떤 유형의 글을 내게서 배출해 내며 살고 싶다. 그저 글을 쓰는 나의 모습에 내게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자존감 낮은 나에겐 너무나도 중요한 글쓰기가 된 것이다. 그래서 어떤 형식으로든 글을 쓴다. 시. 소설. 산문. 그냥 내가 쓰고 싶은 대로. 내가 살아온 그 모습 그 형태 그대로. 태어난 모습 그대로. 태생적으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쫓아가며 살아왔고 현재도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아간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달릴 때 나의 모습이 내 눈에 담을 수 없지만 그 순간의 떨림 대지를 치고 나가는 발의 감촉 코로 들어오는 공기의 온도 귀와 눈으로 담는 자연. 나의 꿈. 현재 진행형이 되고 되어가고 있는 나의 꿈. 글을 쓰고 달리고 커피를 마신다.
세상 참 모르고 살아간다라는 소리도 많이 듣고 자유로운 영혼이다, 좋게 말하는 사람들은 멋지게 산다라고 들 한다. 그러나 웃긴 것은 좋은 소리를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표정과 행동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음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뭐. doesn't mattter. 그런 사람에겐 마음속으로 시끄럽게 Fxxx you 하고 만다. 나는 나의 삶을 소중히 하니 이렇게 살아가는 것임을 내가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오히려 간호사로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일하며 산다라고 하고 존중의 눈빛을 보내주며 나답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것보다 지금의 내가 보기 좋다. 그래서 글을 또 쓴다. 늦은 밤에도 이른 새벽에도. 이른 새벽에는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늦은 밤에는 어두운 조명과 맥주 한잔과 함께.
삶이 내가 살아온 형식대로 살아왔지만 안에도 작은 꿈들이 있었음을. 그리고 나는 그 꿈들을 헛되이 하지 않기도 했음을. 그렇다 함은 내가 나를 좋은 길로 어찌됐든 과정이 어떻든 인도했음을. 감사하게도 정말 감사하게도 사랑하는 글쓰기로 알게 되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