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도깨비 방망이
도깨비방망이를 처음 만난 건 중계근린공원에서 열린 의성군 농산물 직거래장터에서였다. 그 장터에서 처음 보는 도깨비방망이처럼 생긴 짙은 녹색, 파는 분에게 물으니 도깨비방망이라고 하셨다. 신기해서 얼마냐고 물으니까 3500원이라고 했다. 뭐에 쓰느냐고 하니까 바가지로 쓰고, 씨앗은 심으면 된다고 하셨다. 모양이 꼭 도깨비방망이 같아서 사 왔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밤에 장난삼아 도깨비방망이를 뚝딱뚝딱 두드려 보았다. 비록 아무것도 나오지는 않았지만 도깨비방망이를 방에 두니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 해 어린이도서관에서 텃밭을 만들었는데 아이들과 이 도깨비방망이를 깨어서 씨앗을 꺼내어 심었다. 껍질이 두껍고 딱딱해서 돌멩이로 쳐서 깨었다. 씨앗이 많아서 여러 군데에 씨앗을 심었고, 새싹이 돋아났다. 두 포기를 아는 분이 가져가서 키운다고 하셨다. 어린이도서관 텃밭에는 두 포기만 자랐다. 두 포기가 덩굴을 뻗으며 자라 도깨비방망이 두 개가 열렸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어린이들은 도깨비방망이가 자라는 걸 보며 신기해했다. 가을이 되어 도깨비방망이가 다 익은 것 같아서 어린이들이 서로 딸려고 해서 함께 땄다. 그리고는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르며 장난을 치는데 바로 놀이를 만들어 노는 게 어린이답다는 생각을 했다.
도깨비 방망이가 두 개밖에 되지 않아 어린이들에게 나눠 줄 수는 없어서 내가 갖게 되었다. 강의 갈 때 들고 다니며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면 신기해했다.
수원으로 이사가서는 작은 텃밭을 분양받아 농사짓게 되었다. 그 텃밭에 도깨비방망이 씨앗을 심었다. 노지라 역시 잘 자라서 도깨비방망이가 주렁주렁 열렸다. 목화와 함께 심었는데 도깨비방망이 덩굴이 목화를 휘감고 햇빛도 독차지했다. 도깨비방망이 덩굴의 괴롭힘을 의연하게 받아내고도 목화는 꽃을 잘 피웠다.
도깨비방망이 덩굴의 잎과 목화 잎에 잎말이나방 애벌레들이 잎을 돌돌 말고 살기 시작했다. 어느날 보니 “괙괙괙!” 우렁차게 우는 소리를 들었다. 자세히 보니 청개구리였다. 비가 오려고 하니까 큰 소리로 울었다. 옛이야기에 엄마 묘가 떠내려갈까 봐 비가 오려고 하면 걱정되어 운다고 했는데 비가 오려고 하니 진짜로 울었다.
청개구리가 한 마리인지 두 마리인지 살았는데 배가 터질 듯이 빵빵했다. 그래서 시를 써서 혼자 그만 먹고 친구들 불러서 같이 먹으라고도 했다.
그해에 도깨비방망이 수확을 많이 해서 강의하러 가서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면 무척 신기해했다. 그래서 나눠주기도 했다. 도깨비방망이가 행운을 갖다 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어린이도서관에서 모종을 두 포기 얻어간 분도 잘 키워서 수확한 사진을 보내주시기도 했다. 그 분은 도깨비방망이를 칼로 잘라서 술잔을 만들어 술을 담은 사진도 보여주셨다.
도깨비방망이라고 했지만 이름이 도깨비박이었다. 몇 년 전에는 노원구청 앞에도 도깨비박을 심어서 울타리로 올라간 덩굴이 도깨비박을 달고 있는 걸 보았다. 주로 수세미와 함께 많이 심는데 특이한 모양으로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뚝딱!”
행사에서 도깨비방망이를 두드려서 선물 뽑기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