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당하기만 하던 내가 고용주라니

어설프기 짝이 없었던 초보 고용주 이야기

by 미고

아주 따끈따끈한 경험담을 써보려고 한다. 바로 어제 있었던 일.

최근 공유 숙박 사업이 주부들 사이에서 부업으로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쉽게 말하면 집을 여행객들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는 사업이다. 나도 이 일에 뛰어든 지 몇 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청소 지옥, 빨래 지옥을 경험하며 나는 지쳐갔다. 우리 집 살림도 깔끔하게 하지를 못하는데 내가 이렇게 정리를 잘하는 인간이었다니… 나의 숨겨진 의외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식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어엿한 대표가 되었다. 대표라는 말이 낯간지러운데, 실제로 자영업 센터나 은행에 가면 나를 대표님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아주 틀린 호칭은 아니다. 그동안 누군가에게 고용당하기만 했지, 스스로 내 일자리를 창출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사업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말이 대표지 나 혼자 일당백을 해내야 한다. 돈 버는 일은 정말 쉬운 게 하나 없다. 하루빨리 청소 지옥! 빨래 지옥! 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일은 숙소의 자동화 시스템이었다. 그러려면 청소를 도와주실 실장님이 반드시 필요했다.


내가 청소에만 매달려있다가는 정작 중요한 투자활동과 글쓰기가 뒷전으로 밀려나게 생겼다. 마침 2호점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내가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1호점의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청소 실장님을 구하는 구인공고를 올렸다. 기왕이면 경력이 있거나 살림을 해보신 주부님이 많이 지원해 주시기를 기다렸다. 또한 숙소에 대용량 세탁기와 건조기가 없어서 집에서 빨래를 해올 수 있는 분은 일당을 더 드리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지원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많은 일당을 드리기도 어렵고, 장박 손님이 많을수록 수입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말 생계가 목적인 사람들은 쉽사리 지원하기 어려울뿐더러, 소일거리를 찾으시는 주부들에게도 고작 푼돈 몇 푼 벌려고 힘든 청소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제일 많이 지원자는 외국인 남자 유학생들이다. 용돈 벌이가 필요한 20대의 외국인 학생들. 미안하지만, 그 친구들은 내 입장에서 고용하기 어려웠다. 주로 업무를 해야 하는 시간이 오전이고, 그들이 학교에 갈 시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부들도 힘들어하는 살림을 어린 학생들이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며칠을 기다려본 결과 인근에 거주하시는 경력 있는 주부님이 지원해 주셨다. 아쉽지만 집에 건조기가 없어서 빨래는 어렵다고 하셨다. 그래도 고용주 입장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보다는 경험 많은 주부님이 최고의 직원이었다.


드디어 면접 겸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그분을 만났다. 근로계약서를 먼저 써야 할지, 청소 순서를 먼저 말씀드려야 할지, 비품 위치 설명부터 드려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한 초보 대표에게 실장님(주부님)은 먼저 말씀하셨다.

“일단 환기 키고 화장실부터 청소할게요.”


“어?... 네... 네...!”


그때부터 일사불란하게 실장님과 나는 청소를 시작했다. 이미 인근에 다른 숙소에서 근무를 하고 계셔서 시키지 않아도 뭘 해야 하는지 알고 계셨다. 화장실에 배수가 잘 되지 않자 하수구 트랩을 교체해 보라고 조언도 해주셨다. 물 때가 잘 생기는 비누받침대는 새 걸로 교체를 하든지 없애는 것이 보기 좋을 것 같다는 조언 해 주셨다. 그 밖에도 숙소를 좀 더 깔끔하게 보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셨다. 그렇게 척척 일을 해내시는 모습을 보고 나는 참 인복이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이제 근로계약서를 쓰려고 하는데…….


“그런데, 이 정도 업무 강도면 돈을 조금 더 주셔야 할 거 같아요.”


‘아 차….’


나는 손님이 1박을 묵고 가던 그 이상을 묵고 가던 매번 모든 침실의 시트를 다 새로 교체한다. 다른 숙소에서는 깨끗하면 1박 손님이 묵고 갔을 때는 시트 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침대 3개의 이불을 매번 교체하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당을 좀 더 쳐달라는 요구였다. 나도 혼자 침대 시트를 교체할 때 1시간을 꼬박 땀을 뻘뻘 흘리며 했다. 얼마나 힘든지 안다. 그렇지만 나는 대표다. 잠시, 아주 잠시 생각이란 걸 했다.


‘어차피 빨래는 내가 해야 되는데… 추가 일당을 달라니 너무 하시네!’


‘사람 구하기도 어려운데, 그냥 달라는 대로 더 줄까?’


‘나도 남는 게 있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마음이 약한 건 아닐까?’


‘명색이 대표인데 너무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면 어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생각을 마치고 나는 결단을 내렸다.


“당연히 더 드려야죠!”


아이고…!


나는 아주 쿨하고 직원의 복지를(?) 생각하는 대표인 척했다. 최고의 복지는 임금이니까. ‘원하는 일당을 챙겨주면 더 열심히 해주시겠지’라는 마음으로 협상을 마쳤다. 협상을 한 건지, 설득을 당한 건지 약간 애매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어설프기 짝이 없었던 초보 고용주는 빨랫감을 잔뜩 들고 집에 와서 빨래를 돌린다.

빨.래.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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