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이 장수식물?
아니랍니다. 바로 칡이랍니다.
흙속의 진주라 불리는 칡은 덩굴식물로 갈근(葛根)이라고도 한다.
옛날 중국에서 모함을 받아 깊은 산골로 피신하여 일족이 말살될 위기를 벗어난 갈 씨 집안 때문에 이처럼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간 식물이라는 뜻으로 갈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또한 서로의 이해가 얽혀 대립한다는 뜻의 갈등(葛藤)이란 단어는 이 갈(葛) 자와 등나무 등(藤) 자가 합해진 말로 칡은 오른쪽으로 감겨 올라가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겨 올라가서 서로 얽히고설켜 먼저 오르려는 모양을 빗대어 생긴 말이다.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다”가 갈등인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오래 사는 식물 중에 하나가 칡이다.
벌레 먹지 않고 병이 드는 일도 없이 수천 년을 예사로 살기 때문에 복 받은 식물로도 인식된다.
산삼이 오래 사는 식물로 알려져 있지만 칡은 산삼보다 훨씬 더 오래 산다.
산삼은 수백 년을 살지만 칡은 수천 년을 산다.
오천 살이 넘은 칡도 있다고 한다.
옛날 절간을 지을 때 오래 묵은 칡 줄기로 대웅전이나 일주문의 기둥으로 삼기도 했다.
아시아가 원산지인 칡은 우리나라에서는 보릿고개(식량이 없어 못 먹 던 시절을 빗댄 말)를 넘게 해 준 중요한 ‘구황작물’이다.
술독을 풀어주는 약재로 이용되어 왔는데,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주독을 풀어주고 입안이 마르고 갈증 나는 것을 멎게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 칡 칡은 우리나라의 산과 들 어디에서나 자생하고 있다.
별도로 재배하지 않고도 도처에 자생하고 있는 것을 채취하여 쓴다.
인공적으로 재배하지 않은 칡은 공해에 찌들지도 않았고, 깊은 산속 오염되지 않은 토양의 영양분을 흠뻑 머금고 있다.
이처럼 칡은 종자가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토종 식물 중의 하나다.
칡은 다년생 식물로서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고 대부분의 줄기가 살아남는다.
줄기는 매년 굵어져서 산기슭이나 양지에서 자라는데 적당한 습기와 땅 속 깊은 곳에서 잘 자라며 줄기의 길이는 20m 이상 뻗쳐 나간다.
칡은 생명력이 강하고 땅의 영양소들을 흡수해 우리 몸에 좋은 많은 양의 비타민과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다.
칡뿌리의 주성분은 전분으로 10~14%, 당분은 4~5% 함유되어 있어 단맛이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산속 깊숙이 사는 자연인들이 촬영을 위해 방문한 방송국 스태프들에게 대접하는 단골 음료가 바로 이 칡 즙인 것 만 봐도, 칡 은 산속의 빼놓을 수 없는 유익 식물임을 짐작케 한다.
구황작물이라 함은 흉년 따위로 기근이 심할 때 주식물 대신 먹을 수 있는 농작물을 의미한다.
가뭄이나 장마에 영향을 받지 않고, 걸지 않은 땅에서도 가꿀 수 있는 작물로서, 이에는 감자, 메밀 따위가 있다.
숙취해소, 항암작용, 심혈관 건강 향상, 두통증세 완화, 갱년기증상 완화, 혈액 순환 원활, 변비개선, 당뇨수치 개선, 골다공증 예방, 다이어트 효과, 피부미용 개선, 중금속배출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의사들은 말한다.
효능이 너무나 장황하다 보니, 약간은 약장사 냄새가 나기는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무엇을 칡으로부터 경계해야 할까?
칡의 경우 차가운 성질을 지니고 있어서 몸이 냉한 사람이나 기력이 없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 위장이 약한 사람은 복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더욱이 칡즙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 간의 손상을 초래한다는 부작용도 경계대상이다.
임신 계획이 있거나 임신 중인 여성도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도 한다.
칡을 언급하다 보니, 문득 ”벋어 가는 칡도 한(限)이 있다 “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칡이 기세 좋게 벋어 나가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는 뜻으로, 무엇이나 성하는 것도 한도가 있음을 이르는 말로 이해하고 있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잘 나갈 때 고개 숙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칡에서도 과유불급이라는 교훈을 얻는 것 같아 좋은 아침이다. 상쾌하게 아침을 연다.
갈등방지용 음료로도 칡즙을 떠올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