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건배사에나 등장함직한 사자성어의 대비
바야흐로 망년회(忘年會) 시즌이다.
국어사전이 정의하는 ‘망년’은 명사로써 “연말에 한 해를 보내며 그해의 온갖 괴로움을 잊자는 뜻으로 베푸는 모임”이다.
그러나 이 망년회란 말은 일제 잔재라 하여 사용을 꺼리는 이도 간혹 있다.
일본에서는 연말에 가까운 사람끼리 모여 힘들었던 것들, 어려웠던 것 들을 모두 잊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자는 취지에서
망년회를 개최하곤 했다.
하지만 고려·조선 시대에도 망년(忘年)이란 말이 있었다.
일본에서 망년은 ‘일 년 동안의 노고를 모두 잊는다’지만, 우리는 ‘나이를 잊는다’ ‘나이 차이를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였다.
국어사전은 망년을 “1. 그해의 온갖 괴로움을 잊음.
2. 나이의 차이를 잊음.” 으로 정의하고 있다.
망년에 관한 한, 일본은 정의 1을 택하고 있고, 한국은 정의 2를 택하지 않고 있나 싶다.
인문학자 박상표 씨에 따르면, 고려 무신정권에서 살아남은 문신들이 ‘망년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나이를 따지지 않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의미였다.
아마도 당시에 무인들의 쿠데타로부터 목숨을 건진 문신들은 “우리가 남이가?” 의식이 강해 동료, 선•후배들의 나이차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 않나 싶다.
연말에 학교, 회사 등의 단체에서 혹은 가족끼리 액땜을 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모이는 것을 가리켜서는 송년회라고 한다.
망년회 하면 의례히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건배사용 사자성어다.
의미 있는 사자성어로 모임의 주체자가 한 해를 잘 요약하면서 마무리 짓는 트렌드가 있는 것이다.
교수신문이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라는 뜻의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꼽았다
2001년부터 연말기획으로 교수신문에서 공표하는, 그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가 선정된다.
해당 연도에 대한민국에서 있었던 사건과 그 사건에 대한 한국인의 입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01년 첫 번째로 채택된 사자성어는 오리무중(五里霧中).
김대중 정권 말기 이후 정치판도가 그야말로 앞을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채택된 것이다.
사자성어는 아니지만 함축어도 많이 연말건배사로 등장한다.
그중 하나를 예를 들자면 ‘사의제
(四宜齊)‘다.
'사랑과 의리로 제대로 살자!'라는 뜻이다.
’사의제'는 다산 정약용 대학자가 강진 유배 생활을 하면서 기거하던 곳의 현판이다.
사의제(四宜齊)는 선비가 갖춰야 하는 마땅한 네 가지를 실천하는 집이란 뜻으로 첫째 생각은 맑고 바르게, 둘째 용모를 단정히 하고, 셋째 말을 신중히 적게 하고, 넷째 행동은 반듯하게 더욱 무겁게 할 것을 자신에게 주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척박한 유배 생활을 위해서는 매사에 경계하고 삼가는 태도 밖에는 없음을 느낀 나머지, 스스로 이의 실천을 다짐한 것이다.
망년회가 무르익어 가는 시점에 벌써 여기저기서 희한한 사자성어 외침이 감지된다.
다름 아닌 ‘ 압수수색’!
보수니, 진보니 이데올로기에 관계없이 술자리마다 ‘압수수색’이 많이 등장한다.
곱씹어 볼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