쩨쩨하게 스리…
영어는 참 어렵다.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미국 이민 한인 1세대 중에 발음이 매끄럽고, 목소리만 들었을 땐 원어민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만, 정작 어휘 구사능력이나 억양, 문법 등을 살펴보면 영락없이 이방인인 경우가 많다는 게 원어민들의 전언이다.
미국 한인 1세 교포사회에서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분들이 눈치코치 만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 역시, 아직도 많은 게 현실이다.
눈치 백 단 이다.
그런데 이 눈치코치가 안 먹힐 때도 의외로 많다.
실제 경험에 기초한 에피소드다.
에피소드 목격담 1:
미국에서 커피를 마실 때는 우유나 설탕을 뺀 블랙커피, 일반 우유를 타서 먹는 밀크 커피, 저지방 우유를 타 먹는 저지방 우유 커피, 우유와 크림을 반반씩 섞은 half and half를 첨가하는 ‘하프 앤드 하프’ 커피 등을 꼽을 수 있다.
한 번은 뉴욕에서 미국 생활을 나름 오래 하신 나이가 지긋한 재미교포 한 분과 맨해튼의 유명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영화 대부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는 아주 유명한 스테이크 하우스 , Spark’s 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난 뒤에 웨이터가 커피 주문을 받으면서 벌어진 아주 아주 기억에 남는 해프닝이다.
웨이터: “How do you take your coffee?
Do you want to have whole milk or half and half? “
“커피를 어떤 것으로 드시겠어요?
일반 밀크를 넣은 커피로 할까요?
아니면, 하프 앤드 하프를 넣은 커피로 하실까요? “
이 정도가 적절한 번역이지 않나 싶다.
그런데 갑자기 이 연세든 교포 분이 웨이터에게 손을 절래 절래 흔들며 “노 노! 하면서 ‘just two, two…’ 하는 것이 아닌가?
그다음에 내게 한 한국말이 나를 빵 터지게 만들고 만다
“쩨쩨하게… 커피 한잔을 뭘 둘로 나눠, 그냥 두 잔 가져오면 될 것 갖고…”
웨이터가 한 말 중에 알아들은 단어가 유일하게 ‘하프 앤드 하프’ 였던 탓에, ‘커피 한 잔을 둘로 나누어 다가 줄 까?‘라는 의미로 지레짐작한 나머지 벌어진 그야말로 ‘돌발영상’이었다.
그 후, 이 분에 대한 나의 호칭은 ‘Mr. half & half’다.
에피소드 목격담 2:
오래전, 뉴저지주의 한 회원제 (Private) 골프장에서 여름에 있었던 해프닝이다. 아니, 이 역시 코미디디.
미국은 골퍼가 골프 카트를 페어웨이 안에까지 자유자재로 몰고 들어가 골프를 칠 수 있다.
한국처럼 카트 전용 도로가 있어 포장된 도로만 따라다니는 게 아니고, 페어웨이를 자유자재로 누비면서 비 올 때만 빼고는 골프를 치는 게 가능한 것이다.
그날은 그 전날, 비가 많이 온 탓에 페어웨이 곳곳에 물이 흥건히 고여 있는 상태였다.
그런 날이면, 골프장 마샬(골프 코스 관리인)은 스타트 홀에서 반드시 일장 연설을 한 후에, 골퍼들을 내 보낸다.
“간 밤에 비가 많이 온 탓에, 골프 카트가 페어웨이 안에 까지 들어가면 잔디가 훼손된다. 카트 진입을 불허하는 게 맞지만, 오늘은 특별히 골프 카트의 페어웨이 진입을 허용한다. 그 대신 골프 카트를 지그재그로 몰지 말고, 90도(직각)로 운전해 페어웨이에 들어가 샷만 하고 다시 카트 길로 나와서 잔디 훼손을 최소화시켜 주어야 한다”다.
갑자기 일행 한 명이 혼잣말로 뭐라 뭐라 한다.
그 소리에 나머지 골퍼들이 요절 복통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늘 날씨가 이렇게 무더운 가?” 단 이 한 마디에...
마샬의 일장 연설 중 알아들은 단어가 유일하게 ‘90 degrees (90도)로 꺾어라’의 ‘90 degree’였던 탓에, 이를 그날의 화씨온도로 오인, 섭씨 33도가량의 무더운 날씨로 지레짐작한 것이다.
그 후로, 이 분의 별명 역시 ‘Mr. 90 degree’가 돼버린 건 당연지사!
한국인에게 영어는 영원한 짝사랑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나 역시, 미국에서 잠시 잠시 살 때, “당신의 꿈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 “나의 꿈은 영어로 꿈꾸는 것”이라고 했을 정도다.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참 좋겠다!
영어 스트레스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스트레스 없을 까?
“사람 사는 것은 지구촌 그 어느 곳에서나 똑같을 것 같다, 아니 다 똑같다” 로 위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