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공공종사자들의 정체성에 대한 이해

by 감백프로

나이가 나이인지 만큼 결혼을 해야한다는 대내외적 언급을 들으면서 혼자 재밌게 운동하고 여행하고 글을 쓰면서 재밌게 살아가고 있지만, 계속 혼자만 살 수 없기에 최근 2년 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는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소개팅을 하면서 만난 상대분들의 공통된 질문 중 하나는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시냐?’ 였다.

이를 들은 나는 나도 모른다고 답을 하였고, 서로 모르는 분야에 대하여 말로 구구절절하게 설명하기보다는 회사를 다니면서 찍었던 유튜브 영상들을 전달하였다. 사실 내가 무슨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앞 서 공공종사자들에 대한 글을 쓰면서 내 자신 또한 나에 대해 잘 알고, 잘 표현하는지에 대한 인지가 누락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공공종사자들에 대한 글을 쓴 자격이 없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회사에서 무슨일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생각해봤다.

이 회사에 온지 약 7년이 넘었고, 부서는 세 번을 옮겼다. 첫 번째부서 두 번째 부서에서의 근무기간은 평균 3년이었다. 회사의 인사이동 방침에 따라 한 부서에서의 근무기간 3년을 꽉 채웠다.

그리고 세 부서에서의 일들은 다 달랐다.


첫 번째 부서에서는 건축설계 관련 발주, 행정, 설계기준 수립업무를 하였으며, 그 결과물 중하나는 타 공공기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건축설계관련 업무에 대한 매뉴얼이자 ISBN코드를 받은 가이드북이었다.

여기서 보면 난 책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두 번째 부서에서는 건설공사관리관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공동주택 건설공사 현장에 대한 각종 행정업무를 수행했다. 건설사업관리용역 발주 및 건설사업관리기술인 인력관리, 현장 진도관리, 설계변경 등 계약관리가 메인이었다. 여기까지 보면 난 건설공사 관련 기술행정업무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현장이 회사에서 가지는 의미는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로 인하여 홍보수단으로 그 가치가 있다보니, 본의아니게 유튜브 제작, 대내외 홍보를 위한 대외기관 방문, 이사회 실시, 광역지자체 의회 업무보고 등 각종 행사 준비업무(행사장 레이아웃, 동선체크, 일정수립, 답례품 준비 등)를 하게 되었다. 여기서 난 이벤트 회사 직원과 같은 일을 하다시피 하였다.

행사 뿐만 아니라 현장 내 조성예정인 단지 내 작은도서관, 에너지홍보관 인테리어 특화 설계용역을 발주하면서 본의아니게 설계관리 업무까지 하게 되었다. 그당시 건축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업무를 하다보니 시험준비에 보이지 않게 도움이 되었고, 준공 후 방문하는 분들이 잘 보고 가서 뿌듯했다. 여기서 그나마 건축학 전공자이자 건축사스러운 업무를 해서 잦은 대안변경에도 즐겁게 업무에 임했다.


현재 부서에서는 앞 선 두 부서보다는 그나마 건축직 직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정별 품질점검 업무를 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세 부서에서의 업무를 보면 다 제각각이고, 내가 정확히 무슨일을 하는지 한 단어, 한 문구, 한문장으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내가 이런일을 했다는 흔적을 남기고자 한 노력이 가이드북과 시설물로 나타나기라도 했지만, 유튜브도 만들고 행사도 준비하는 등 고유 전공과 직종과는 상관 없는 일들을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나를 벗어나서 회사 분들과 공공종사자들로 범위를 넓혀서 바라보았을 때 그나마 나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인사이동 주기가 1~2년이 된 분들의 경우 하는 업무가 완전히 바뀌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일 뿐더러 노력의 결과가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흔적으로 남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즉, 10년, 20년 된 선배직원들을 포함한 공공종사자들의 경우 짧은 주기의 인사이동 주기와 남지 않는 흔적으로 인하여 본인 고유 특성과 바램과 관계없이 업무가 바뀌게 되어 본인 고유의 업무특성과 연속성을 잃는 건 당연해 보일 수 밖에 없다. 그 부작용(최악의 경우)으로 팀장, 부장 즉 관리자가 되었을 때 팀 또는 부서의 업무파악에 어려움이 있어 그저 수십년 동안 해온 보여주기식 행사 및 의전업무에만 치중하게 됨은 물론 본인 자신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여 불안과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이 나온다.

(해당 에피소드는 아래 링크 참조)

16화 불안-4 무지와 욕심에서 오는 불안

17화 불안-5 내로남불

23화 결핍-5 빈 수레가 요란하다

25화 인간미-2 불완전 그 자체 '인간'


지자체 소속 공무원분들은 안그래도 민간기업종사자, 공기업 종사자와는 달리 직접적인 업무수행이 적어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쌓는 건 사치일 뿐이다. 왜나하면 지자체의 각종 행사시 지원업무에 가차없이 참여하는 건 물론 코로나, 폭우, 산불 등 각종 재난시 고유업무를 뒤로하고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지원업무에 가차없이 참여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공무원이었을 경우를 가정하여 무슨 일을 하냐고 누군가 물었을 경우 난 이렇게 대답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의 영혼을 버리고, 주민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 무슨 일이든 시키면 하는 일꾼’

그래서 공공종사자들은 입직 전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 전공을 꾸준히 살릴 수 있는 업무대신 주민불편을 해소하거나, 지자체를 돋보이게 하는 보여주기식 행사 동원 등 본인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먼 업무가 주를 이룰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본인 정체성과는 거리가 먼 업무를 하는 사람들만 모였다보니,

서로가 고만고만해 보이니 시기질투가 날 뿐더러,

누가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쉽지 않으니 결국 평가자의 심기가 평가요소가 되어 영혼없는 찬양이 들어간 건배사, 가방들어주기, 환영행사 등 보여주기식 의전이 중요하게 된다.

할 줄 아는건 행사준비 또는 상급자 의전 등 보여주기식 업무가 다 인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래서 본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표현을 못하니, 본인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하는지에 서투는 경우까지 이어지게 되는 건 부정할 수 없다고 보여진다.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공직자로서의 숙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분들과 업무를 하면서, 할 줄 모르거나 하기 귀찮고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이유없이 토스를 하거나 불평불만의 내용을 담은 이해하지 못하는 문서행위나 정확한 의사전달을 하지 않는 경우,

내 일을 깔끔하게 보다 완벽하게 하겠다는 이유로 직접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피력한 적이 많았고,

앞으로도 일을 위해서라면 불편한 기색을 피력할 것이다.

그러나 내 가족이 될 수 있고 내 친구가 될 수 있는 주민들을 위해 고유업무 외 민원해결 등 주민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 각종 지원업무에 투입되는 노고를 잊지 않을 것이며,

본인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점을 이해하면서

우연히 그분들과 접하게 된다면 첫 마디를 다음과 같이 남기고 싶다.

‘수고가 많습니다’

‘고생이 많습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