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들의 최애 버터 기 버터를 아시나요?
오 헨리의 단편 소설 ‘마녀의 빵'에 채택된 소재는’버터’다.
“어느 청년이 옷과 팔에 물감이나 흑연 등을 묻힌 채 빵집에서 매일같이 상하기 직전의 싸구려 빵만 사는 것을 본 빵집 주인이, 그 청년에게 반해서 ‘분명 가난한 화가일 것이다'라고 지레 짐작하고 몰래 빵에 버터를 발라서 줬지만 사실 그 청년은 제도사였고, 지우개 대신 쓰려고 빵을 샀는데 그 버터 때문에 도면을 망쳐버렸다”
여기에 착안해 버터는 종종 없느니만 못한 동정심, 도움이라는 의미로도 쓰이기도 한다.
실제로 목탄화의 경우 바게트나 식빵을 지우개로 쓴다.
그러니 사실 빵집 주인의 짐작대로 화가였어도 큰일이 났을지도 모른다.
멋 떨어진 명작이 버터 때문에 망쳐질 수도 있었으니…
버터는 인간에게 유용한 그리고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아주 고마운 음식이다.
우유 속 지방을 모아서 고체로 가공한 것으로, 성분은 지방이 80% 이상에 수분은 18% 이하, 단백질도 포함되어 있다.
이 버터 중에 주목할 만한 버터가 있다.
인도의 '기'(ghee)라는 정제 버터다.
따뜻하게 데운 우유에 인도식 플레인 요구르트인 다히(Dahi)를 조금 넣어 몇 시간 발효시키면 약간의 신맛이 도는 크림 상태가 되는데 이를 휘저으면 자연버터인 막칸(makkhan) 덩어리가 생기고, 이 막칸을 캐러멜 향과 맛이 날 때까지 약한 불에서 천천히 가열하면 가공 버터인 기가 된다.
적어도 3천 년 동안 인도 요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으며, 종교적으로도 순수함을 의미함과 동시에 불의 신 아그니에게 바쳐지는 신성한 음식으로 여겨져 왔다.
기는 많은 다른 형태의 정제 버터보다 더 오랫동안 가열된 것으로, 따라서 이는 풍부한 풍미를 갖고 있음은 물론, 향내 또한 땅콩 향을 품고 있다.
건강에 유익한 버터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외국 요리에 관심을 갖거나 키토제닉 식단(저탄고지)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겐 지방 함유율 99% 등의 이유로 나름 알려져 있으나, 가격이 일반 버터에 비해 만만치는 않음이 복병이다.
튀르키예의 유명 셰프 솔트배의 레스토랑 누스렛의 시그니쳐 메뉴 ‘솔트배 버터 스테이크’의 주 재료 중 하나로도 기 버터는 사용된다.
마지막에 발연점까지 온도를 맞춘 기버터를 안심과 빵 위에 부어 튀기듯이 조리해서다.
그렇다면 기버터는 왜 유익 버터 인가?
우선 공액 리놀레산과 기에 있는 낙산으로 알려진 지방산과 같은 복합물 때문에 인체 내 염증 및 관상성 심장병의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
또 소화 개선 효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우유나 일반 버터를 먹으면 유당분해 능력이 없어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기 버터는 구세주이기도 하다.
정제 과정에서 카제인뿐만 아니라 젖당이 줄어들게 되어, 유제품 알레르기나 민감성이 있는 사람에게 버터의 대용품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또 기 버터는 상처 치유 효과도 있다.
인도에서는 기원전 6세기부터 기 버터와 꿀을 섞어 상처를 치료하는 데 사용했다.
기 버터에 함유돼 있는 오메가-3 지방산, 또한 심혈관과 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
기 버터에는 비타민 A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눈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버터의 발연점이 높은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보통 우리가 사용하는 식용유와 같은 식물성 기름들은 발연점이 200 ºC인데, 기버터는 발연 250 ºC로 더 높다.
발연점이 높다는 말은 그만큼 쉽게 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튀김류의 요리에 적합하다.
조리할 때 잘 타지가 않아서 탄 음식이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이 팽배한 이들에겐 더없이 좋은 튀김용 버터가 되는 것이다.
기 버터는 좋은 영양성분들의 집합체라는 개 인도 사람들의 보편적 인식이다.
냉장고에 저장할 필요가 없다라는 점도 큰 장점이다.
기버터는 유고형분이 제거된 버터기름이라 냉장 보관할 필요가 없다.
풍부한 고소함과 진한 버터향은 기 버터의 트레이드 마크다.
유익한 버터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정제된 버터, 인도사람들의 최애 버터 기버터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머릿속에 담아두면 나쁘지가 않을 것 같다.
작은 형수가 설 명절 때 “서방님 좀 드셔 보세요” 하면서 건네준 기 버터로 어제 고기를 구워 먹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