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가요

by 조각들

마트에 다녀오다 엘리메이터에서 마주친 어떤 아줌마. 우리 엄마보다 조금 어리실 것 같은데 움직임지 느리고 절뚝거리신다. 장애가 있으신 건가 싶을 정도로 느리게 움직이신다.


-몇 층이세요?


우리집 한 층 아래를 누르신다.


-왜 몸이 불편하세요?


허리를 다쳤어요, 하면서 허리춤을 보여주신다. 복대를 하고 있다. 핀을 두 개 박으셨다고, 수술을 하셨다고 한다.


-아이고 어쪄다 다치셨어요?

-일하다가요.


'일하다가'라는 소리가 슬프게 들렸다. 무엇을 들다가, 또는 내려놓다가 그러셨을까. 미끄러지신 걸까. 그녀는 왜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며 다쳐야 할까. 그 사실이 너무 처량하게 느껴졌다. 나이에 비해 여전히 고운 비푸가 그녀의 몸짓과 어울리지 않았다.



집에 와서 빨래를 널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가 밝다. 힘차다.


-밖이신가봐요?

-아니 집이여.

-그런데 목소리가 커요. 바깥처럼 들려요.


기분이 좋으신 것 같다. 아니, 기분이 안 좋지 않으신 것 같다. 저녁을 짓고 있다고 하신다.


-아버지는요?

-TV보고 있지.


함께 계시다니 좋았다. 당구장을 가시거나 일터에서 아직 안 오셨거나 어디 밖에 나가시지 않고. 엄마는 뉴스에서 본 것을 이야기하신다. 엄마에게서 힘이 느껴진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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