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100억 자산을 가진 40대 여성 대표님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 평범한 주부가 어떻게 상위 1%의 부자와 식사를 할 수 있었을까. 지난여름, 그분의 강의를 듣고 나는 자그마한 사업을 시작했다. 어느 날 직원분께서 새롭게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100명 앞에서 나의 창업 스토리를 발표해 줄 수 있냐고 연락이 왔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것은 대학교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분명 나에게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서 흔쾌히 수락했다. 그 인연을 통해 나는 부자와의 식사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대표님을 만나러 가기 전, 꽃집에 들러 만 오천 원짜리 백장미를 샀다. 보라색 들러리 꽃들과 흰색 장미가 어우러져 고급스럽고 깨끗한 분위기를 풍겼다. 백장미의 꽃말은 순결,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마음과도 잘 어울렸다.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는데 이미 물질적인 것은 다 가지고 계실 것 같았고, 그보다 진심을 전달하고 싶었다. 손바닥만 한 작은 카드에 정성껏 편지를 써서 꽃다발 속에 넣었다.
혹시나 늦을까 봐 서두른 탓에 약속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장소는 삼겹살집. 근처 카페에라도 들어가 있으면 될 것을 나는 무작정 삼겹살집 앞에 있는 대기석에 앉아 늘 가방 속에 넣고 다니던 책을 꺼내 읽었다. 삼겹살 집 앞에서 독서라니, 그다지 어울리진 않았다. 그렇게 책을 펼치고 시간을 때워보려 했지만 도무지 책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배가 너무 고프기도 했고, 오랜만에 뜨거운 불판에서 구워지는 삼겹살 냄새를 맡고 있자니 너무 고통스러웠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뜨거운 불판이 있는 식당엔 잘 가지 않는다. 본능에 충실하게 주린 배를 부여잡고 맛있게 구워진 고기를 상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드디어 약속한 시간인 저녁 7시가 다 되었고, 식사 자리에는 직원 한 명과 두 명의 수강생이 더 모였다. 그렇게 고기가 먹음직스럽게 구워지는 동안, 나는 몇 날 며칠을 고민해서 준비해 간 질문을 언제 할지 눈치만 보고 있었다. 나이 지긋하시고 인생 경험 많은 수강생 한 분이 대화를 주도하며 나는 낄틈 없이 고기만 계속 집어먹었다. 그 와중에 고기가 너무 맛있었다. 그러다 약간의 빈틈이 생겼을 때 용기 내서 질문을 했다.
저… 선생님, 질문이 있는데요. (나는 나에게 가르침을 주신 분들께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쓴다.)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내가 궁금했던 부분을 다 물어보고 올 작정이었다. 나의 자산을 어떻게 배치할지, 어떤 순서로 자산을 쌓아갈지, 어떻게 하면 강남 아파트에 살 수 있는지 등등. 하이에나처럼 민첩하게 빈틈을 노리며 질문 공격을 퍼부었다.
“실거주 아파트를 먼저 살까요, 건물을 먼저 살까요?”
“강남에 30평대 아파트에서 살고 싶은데 현금 얼마 모으면 가능한가요?”
“현금 3억 만들면 뭐부터 하면 좋을까요?”
감사하게도 대표님은 나의 질문에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었다. 앞으로의 투자 방향성과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끝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미고님.
목표가 돈으로 귀결되면 안 돼요. 반드시 과정 안에서 즐거움을 찾으세요.
그러다 보면 돈은 자연스럽게 쫓아와요.
집에 와서 곱씹고, 또 곱씹었다. 언제까지 얼마를 벌겠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그 과정을 즐긴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그다음에 즐겨도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인생을 즐긴다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다. 누구나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하지 않을까? 즐기면서 돈 버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한편으론 스스로 돈만 밝히는 속물처럼 느껴져서 괴로웠다.
그리고 며칠 동안 그 말의 진짜 의미에 대해서 고민한 결과, 내 생각이 참 못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히 내 목표가 실거주 집 한 채 정도였으면 대표님이 그런 조언을 해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알기에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를 가져야 할지 조언해 준 것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감사했다.
그리고 문득 궁금했다. 돈 버는 과정은 정말 고단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어떻게 하면 그 과정을 즐길 수 있을까? 또 대표님 같은 부자들은 어떤 꿈과 목표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 해답은 식사 자리에서 대표님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저는 사실 꿈은 없어요. 다만 지금은 저를 따르는 사람들이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저만 잘된다고 누가 알아주지 않거든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성공시켰는지가 곧 제 능력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제 주변에 있는 30명을 100억 자산가로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대목 있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자고 아등바등 살다 보면 금방 지쳐 나가떨어진다. 하지만 나의 경험을 나누고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은 또 다른 즐거움과 동기를 부여해 준다. 인디언 속담 중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듯. 나의 성장이 나만의 성장이 아닌 우리의 성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