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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계절 노래처럼, 잊혀져 가는 정월대보름 되찾자

부럼도 깨고 오곡밥에 여러 나물 먹는 문화 되찾자!

by DKNY JD

2월 5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올해의 첫 보름(음력으로 그 달의 열 닷새 째가 되는 날) 이자, 해가 바뀌고 보름달이 처음으로 뜨는 날이다.


한자어로는 ‘상원(上元)’이다.


위키백과에 기초하면 상원이란 중원(中元 : 음력 7월 15일, 백중날)과 하원(下元 : 음력 10월 15일)에 대칭이 되는 말로써 이날은 우리 세시풍속에서는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 날로, 설날만큼이나 비중이 큰 날이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에는 보름달이 가지는 뜻이 아주 강열하다.


정월대보름이 우선 그렇고, 설날과 비중이 같은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도 보름날이다.


농경을 기본으로 하였던 우리네 문화이기에 대지의 여신에게, 풍요를 갈망하는 상징적 의미로 보름달을 섬긴 게 아니었나 싶다.


어렸을 때의 기억을 복기하자면, “이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샌다”는 말이 가장 무서웠던 기억으로 남는다.


“눈썹이 하얗게 변한다”라는 말을 순진하게 믿었기 때문에, 잠을 참으며 뜬 눈으로 날을 샜던 기억도 난다.


잠을 참지 못하고 자는 아이들에게는 집안 어른들이 몰래 눈썹에 쌀가루나 밀가루를 발라 “눈썹이 샜다”면서 놀려주곤 했다.


정월보름날 아침이 되면 ‘부럼 깨기’를 하면서 “내 더위! 사 가라”를 외쳤던 기억도 난다.


만사형통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며 호두나 땅콩을 입으로 깨서 마당에 던지는 풍습이었다.


이렇게 하면 한 해 동안 부스럼이 몸에 나지 않는다고 굳게 믿었다.


“부럼을 깨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


비슷한 발음의 단어끼리의 기똥찬 표현이다.


설날 떡국을 먹으며 한 살을 더 먹는 풍습이 있다면, 정월대보름의 상징은 이 부럼 깨기가 아닐까 싶다.


‘귀밝이술’ 마시기도 기억이 난다. “이날 술을 한 모금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 는 말을 믿고, 어린아이들도 술을 한 모금씩 마시곤 했던 기억이 나는 것이다.


여기에는 “좋은 말만 듣고 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한다.


일명 찰밥이라고 불리는 오곡밥은 정월대보름의 백미다.


하이라이트인 것이다.


찹쌀, 기장, 수수, 서리태, 적두를 섞은 잡곡밥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일종의 염원밥이다.


왜 굳이 이들 종류의 오곡밥일 까?


가을 추수 때 가장 잘 자라던 곡식들을 모아 한 공기에 담으니 , 항상 이들 다섯 가지의 곡식으로 귀착되곤 했기에 이들 다섯 가지의 오곡밥을 자연스레 이날 먹게 된 것이라고 한다.


진채(陣菜)도 빼놓을 수 없는 대보름 음식이다. 묵은 나물이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박, 버섯, 콩, 순무, 무잎, 오이, 가지껍질 등을 가리키는데, 여름에 더위를 타지 말라고 해당 나물을 준비했다는 조선시대의 기록이 있다.


나물은 고사리, 호박고지, 무말랭이, 가지나물, 무나물 등 말려놓은 것들로 만들어 먹는다.


다리밟기는 말 그대로 다리를 밟아 밟은 사람의 다리가 튼튼해지라고 하는 풍습이다.


정월대보름 밤에 다리를 밟으면 다리병을 앓지 않는다고 굳게 믿었다


답교 또는 답교놀이라고 하며 전국적으로 성행하였다.


초저녁에 달을 맞이하는 행위인 달 맞이도 중요한 의식이다.


보름달이 떴을 때 이달을 보면서 소원을 빈다


대보름날 달이 뜰 때 모아놓은 짚단과 생소나무 가지를 묶어서 무더기로 쌓아 올린 "달집"을 세운 다음, 불에 태워서 놀며 풍년을 기원하며 소원을 비는 풍습, 예부터 풍년을 기원하는 풍속, 달짚 태우기도 빼놓을 수 없는 놀이다.


매서라고 해서 남에게 더위 팔기도 인기다. 먼저 말을 해야 더위를 남에게 판다고 해서, 얼굴만 보면 잽싸게 “ 내 더위 사가라!”를 외쳤던 기억도 새롭다.


부잣집의 흙을 가져다가 자기 집의 부뚜막에 발라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한다는 복토 훔치기도 기억이 난다.


정월대보름도 “그때를 아시나요?”처럼 우리네에게서 잊혀 가는 대표적인 풍습, 문화가 아닐까 싶다.


더더군다나 가정 내 조리문화가 배달문화에게 찐 점령 당해, 실종되다시피 하고 있는 시점에 주방에서 대보름 음식을 장만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처럼 비추기까지 하는 세상이 돼버렸다.


그래도 미련이 남는다.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이 정월대보름을 자극한다.


다섯 가지 곡식으로 밥을 짓고, 다섯 가지나물을 정성스레 만들어 양푼에 깡그리 넣고, 그 위에 고추장 두어 술 과 참기름 듬뿍 넣어 얼기설기 비빈 채, 입 크게 벌려 다소 우악스럽게 먹으면서 우리네 민족 풍습을 되살려 보는 것도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는다.


나부터라도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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