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가장 최근에 본 바이럴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혹시 몇 달 전, 혹은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챌린지나 광고를 떠올릴 수 있나요? 대부분의 바이럴 콘텐츠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히곤 합니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의 콘텐츠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브랜드의 본질로 남아, 브랜드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함께 연상되죠.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단순히 단기간에 많이 공유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연결된 ‘자산’이 되는 콘텐츠는 무엇이 다를까요?
우리는 SNS에서 콘텐츠가 ‘터진다’는 표현을 씁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한순간의 폭발적인 관심이 아니라 브랜드가 쌓여가는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입니다.
CU의 ‘편스토랑 간편식 시리즈’를 아시나요? TV 프로그램 ‘편스토랑’에서 소개된 메뉴를 실제 제품으로 출시해, 소비자가 방송을 보면서도 CU의 상품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만들었습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꾸준한 협업을 통해 브랜드가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연결되도록 한 것이 핵심입니다.
수년 전 ‘허니버터칩 대란’은 브랜드 바이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당시 SNS에서는 "허니버터칩을 구하면 인증해야지!"라는 트렌드가 생겼고, 소비자들은 마치 도전처럼 허니버터칩을 찾아 나섰습니다. 한정된 물량과 입소문이 결합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품절 사태가 반복되며 더욱 희소성이 강조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허니버터칩은 대중적으로 공급되었고, 그와 동시에 유행과 니즈는 점차 사그라들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초반의 열풍이 브랜드 자산으로 장기적인 가치를 남겼느냐 하는 점입니다.
허니버터칩의 사례는 단기적인 바이럴 성공이 반드시 지속적인 브랜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유행이 끝난 후에도 브랜드가 소비자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기 위해서는 제품을 넘어선 감성적 연결과 지속적인 스토리텔링이 필요하지만, 허니버터칩은 이러한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이 현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두 가지 핵심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1) 희소성 중심의 소비 패턴
허니버터칩의 초기 성공은 ‘구하기 어려운 제품’이라는 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맛에 대한 호기심만이 아니라 "희소한 것을 가지는 행위 자체"에 반응했고, 이는 SNS에서의 인증 문화와 맞물려 강한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이후 제품이 대중적으로 유통되면서 더 이상 ‘손에 넣어야 할 특별한 제품’이 아니게 되었고, 소비자들은 빠르게 흥미를 잃었습니다.
즉, 사람들이 허니버터칩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인식하고 애정을 쌓은 것이 아니라, "한정판을 손에 넣었다는 만족감"에 집중했기 때문에, 제품이 일반적인 유통망에서 쉽게 구매 가능해진 순간 자연스럽게 구매 동기가 사라졌던 것입니다.
이와 정확히 반대의 케이스를 살펴볼까요? 이후에도 언급하겠지만, 스타벅스의 시즌 한정 음료는 매년 일정한 주기에 맞춰 출시되며 "한정적이지만 반복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스타벅스의 소비자들은 단순히 희소성 때문에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매년 같은 시기에 특정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감성적인 연결을 형성하게 됩니다. 반면, 허니버터칩의 경우 이런 감성적 경험이 일관성 있게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적인 트렌드가 지나간 후 브랜드가 소비자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을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2)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부재
허니버터칩이 초기에 "단짠단짠한 감자칩"이라는 명확한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를 내세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후 브랜드 차원에서 제품의 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축하지 못한 점이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 형성에 있어 가장 큰 한계로 작용했습니다.
물론 허니버터칩은 이후 새로운 맛을 출시하며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제품이 단순한 ‘추가적인 옵션’으로 인식되었을 뿐, 소비자들이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지속적인 브랜드 경험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허니버터칩은 한때 감자칩계의 새로운 열풍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열풍이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습니다. 만약 허니버터칩이 지속적으로 "단짠 스낵의 대표 브랜드"라는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거나, 소비자가 감성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했다면, 유행이 지난 후에도 더 탄탄한 브랜드 자산을 구축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바이럴은 순간이지만, 브랜드 자산은 지속적이어야 한다.
허니버터칩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단기적인 바이럴 성공이 브랜드(Product Brand)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자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유행이 끝난 뒤에도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찾도록 만들려면, 순간적인 주목을 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강한 브랜드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소비자와의 관계를 유지합니다. 단기적인 바이럴 성공을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하려면, 소비자가 제품 자체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감성과 철학, 그리고 지속적인 경험을 통해 브랜드와 연결될 수 있어야 합니다.
바이럴은 한순간이지만, 브랜드는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남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브랜드 콘텐츠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기억되는 ‘브랜드 자산’으로 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들은 보통 재미있고 도파민을 자극하는 콘텐츠에 끌려 영상 시청을 시작하지만, 재미있는 콘텐츠는 그저 지나가는 수초에서 수분의 잊혀지는 기억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어떤 브랜드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그 콘텐츠가 전달하는 철학과 가치에 달려 있습니다. 즉, 단기적으로 흥미로운 콘텐츠가 관심을 끄는 요소라면, 브랜드 철학과 가치는 그 관심을 유지시키는 요소입니다. 만약 브랜드가 단순히 자극적인 콘텐츠에만 집중하고 의존한다면, 소비자는 브랜드의 에센스를 망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스타벅스의 ‘체리블라썸(벚꽃) 시리즈’, 여러분도 아시지요? 스타벅스는 매년 봄이 되면 체리블라썸을 테마로 한 음료와 MD(머천다이즈) 컬렉션을 출시하는데, 단순히 시즌 한정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감성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활용합니다. 스타벅스의 팬들은 "올해도 스타벅스 벚꽃 시즌이 왔다"는 인식을 가지며, 스타벅스의 시즌 컬렉션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하나의 브랜드 문화로 자리 잡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콘텐츠는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과 맞물리며 매년 반복되는 브랜드 자산으로 남습니다.
바이럴 콘텐츠는 한순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희미해지기 마련입니다. 반면, 브랜드 자산으로 남는 콘텐츠는 소비자의 기억 속에서 특정한 단서(Cue)로 작용합니다.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도록, 특정한 감각적·정서적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다시 스타벅스의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스타벅스의 크리스마스 시즌 컵을 떠올려 보세요. 매년 겨울이 되면 스타벅스는 연말 감성을 담은 특별한 디자인의 홀리데이 컵을 출시합니다. 이런 제품군들은 단순한 음료 용기를 넘어, 소비자들에게 "이제 연말이 다가왔구나"라는 감각적 신호로 작용합니다. 소비자들은 스타벅스의 크리스마스 컵을 보며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떠올리고,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한 번 더 스타벅스를 방문하기도 하겠지요.
이처럼 브랜드가 소비자의 기억 속에서 특정한 감각적 신호를 형성하면, 단기적인 트렌드를 넘어 브랜드가 ‘일상 속 기억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브랜드를 보면, 특정한 감정이 떠오른다"는 연상 작용이 만들어질 때, 브랜드 콘텐츠는 단순한 바이럴을 넘어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소비자는 한 번의 콘텐츠보다, 브랜드가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경험에 더 깊이 반응합니다.
노티드(Knotted)의 ‘행복한 도넛’ 스토리텔링을 살펴봅시다. 노티드는 단순히 맛있는 도넛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브랜드 자체를 ‘기분 좋은 순간과 연결되는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노티드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단순히 도넛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기분 좋은 순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드는 콘텐츠 전략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Knotted Weekly Schedule’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가 한 주의 일상을 노티드와 어떻게 함께할지를 제안하며, 팔로워들이 브랜드와 함께하는 작은 일상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처럼요. 단순한 프로모션이 아니라, 노티드가 소비자의 삶 가까이에서 ‘일상을 더 달콤하게’ 만들어가는 경험을 제안하는 것이죠.
또한, 브랜드 캐릭터 ‘슈가베어(Sugar Bear)’는 단순한 마스코트가 아니라 브랜드가 소비자와 감성적으로 교류하는 핵심 요소로 활용됩니다. 슈가베어는 제품 패키징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릴스, 스티커, 오프라인 매장 등 다양한 채널에서 등장하며, 브랜드의 따뜻하고 긍정적인 세계관을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소비자들은 이 캐릭터를 통해 단순히 도넛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노티드가 제안하는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에 참여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브랜드가 일상의 작은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감성을 지속적으로 스토리텔링하면서,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노티드의 세계관에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겠지요.
소비자들은 단순히 노티드 도넛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노티드라는 브랜드를 접할 때마다 행복한 경험을 떠올리게 되고, 브랜드와 감정적으로 연결됩니다. 이는 단기적인 바이럴보다 훨씬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되는 좋은 예시이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 콘텐츠, 대박났다!"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한순간의 대박이 아니라, 브랜드의 스토리가 점진적으로 쌓여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브랜드는 단순히 바이럴을 목표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시간이 지나도 브랜드를 기억하고,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SUMMARY
1. 브랜드는 쌓여야 남는다.
순간적인 주목보다,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콘텐츠가 장기적인 영향력을 만든다.
2. 한 번의 열풍보다, 반복되는 연결이 중요하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찾게 하려면, ‘익숙한 기대감’을 만들어야 한다.
3. 기억의 단서를 심어라, 브랜드는 감각과 함께 떠오른다.
소비자가 특정 순간, 계절, 감각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떠올리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