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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고수부지에서 찾을 수 있는 소확행

걸으면서 얻는 건강, 거기에 재미난 볼거리는 덤

by DKNY JD

개인적으로 한강 고수 부지를 따라 걷는 걸 좋아한다. 코스는 두 가지 다.


한강변에 사는 가장 큰 베네핏은 바로 맑은 공기 마시며, 시원한 강물을 바라보면서 걷는 게 아닐까 싶다.


한강대교를 기점으로 동코스, 서 코스 이렇게 나뉜다.


서코스는 원효대교, 63 빌딩, 마포대교를 거쳐 서강대교까지 편도 약 5km 루트다.


동 코스 역시 한강대교를 기점으로 동작대교를 거쳐 반포대교까지의 코스로 둘 다 비슷한 거리다.


왕복 10km 남짓으로 약 두 시간에 걸쳐 내 걸음으로 1만 2 천보 가량이다.


사색과 건강에 이것 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한강물의 수위 변화는 어떤 때는 안타까움, 위험성을 전해줄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솔솔 한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우선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밀물과 썰물을 접한다. 바다의 밀물 썰물은 매일매일 일어나는 자연 현상이지만, 한강의 밀물 썰물은 우기와 건기 때만 발생하는 계절성이다. 그래서 ‘짝퉁 밀물 썰물’이라 칭해본다.


우선 강이 범람하는 장마철에는 한강대교 부근의 한강수는 바로 옆 올림픽대로까지 치고 올라오는 기세를 부린다.


노들- 여의도 구간의 노들로와 올림픽 대로의 일시적인 도로 폐쇄는 연례행사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빠지지 않고 일어난 자연재해다. 10 m 가량의 가로등이 거의 다 잠기는 현상까지 목격했었다.


이를 짝퉁 밀물의 시기라고 칭 한다면, 최근의 갈수기는 짝퉁 썰물이다. 강 가장자리가 물이 빠져 강 안쪽으로 10m가량 뻘이 드러난 곳도 있다.


“한강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라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 이해가 가는 장면이다.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의 행보가 이 한강의 짝퉁 밀물 썰물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생뚱맞은 생각을 다 해 본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기를 누릴 때와 명예롭게든, 불명예롭게든 무대에서 사라지고 나는 게 흡사 한강 물 질량 보전의 법칙과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넘침과 썰렁함으로 대별되는 게 한강과 정치인 또는 연예인과 흡사한 것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와 지금처럼 어느 정도 활동이 자유로워진 것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온다.


지난 2년간 조금 과장되게 표현해서 파리 한 마리 없이 썰렁했던 고수부지 잔디 광장이 밀려드는 무수한 인파로 밀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돗자리 깔고, 텐트 치고 맛있는 음식 갖고 와 나눠먹는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다.


가족단위 아니면 커플(2명) 또는 두 커플(4명) 규모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재미난 건 커플의 경우 아베크 족 보다 여성끼리의 조합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남녀가 쌍을 이루어 한강변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 데이트족이 더더욱 풍성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 또 맞벌이하느라 아이들을 돌 볼 수가 없다는 이유로 결혼을 기피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빨리 짝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서 ‘대한민국 =인구절벽’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어서다.


새들의 움직임도 재미난 볼거리다. 한강 워를 V자 대열로 저공비행하는 철새들의 집단 비행은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률적인 지휘체계에 혀를 두르게 한다. 대열이 전후로 좌우로 자유자재로 변하는 건 한강변 가까이서만 볼 수 있는 정말 진기한 볼거리다.


리더가 중요함은 새들 세계에서도 매 한 가지다.


요즘에는 남쪽나라에서 바다 건너 한반도로 와, 한강을 따라 올라오는 철새들이 많은 편인 것 같다.


날씨 때문에 더 이상은 힘들겠지만 주말마다 고수부지에서 개최되는 무명가수들의 버스킹도 귀를 행복하게 해 준다.


평일 저녁 8시 이후와 주말 오전 10시경에는 20-30 명 단위로 달리기 하는 젊은이들을 지주 만난다. 직장인 또는 대학생들의 달리기 동호인 모임이다. 건강을

지키겠다며 열심히 달리는 젊은이들의 건전하고 반듯한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예측해 본다. 참 기분 좋은 일이다.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한 한강 유람선, 제트 스키, 요트들이 밤에 한강을 우렁차게 활보하는 모습도 장관이다.


2천만 수도권 인구의 젖줄 “한강은 정말 위대하고 아름다운 강이다”라는 생각을 해 본다.


서울 생이라 그런지 , 한강을 평생 보면서 살아온 게 ‘당연하다, ‘ ‘무감각’이었건만, 최근 몇 년 동안 고수부지 걷기를 한 탓에 한강은 매력 덩어리가 되어 내게 다가온다.

한강에서 소확행을 느끼는 한강 마니아가 된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걷고 있는 한강 고수부지! 내일도 변함없이 걸을 수 있는 건강이 영원히 수반되어 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이른 아침이다.


소파에 누워 졸면서 TV를 통해 월드컵 보는 것도 좋지만, 이부자리를 박차고 찬 공기 마시며 걷는 한강으로 나가야겠다.


이 정도면 한강변 걷기… 중독인 것 같다.


허나, 괜찮은 아니 바람직한 중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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