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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방식이 때론 디지털 방식보다 더 좋을 때가 있다

by DKNY JD




세상에서 가장 짧은 편지는 어떤 편지일까?


언젠가도 언급한 기억이 나지만, 다시 한번 반복해 본다.


바로 ‘?’만 적힌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편지다.


출간한 책의 판매 결과가 궁금했던 위고가 ‘내 작품이 잘 팔리고 있습니까?’라는 뜻을 담은 를 적어서 출판사 담당자에게 보낸 것이다.


더더욱 가관이자 흥미로운 사실은 출판사 직원의 답장이다.


답장을 열어 보니 !만 적힌 편지가 들어 있었던 것.


‘책이 잘 팔리고 사람들의 평가도 좋다.’는 의미를 담은 담당자의 재치 있는 답장이었다.


정말 간단하고도 멋진 의사소통이 아닌가 싶다.


빅토리 위고의 이 편지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편지라는 타이틀과 더불어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간결이 소통의 아이콘이 돼버린 시절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간결한 문체가 오가는 게 요즘 SNS를 통한 MZ세대는 물론 현대사회 의사소통의 방법이다.


그러나 간결만이 능사는 아니다.


문자나 톡을 이용해 의사 전달할 경우, 생각지 못했던 의사소통의 블랙홀이 가끔 생기기 때문이다.


더더군다나 감정이나 말의 억양, 높낮이가 생략된 채 의사가 전달되다 보니, 메시지를 읽으면서 감정의 기복이 잦다.


불필요한 오해가 증폭되는 것이다.


기분 좋을 때 메시지를 받았다면 ‘노 프로블럼’ 일 수가 있을 것을 식상했을 때 받는 바람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거두절미한 채 가상의 시나리오를 한번 만들어 보자.


남자 친구가 “우리 호텔 가서 밥 먹을 까?” 하면서 던진 메시지가 여자 친구에게는 “미친놈!” 이 되어 부메랑으로 되어 돌아올 때가 있다.


남친은 여친에게 호텔의 비싼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서 근사하게 밥 한 끼 먹이고 싶은 게 다 였는데… 그날따라 신용 카드 값을 못 갚아 연체가 돼버린 여친의 입장에서는 비싼 호텔 밥이 목구멍에 넘어갈 리가 만무인 것이다.


통화를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법 한 걸, 문자로 해서 사달이 난 케이스다.


이모티콘도 많은 실수를 야기한다. 간략하게 감정을 대신해 표현하는 이모티콘이 시의적절하게 사용되지 못하고 엉뚱하게 사용되거나 실수로 상대방의 기분을 일 그러 뜨릴 때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가령 부고 통지를 받고는 문자로 회신할 때 스마일 이모티콘이 실수로 보내졌다면 아무리 실수라 해도 용납이 될 수 있을 까?


문상 가서 고인에게 추모의 절을 올리는데 주머니 속에 넣어둔 핸드폰을 묵음으로 전환시켜 놓지 않은 탓에, 컬러링으로 설정해 놓은 민요 ‘와 이리 좋노’가 울려 퍼지는 것과 다를 바 가 없는 것 아닐까 싶다.


암호 역시 단축형의 원조다. 암호는 부호로 되어 있어서 감정이입이 안된다.


그러나 문자나 톡은 다르다. 편지, 전보, 이메일 등등 모든 것을 이들이 대신한다.


아무리 디지털 세상이라 해도 가끔씩 부모님께는 전화를 걸자.


아날로그로의 변환을 시도해 보자. 영상 통화 말고, 올 곳이 음성 통화를 하자.


아마도 우리 아들, 딸이 전화 걸어왔다며 온 동네 사방천지에 자랑할 것 같지 않은 가?


더더욱 부모님께는 자주 전화를 드리자. 번호가 입력되어 있는 탓에 그냥 단축 다이얼이나 부모님 존함 찾아 툭 하고 손끝으로 터치만 하면 되는 세상 아닌 가…


아무리 문자나 톡이 대세인 세상일지 언정, 가끔씩 전화를 걸어 부모님께 근황을 전하는 아름다운 딸, 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렵지 않아 보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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