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요리의 양대산맥 안키모, 푸아그라 예찬
‘간’을 주재료로 하는 음식이 흔하지는 않다.
소 간을 저며서 밀가루를 무치고 달걀물에 담갔다가 지져 내는 간 전과, 아귀 간 요리(안카모), 거위 간 요리(푸아그라)가 얼핏 떠오를 뿐, 간을 주재료로 하는 요리는 그다지 많지 않다.
안키모와 푸아그라는 무엇인가? 생소하다면 생소한 음식이다. 한번 어떤 음식인 지 알아보고 싶은 발동이 걸린다.
‘아귀 간(안키모)’는 일본인 미식가들 사이에서 바다의 ‘푸아그라(거위 간)’로 불리운다.
세계의 3대 진미인 ‘푸아그라’에 버금가는 고급진 음식으로 예우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음식이지만, 일부 한국 일식당에도 있다.
안키모는 비주얼로 보자면 햄을 연상시킨다. 굵은 진주 햄 소시지와 흡사하다.
아귀 간은 생으로 먹기가 버거로웠기 때문에 제철에 아귀의 내장을 분리하여 핏물을 빼고 힘줄을 정리해서 청주 등에 담가 잡내를 제거한 후에 틀에 각종 양념을 넣어 형태를 만든 후, 찜기에 쩌내 필요할 때 내놓는 일본 요리가 그 뿌리다.
국내의 고급 일식당에서도 제철에 아귀 간을 별도로 구매해서 업소별로 특성 있는 안키모를 만들어서 그때그때 고객들에게 별미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재료의 선도인 바, 산지가 아니면 제 맛 내기가 쉽지는 않다.
안키모는 따라서 조리해서 냉장이나 또는 실온 보관 상태에서 먹는 게 일반적이다.
안키모를 먹기 좋을 만큼 잘라 폰즈소스(간장, 미림, 정종, 레몬, 유자 첨가 소스) 또는 무즙과 고춧가루를 곁들이면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심플하게 와사비와 채 썬 양파 만으로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서양사람들은 3대 진미로 철갑상어알인 캐비아, 송로버섯과 그리고 거위 간을 꼽는다.
프랑스 요리 중 전채요리(오르되브르)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 거위간이다.
주 재료인 거위의 간을 부풀리기 위해 거위 도살 전, 수도를 연결한 고무호스를 거위 입에 삽입시키고 강제로 물을 먹이는 학대 행위 때문에 동물 애호가들 사이에는 극강 혐오 식품으로 꼽힌 적도 있으나, 지금은 이러한 학대 행위는 많이 사라졌다.
푸아그라(Foie gras 요리는 프랑스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거위의 살찐 간을 재료로 요리를 만든 곳은 원래는 고대 이집트였다.
겨울에 추위를 피하기 위하여 나일 강에 날아온 거위와 오리들이 겨울이 끝난 후 북쪽으로 돌아가기 위한 장거리 여행을 위해 무화과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 무화과를 많이 먹은 거위들의 간에 지방이 많이 축적돼 영양은 물론 맛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거위에게 무화과를 많이 먹이고 거위를 잡아, 간 요리를 해 먹었다는 게 거위 간 요리의 기원이다.
그러나 이 거위 간 요리는 프랑스로 건너가 고급진 요리로 대접받게 됐으며 프랑스가 푸아그라 종주국처럼 인식되고 있다.
푸아(foie)는 프랑스어로 “간(liver)”을, 그라(gras)는 “지방의, 살찐(fatty)”이란 의미다.
따라서 푸아그라(foie gras)는 말 그대로 “지방간(fatty liver)”을 의미한다.
프랑스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그리고 특별한 날에 레드 와인을 곁들여 즐기는 특식이다.
연말연시다.
주변의 좋은 분들과 안키모를 안주로 해서 사케를 한 잔 마시는 것도, 또는 레드 와인과 함께 푸아그라를 음미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올 한 해도 잘 견뎌준 자신에 대한 격려 차원에서도 이는 나빠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