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에 맥도날드가 있다. 차를 타고 일보러 나갈 때 맥드라이브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는 공원 산책을 가는 길에 몸을 조금 뎁히고 싶어서 맥도날드에 들렀다. 소시지맥머핀, 헤시감자와 뜨거운 커피까지 세트로 주문했다. 1층 한 쪽 구석에 앉았다.
어떤 남자가 앉아 있다. 피부는 하얗고 살이 쪘다. 검은 뿔테 안경, 머리는 곱슬거리고 흰머리가 구석구석 보인다. 오십대 중반 정도의 남자다. 화면이 큰 갤럭시 휴대폰이 놓여져 있다. 그는 맥모닝 메뉴 중 '핫케익'을 주문 했다. 칼과 포크로 빵을 썰어서 먹는다. 이국적이다. 밀가루 팬케익에 메이플시럽이 발린 것을 이른 아침부터 먹으니 그의 건강이 염려된다. 물론 소시지맥머핀에 튀긴 감자를 먹는 나도 마찬가지다. 경관이 좋은 2층 자리가 아닌 카운터 옆 1층에 앉은 것을 보면 몸이 무거운 사람 같다. 로퍼 종류의 단화를 신었다. 보드라운 질감과 무늬의 어두운 색의 두툼한 겨울 마이를 입었다. 속에 입은 얇은 패딩조끼의 열린 단추 사이로 배가 두툼히 나와 있다. 그는 출장을 왔을까? 이 근처에는 호텔은 없다. 아침을 맥모닝으로 때우는 걸 보니 혼자 사는 남자인가 싶다.
식사를 다 하고 휴대폰을 집어 든다. 안경을 벗고 맨 눈으로 화면을 바라본다. 노안이 온 중년 남자의 모습을 통해 내 나이 짐작이 맞았다고 여긴다. 크게 힘빠진 재채기를 한 번 하고 다시 안경을 쓴다. 물티슈로 손가락 하나 하나를 깨끗하게 닦는다. 손등부터 손가락이 가늘고 하얗다. 먹고 난 트레이를 정리한다. 많은 사람들이 트레이를 대충 던져놓고 가기도 하는데, 그는 정확하게 안내된 대로 쓰레기를 분류하고 남은 음료도 마지막 한방울까지 깨끗하게 버린다. 나도 맥도날드 알바를 했던 경험 때문에, 패스트푸드 점에서 트레이 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편이다. 그가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가방은 없다. 차 안에 있나보다. 밖에서 그가 시동을 건다. BMW 세단이다. 너무 할아버지 세단같지 않은 조금 젊은 느낌의 작은 세단이다. 그의 자동차 취향에서, 그리고 그가 오십대가 되어서도 맥모닝을 먹는다는 점에서 자신의 청년기의 감각을 유지하려는 사람이라고 내 맘대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