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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완성하는 브랜드와 멈춰 있는 브랜드의 차이

by 혜온

매장에서 손에 쥐었던 질감, 광고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혹은 친구가 그 브랜드를 말할 때의 표정. 그런 감각의 파편들이 차곡차곡 쌓여, 시간이 지난 후에도 어떤 브랜드는 선명하게 남고, 어떤 브랜드는 가물가물 잊혀집니다.


강렬한 브랜드는 늘 이야기의 중심에 있습니다. 단지 잘 만든 콘텐츠 하나로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입체적으로, 더 설득력 있게 ‘브랜드라는 서사’를 완성해 나갑니다. 사람들은 그 서사의 다음 장을 궁금해하며 브랜드를 기다리고, 때로는 자신의 경험을 얹어 브랜드의 이야기를 함께 써내려가기도 하지요.


우리는 이런 브랜드를 기억합니다. 단순히 훌륭한 제품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성장했고, 어떤 세계관을 꾸준히 쌓아왔으며, 매 순간 ‘무엇이 이 브랜드다’라는 메시지를 조금씩 더 명확하게 만든 브랜드. 스토리는 단편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고, 브랜드는 바로 그 서사의 축이 되어야 합니다.


한 브랜드가 시장에 등장하는 순간, 브랜드는 첫 장을 열게 됩니다. 그런데 그 이후의 전개가 모두에게 흥미롭고 긴박하게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어떤 브랜드는 한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도 다음 장을 열지 못한 채 기억 속에서 점점 퇴색됩니다. 반면 어떤 브랜드는 눈에 띄는 장면 없이 조용히 시작했지만, 시간의 켜를 쌓으며 서서히 완성도 높은 이야기로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자리를 잡기도 하지요.

96b9f650fe1f2d0af5274c3eaa35dcbc.jpg photo by @chalkak.film




완성되지 않는 이야기 vs. 이어지는 이야기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연결’입니다. 소비자와의 정서적 연결, 맥락과 맥락 사이의 연결, 그리고 무엇보다 브랜드의 지난 챕터와 앞으로 이어질 챕터 사이의 연결 말이죠.


문제는 많은 브랜드가 첫 장면, 즉 ‘출시’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 뒤를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없다는 겁니다. 초반의 마케팅 캠페인이나 비주얼 콘셉트는 화려하지만, 그 뒤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는 소비자조차 궁금해하지 않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미 멈춰버린 브랜드의 흐름은, 그 자체로 소비자와의 상상력을 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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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브랜드의 이야기를 ‘현재진행형’으로 만드는 브랜드들은 소비자가 마치 드라마의 다음 회를 기다리듯, 브랜드의 다음 챕터를 궁금해하도록 만듭니다. 이 브랜드는 무엇을 말할지, 다음 시즌엔 어떤 방식으로 자기 철학을 풀어낼지, 어떤 캠페인으로 우리의 삶과 교감할지를 끊임없이 상기시키죠. 이런 브랜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축적됩니다.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나와 함께 성장하는 존재’로 자리 잡게 되는 겁니다.




‘완성형 브랜드’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

이야기를 완성해 나가는 브랜드의 특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하나, 브랜드가 왜 존재하는지를 늘 다시 상기시키는 내러티브를 갖고 있다는 점. 그리고 둘, 그 내러티브를 매번 조금씩 다르게, 새롭게, 그러나 흔들리지 않게 풀어낸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보죠. 어떤 브랜드가 ‘시간의 가치를 믿는다’는 철학을 가졌다고 해볼게요. 그 브랜드는 제품 개발의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즌을 뛰어넘어도 가치 있는 제품을 제시할 것이고, 소비자의 일상 안에서 그 철학이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려 할 겁니다. 그리고 이 철학은 다음 시즌의 패키지 디자인, 다음 콘텐츠의 주제, 다음 스토리 속에서도 똑같이 반영될 겁니다.

즉, 브랜드 스토리는 ‘총체적인 세계관이자 태도’입니다. 이 태도를 꾸준히 밀고 나가며, 매 시즌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 브랜드야말로, 멈추지 않고 ‘완성 중’인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겠죠.




브랜드가 ‘멈춘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브랜드가 멈춘다는 건 단지 신제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통해 더 이상 새로운 감정이나 경험을 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합니다. 브랜드는 여전히 존재하고, 콘텐츠도 업로드되고, 마케팅도 진행 중이지만, 소비자와의 내면적인 연결은 정지된 상태인 거죠.


이때 필요한 건 대단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오히려 브랜드가 본래 전하고자 했던 ‘의미’에 다시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가장 본질적인 질문.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는가?”라는 질문 말이에요.

여러분의 브랜드는 지금 어떤 챕터에 있나요? 제품을 만들고, 콘텐츠를 올리는 그 모든 순간이 한 문장씩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과정이라면, 지금 여러분은 어떤 문장을 쓰고 있나요?

9c648db606f81f9cec2f5c964b6ef2e4.jpg photo by @Ethmellie




SUMMARY

1. 브랜드 스토리는 단발적 메시지가 아닌 '연결된 서사'로 이어져야 한다.

2. 완성 중인 브랜드는 계속해서 소비자와의 정서적 관계를 구축해나간다.

3. 콘텐츠보다 중요한 건, 브랜드가 이어가는 태도와 철학의 일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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