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쥐뿔도 모르면서 장황한 글을 아침에 늘어놓네…

‘쥐뿔도 모르다’의 ‘쥐뿔’은 과연 무엇인가?

by DKNY JD

우리는 흔히 뭔가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쥐뿔도 모르는 주제에, 아는 척한다”라고 한다.


여기에 쓰인 ‘쥐뿔도 모르다’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다’의 뜻이다.


그런데 쥐에 뿔이 있나?


다소 의아하다.


여기서 ‘쥐뿔도 모르다’는 관용 표현의 핵심 요소는 ‘쥐뿔’이 아닐까 싶다.


’ 쥐뿔’이라는 단어의 외형적 구성 요소만 고려하면 이는 ‘쥐의 뿔’로 이해할 수 있다.


‘개뿔’을 ‘개의 뿔’로 이해하는 것과 같은 관점이다.


‘쥐뿔같다’, ‘쥐뿔도 없다’, ‘쥐뿔만도 못하다’ 등과 같은 표현은 ‘쥐뿔’이 존재하는 실체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


’ 쥐뿔’이 존재하는 실체라면 이는 ‘쥐불’의 변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민속학자들은 말한다.


‘쥐불’은 ‘쥐의 불알’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 쥐뿔같다’와 같은 의미로 ‘쥐불알같다’는 단어가 『조선어사전』(1938)에 등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쥐뿔’이 ‘쥐불’의 변형일 것이라는 심증이 굳어진다.


쥐뿔’이 ‘쥐의 불알’ 일 가능성을 암시하는 네이버 지식백과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옛날에 한 노인이 짚으로 자리를 매고 있는데 작은 쥐 한 마리가 왔다 갔다 하였다.


이에 노인이 짚에 붙어 있는 벼를 훑어주었다.


이런 일을 되풀이하면서 노인과 쥐가 서로 친해지고 쥐는 점점 자라서 강아지만 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쥐가 노인으로 변해서 가족들을 속이고 진짜 노인을 집에서 내쫓았다. 노인은 집에서 쫓겨난 뒤 이리저리 걸식을 하면서 떠돌아다니다가 어느 절에서 스님을 만나 사연을 이야기하고 고양이 한 마리를 얻었다.


몇 해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 노인은 고양이를 풀어서 마침내 요망한 쥐를 잡았다.


그리고 집안 식구들을 불러서 한바탕 야단을 친 다음에 아내를 따로 불러서 “지금까지 쥐좆도 모르고 살았느냐?”라고 힐난을 했다.”


'쥐뿔'에 대한 구전(久傳)이다.


‘쥐불(쥐의 불알)’은 몸 안쪽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아주 작고 보잘것없다.


’ 쥐불’이라는 단어가 지니는 ‘작음’, ‘보잘것없음’이라는 특성이 강조되어 ‘쥐뿔’로 격음화 되면서 ‘아주 보잘것없거나, 규모가 작은 것’이라는 비유적 의미가 생겨난 게 아닐까 싶다.


‘쥐뿔’의 의미가 변하면서 그것을 포함하는 ‘쥐뿔도 모르다’도 자연스럽게 ‘작고 보잘것없는 것도 모르다’, 즉 ‘아무것도 모르다’는 의미로 변한 것으로 추론해 본다.


‘쥐뿔’과 같이 쥐의 몸체 일부를 이용한 표현은 의외로 많다.


’ 쥐꼬리, 쥐방울, 쥐젖‘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매우 적거나 작은 것’, ‘매우 짧은 것’, ‘간단한 것’, ‘보잘것없는 것’ 등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쓰인다.


“월급이 쥐꼬리 만하다”가 대표적 사례다.


이렇듯, ‘쥐’의 특징적인 몸체나 속성이 ‘적다, 작다, 잘다, 얄밉다, 약삭빠르다, 잘 잊는다’ 등과 같은 부정적 의미의 비유적 표현에 적극적으로 이용된 것만 보아도 ‘쥐’는 우리네 인간과 얼마나 가까이 있었으며, 또 우리가 ‘쥐’를 얼마나 미워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월트 디즈니가 인류가 혐오하는 쥐를 인간 친화적인 미키, 미니 마우스로 탈바꿈시킨 것 만 봐도, 쥐를 혐오의 대상에서 친근함의 대상으로 변모시키려 했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쥐뿔’도 모르면서, 장황하게 글을 펼 쳐 본, 아침이다.


keyword
이전 15화도네이션 단어가 한국말에서 파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