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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새끼 만도 못한 놈은 되지 말자!

‘서생원=쥐’

by DKNY JD

서생원(鼠生員)은 쥐의 높임말이다.


우리네 성씨의 서 자를 써서 ‘徐生員’으로 부를 것 같지만, 쥐 서(鼠)의 ‘서’ 자를 쓴다.


소리가 성(姓)씨로서의 서(徐)와 같은 우리네 발음이어서 인지, 서생원(徐生員)과 자연스럽게 혼용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어렸을 때 서(徐)씨 성을 가진 친구들을 놀릴 때, “서생원 서 씨, 쥐만도 못한 놈!” 이라며 놀려댔던 기억도 새록새록 살아난다.


쥐는 인간과 가장 밀접한 관계, 아니 지근 지척에서 살고 있는 동물이지만, 인간들은 쥐를 애완동물은 커녕, 극혐오 동물로 취급한다.


하수구를 들랑달락 해서 인지, 재래식 뒷간(변소)에서 툭하면 아무 때나 튀어나와서 인지, 아무튼 위생과 연관 지어도 결코 달가 운 상대는 아니다.


지금은 듣기도 보기도 힘든 시골집의 천장 안에서 옛날에는 쥐들이 운동회를 벌이듯 달음박질하는 바람에 밤에 자다가 어른들이 잠이 깨는 경우도 일쑤였다.


이때 ‘저 놈의 쥐새끼들이!’ 하면 더 시끄럽게 하여 잠을 못 자게 한다는 미신 때문에 ‘허, 허, 서생원. 그만들 주무시게’하는 높임말로 쓰는 생원이 오늘날의 쥐의 높임말이 된 것이라도 민속학자들은 유추한다.


생원은 크게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한 나이 많은 선비를 높여 불러주는 호칭이다.


’ 허생전’의 주인공이 허생원이고, 서생원은 허생원에서 성씨만 쥐의 성 ‘서’로 교체했을 뿐이다.


서생원이라는 존칭에 걸맞게 쥐가 가장 대접받는 곳은 단연 미국이다.


월트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를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미키 마우스의 탄생은 다음과 같다. 디즈니 홈페이지에 기초하자면…


“미스터 디즈니가 디즈니 월드로 대박 나기 전, 돈이 없이 별 볼 일 없이 지내며 기차의 화물칸에 몰래 무임승차하며 여기저기 방황하던 시절, 같은 화물칸의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먹이를 찾아 부지런히 움직이는 쥐를 보고 영감을 얻어 채택한 게 만화 속 주인공 ‘미키 마우스’다.


자신과 쥐를 어려운 일을 직면하고 뚫고 나가는 동일선상의 인물로 간주하고, 쥐의 일상생활을 만화 시리즈의 주제로 삼은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쥐는 미국 사람들의 혐오 대상 1호였다.


그러한 ‘쥐새끼’가 시쳇말로 미국에 서는 일약 스타가 됐다.


이때부터 생쥐들이 사랑받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베스트셀러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바람직한 행동을 하는 주인공으로도 캐스팅되는 등 생쥐전성시대의 문을 연다.


그런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쥐를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사람들이 먹기에도 모자라는 온갖 곡식을 축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다음으로는 중세에 패스트를 경험했듯이 쥐가 전염병을 옮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더욱 싫어하게 되었을 것 같다.


1970년대 이른 1980년대 까지 대한민국에는 새마을 운동을 주축으로 여러 가지 운동이 있었다.


지금은 쌀이 남아돌아 ‘쌀 소비 촉진운동’을 벌이고 있을 정도지만, 당시만 해도 쌀이 모자라 분식, 잡곡밥 등의 장려운동이 판을 쳤다.


학교에 서는 반장이 출석부를 들고 다니며 , 급우들의 도시락 뚜껑을 열개하고 잡곡밥임을 체크하곤 했다. 혼식은 O표, 쌀밥은 X표, 빵을 싸왔으면 세모표를 기록했다. 이는 생활기록부에 반영된다.


또 다른 한 가지 운동은 ‘전 국민 쥐 잡기 운동‘이다.


들끓는 줘를 박멸한다며 한 동안, 학생 들에게 집애서 쥐를 잡아 그 꼬리를 학교에 제출하게 했다.


잡히지 않는 쥐 때문에 스트레스 만땅이 된 학생 중 일부는 오징어 꼬리에 연탄 검댕 이를 묻혀 제출하기도 했다.


정말이지 “그때를 아시나요?”에나 나옴직한 얘기다.


쥐 하면 또 떠오르는 게 있다. 쥐벼룩이다.


쥐벼룩은 듣기 만해도 몸이 가려운 낱말이다.


벼룩은 좀처럼 잡히지 않기 때문에 더 밉다.


지금도 가을철에 야외활동을 할 때, 조심하라는 것 첫 번째가 아무 풀밭에나 함부로 앉지 말라는 것이다. 들쥐새끼들이 옮긴다는 유행성출혈열 전염병 때문이다. 집쥐도 이 병을 옮긴다고 한다.


‘쥐새끼 같은 놈’ 하면 아주 교활하고 잔일에 약삭빠른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이런 것 등을 종합해 보면 아무리 이쁘게 보려 해도 쥐는 인간에게 이쁘게 비춰지는 동물은 아닌 것 같다.


다만 “ 쥐새끼 같은 놈” 소리는 듣지 말고 살아야겠다.


쥐가 싫은데, 거기다 쥐새끼 같은 놈까지 들어가며 살아서는 안된다 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극혐오동물 쥐에게서도 얻는 교훈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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