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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Dec 04. 2023

친한동생이자 맞후임의 승진을 시기,질투한 그 사람.

형, 우리 호형호제하는 친한 사이였잖아.

친한동생이자 부사수이며 맞후임의 승진을 시기,질투한 그 사람.

저에겐 30대 중반에 과장 승진하던 날이 지난 16년 직장생활에서 가장 최악의 날로 기억이 됩니다.

여러분은 직장인으로서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인가요? 연말 성과급 받는 날, 월급 받는 날, 승진하는 날.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죠? 직장인이라면 당연지사 돈으로 보상받는 기쁨이 제일 클 겁니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단언컨대 99프로는 공감하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자, 그럼 어째서 저는 가장 최악이었을까요? 썰 풀어볼게요.



결혼식보다 회사승진이 먼저다.

30대 중반, 거의 7년간 대리를 달고 있던 저에게 '과장'이라는 타이틀이 하사 되었습니다. 약 150억 가량의 중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고, 그에 따른 보상으로 승진을 하게 되었던 것이죠. 이때가 제16년간의 직장생활 중 가장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네요.


결혼식 전날까지도 프로젝트에 온 신경을 쏟았으니까요. 심지어 신혼여행지에 가서도 카톡으로 업무에 관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와이프가 신혼여행까지 와서 이래야 되냐고 뭐라 했던 기억이 있어요. 당시 프로젝트에 삶의 초점이 맞춰 있다 보니 스드메부터 신혼여행지, 결혼식장까지 결혼에 관련된 모든 것을 아내가 혼자서 보러 다니고 계약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의 짜증도 이해가 됩니다.


"전 회사에 인생이 매몰된 사람이었으니까요."


할머님께서 비용까지 들여 결혼식 날짜를 프로젝트 시작되기 9개월 전에 받아놓은지라, 미리 받아놓은 결혼날짜를 프로젝트 때문에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시작하고 60프로 정도 진행되었을 때, 결혼식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죠. 결혼준비에 하나도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회사에 올인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나쁜 남편이었네요.


사실, 사전에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면 승진에 대한 긍정적인 보상을 구두로 약속 받았기 때문에 더욱 올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형, 나 승진했어요.

아내에 대한 미안함으로 점쳐진 결혼과 신혼여행이 마무리되고, 복귀하여 프로젝트를 무사히 완료하였습니다. 승진에 대한 기대감도 더불어 커져만 갔고요.

드. 디. 어.

승진이 공표되었습니다. "몇 월 며칠부로 과장으로 승진됩니다."라는 메일을 수신하였고, 나의 결혼까지 후순위로 두면서 일한 결과가 이렇게 오게 되어 참으로 기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형, 저 과장승진 했어요~"


당시, 저와 거의 8년을 합을 맞추어 오던 제 사수였던 친한 동료이자 형에게 소식을 알렸고, 그분도 메일을 보았다고 하더라고요. 축하의 말을 할 줄 알았지만, 메일 보았다는 저 말이 끝이었어요.

이날이후로 약 6개월간 승진에 따른 온갖 스트레스가 시작된, 최악의 날이었습니다.


승진 다음 날. 그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저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평소 협업을 많이 했던 터라 업무에 대한 얘기를 서로 많이 했었는데, 갑자기 소통이 끊겨버립니다.

이상했습니다. 그래도 좋은 분위기에서 일을 했었는데, 갑자기 하루아침에 이렇게 돼버리니 정말 너무나 불편했습니다.


처음엔 눈치를 보았습니다. 나의 승진으로 인한 것이라고는 전~혀, 절대 생각할 수 없었어요. 그럴 사람도 아니었다고 생각했었고요. 하지만 승진한 다음날부터 갈수록 점점 더 대화는 사라져 갔고, 오히려 눈치를 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퇴사를 결심하던 그때처럼, 승진한뒤 일주일 뒤부터 6개월을 두통을 달고 살게 됩니다.


"승진을 괜히 한 건가"


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형, 갑자기 왜 그래요.

그 시절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자리도 하필 바로 옆자리여서, 승진한뒤로 한시도 편한 마음으로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팀원들과 티타임을 가질 때조차, 평소 가장 대화를 많이 하던 그분과의 소통은 끊겼고, 심지어 저를 쳐다보지도 않더라고요.


"마음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정말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린 표정과, 업무상 대화를 아예 안 할 수가 없는지라 어쩌다 한 번씩 대화를 하게 되면 나오는 그분의 짜증스러운 말투.

내가 8년을 알고 지내던 그 형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차가워진 분위기에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회사생활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용기를 내어 먼저 차 한잔을 하자며 대화를 시도하였고, 바쁘다며 거절을 당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더욱더 말 붙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한 달 반이 지나가는 시점이었고, 바로 옆자리다 보니 답답한 마음에 그냥 말을 걸어보았습니다.


"형, 갑자기 저한테 왜 이러세요."


차가운 눈으로 절 쳐다보며, 내가 왜?라고 말하는 그분.

절망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이지만, 그나마 팀분위기가 좋아 참고 다녔는데 이렇게 무너져버린 게 믿기지 않았어요.



우리 좋았잖아요.

그렇게 바로 옆자리에 붙어 앉아있던 그분과 눈에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이 생긴 지 3개월이 되던 시점.

두통은 끊이질 않았고, 퇴근을 하고 나서도 기분이 하루종일 좋지 않았습니다. 회사 출근하는 게 안 그래도 싫었는데 정말 지옥같이 싫어졌습니다. 하지만 일을 안 할 순 없었습니다. 전 가장이라는 사람이니까요.


결국, 한 날은 퇴근하고 그분께 전화를 했습니다.


"형, 제가 무얼 잘못했으면 알려주세요. 저 다시 잘 지내고 싶어요."


그러자, 제가 특별히 잘못한 건 없답니다. 단지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답니다. 당시 이분도 승진한 지 6년째였어서 그런 거 같았습니다. 저한테 딱히 화난 건 없다며, 그냥 이 상황과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고, 3일 뒤 퇴근하고 저녁 10시쯤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진짜 예전처럼 지내고 싶어요. 화난 거 있으시면 푸세요. 제가 열심히 할게요."


두 번째 전화. 그분의 앵무새 같은 답변.

다음날 조금은 기대를 하며 출근했지만, 여전히 똑같은 냉랭한 반응.

지난 8년간 이 사람과 나름 좋은 분위기에서 했던 수많은 대화와 협업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리곤, 어느 순간 저도 포기하게 됩니다.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냐?

6개월째 이렇게 불편하게 지내던 어느 주말 오후.

가만히 거실에 앉아 생각해 보니, 갑자기 화가 납니다.


"내가 지한테 대체 뭘 잘못했길래 나한테 이러지? 난 그리고 그 사람에게 왜 사과하고 풀어달라고 한 거지?"


분노가 차오릅니다. 정말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이상은 나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잘못한 게 하늘에 맹세코 단 한 가지도 없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식도 프로젝트 시작하기 무려 9개월 전에 잡았고, 미리 공표도 했습니다. 결혼식전날까지도, 신혼여행지에 가서도 프로젝트 진행에 참여하고 관여했습니다.


이런 사람을 사수라고, 형이라고 불러왔던 지난 시간이 분노로 가득 찹니다. 전화해서 욕을 하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습니다.



포기다. 넌 형도, 상사도 아녀.

세상에 이렇게 속 좁은 인간인 줄 모르고, 호형호제하며 그렇게 가깝게 지냈는데.

저도 포기합니다. 그 사람이 저에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도 그 사람을 투명인간 취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뭄에 콩 나듯 커뮤니케이션할 일이 있을 때도, 대화는 단답으로 빠르게 잘라버립니다. 추가로 해야 할 얘기는 바로 옆자리에 있지만, 메일로 보냅니다.


일하기가 불편합니다. 하지만, 마음은 조금 편해졌습니다. 없는 사람 취급하며 회사를 다니기 시작합니다.


"저런 것도 형이라고."


제 좋지 않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만일 저 사람이라면, 나와 친한 후임이 승진을 한 상황이라고 한다면, 난 저렇게 하지 않을 거 같은데. 오히려 축하해 줄 거 같은데.

후임이자 동생인 저에게 이런 유치원생 같은 대처를 하는 저 사람의 인성은 그냥 이 정도인 사람인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말 당시 나이 마흔 살이 넘은 그 사람이 너무나 유치하고, 어려 보였습니다.


눈앞에서 대놓고 투명인간 취급했습니다. 제 표정도 굳었고, 그 사람과 어쩔 수 없이 대화할 때는, 미간에 인상을 잔뜩 쓰게 됩니다. 아마 그 사람도 느꼈겠죠.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냐? 등과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요.


"포기다. 넌 이제 내 인생에 없는 인간이다."


라는 마지막 말을 되새기며, 그 사이좋았던, 호형호제하며 8년을 합을 맞춰왔던 그 사람과 인연을 끊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후 약 4년간 그 사람에게 싸가지 없게 대했습니다.



뭐, 회사 안에서 인간관계 대충 하자.

대인관계가 좋아야, 직장에선 성공하네 어쩌네. 지금 퇴사한 시점에서 생각해 보면 참으로 뭣 같은 말입니다. 저도 나이가 마흔이 넘고 직장생활이 16년 차가 되고 나니 더 웃깁니다. 내 코가 석자인데, 내가 누굴 끌어줘. 내가 아닌 누구를 성공으로 이끌어줘. 그런 기회라면 내가 가져야지.


"직장은 직장일 뿐, 모두 시간을 파는 노예일 뿐이지."


비등비등 한 사람끼리, 부대껴가며 월급 받으며 한 달 한 달 살고 있는 우리네 직장인 현실입니다.

회사에서 친하다고 생각되는 동료가 있으신가요? 마치 평생친구처럼 합이 잘 맞는 동료가 있으신가요?


"같은 공간에서 일할 때뿐입니다. 그거."


이직을 하거나, 퇴사를 해서 그 죽이 잘 맞는 동료와 물리적으로 떨어지면, 그때부턴 그냥 남이 됩니다. 연락도 안 하게 돼요. 이직이나 퇴사하면 환송회 하시죠? 그때 단골멘트. 연락해~ 날 잡아서 술이나 한잔 먹자.


그 술자리는 최소 몇 년이 지나서 가지게 되거나, 그 뒤로는 없을 술자리입니다.

다 아시잖아요.

회사에서의 인간관계 대충 합시다.

그 관계 말고도 우리는 신경 써야 할 관계들이 너무나 많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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