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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Dec 22. 2023

꼰대 팀장과의 언쟁, 40대 직장인 16년 차, 上

거 착각하지 마쇼 좀.

퇴사 한 달 차. 어젯밤 생각지도 못했던 팀장이 꿈에 나왔습니다. 왠지 조금 반갑기는 하더라고요. 팀장과 결이 맞지 않던 저였기에, 퇴사하기까지 몇 번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젠틀한 척 하지만 꼰대였던 그 사람.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한 하루네요.



자네, 내 오른팔이 되어볼 생각 없나?

직장생활 한지 16년 차가 되던 해. 새로운 팀장이 부임해 왔습니다. 본부장과의 지연으로 인한 입사였죠. 저와는 약 8년가량 얼굴정도만 아는, 짧은 대화 및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나 하던 사이였습니다.


당시 제가 사는 집과 직장의 거리가 멀었습니다. 3번을 갈아타야 했고, 직장까지 1시간 50분. 차 한 대라도 놓치면 2시간이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팀장이 오기 전, 본부장께 승인받아 한 주에 2,3회는 지사개념의 원격오피스로 출, 퇴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팀장이 온 첫날.

팀장 입사 첫날이라 저도 본사로 출근했습니다. 출근지 관련해서 본부장께 사전승인받은 내용도 말씀드려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회의실에 마주 앉았습니다. 구면이라 그런가, 분위기는 처음엔 좋았어요.


"사정이 이래서, 원격오피스로 출근 중이다. 이사하는 대로 본사로 오겠다."


당시 이사를 위해 집을 내놓았었고, 집이 팔리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일하는 위치가 뭐가 중요하냐며 본부장도 흔쾌히 승인해 주었던지라 별다른 문제없이 오케이 할 줄 알았는데. 반응이 좀 의외입니다?


"얼마나 걸리는데? 왔다 갔다 해서 일이 되겠어? 나도 한 시간 걸려 오는데?"


순간 당황. 대중교통 한방에 한 시간 조건이면, 저라도 오겠네요. 사정을 설명하고, 집도 내놓았다 팔리는 대로 바로 이사할 거다. 3번 갈아타는 게 쉽지만은 않다 등등. 아무리 설명해도 표정이 찝찌름합니다. 다른 팀 누구도 멀리서 온다 등등 한참 동안 말이 많습니다.


"난 네가 오른팔처럼 해줬으면 했는데."


대체 무슨 착각을 하는 것인가. 순간 기가 찹니다. 나를 비서로 착각하는 것인가?

일주일에 2,3회를 리모트오피스로 가면 일을 못 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건가?

수차례 설득해서 최대한 빨리 이사하고 본사로 쭉 오는 것으로 승인을 받게 되었습니다.



젠틀한 척하는 꼰대

저와 다른 팀에 있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팀장으로 온 후부터 자꾸 눈에 밟히기 시작했습니다.


"응, 관심 없어."


주로 하던 저 멘트. 때로는 팀장이 맞나 싶습니다. 본인의 팀원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중간보고를 하려고 하면, 대뜸 저 말을 던집니다. X라 기분 나쁩니다. 매출액이 크지 않은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래서 중간 보고도 최대한 짧게 해 왔습니다.


어느 날, 진행사항을 보고 하려는데 저 말을 합니다. 분노가 치밉니다. 당시 우리 팀에는 사업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적은 액수의 프로젝트라도 진행하곤 했지요.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관심 없다고? 어찌 되었든 본인 팀원이 진행하는 일인데?


다른 팀이나 외부에서 보면 이렇게 젠틀할 수 없습니다.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 거 같아요. 리더십 있는 척은 엄청 해댑니다. 입사 초반엔 저에게 조금 의지를 했을 때라, 하루 한 번씩 불러서 별소릴 다 합니다.


이런 거 다들 알아야 할 텐데 라는 생각도 듭니다.



신입애들 어떻게 해볼 방법 없을까?

본사로 출근한 어느 날. 팀장이 차 한잔 하잡니다. 늘 가던 그 자리로 커피를 한잔 타서 나왔습니다.

한숨을 쉬며 던지는 한 마디.


"신입애들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딱히 일은 없고, 신입사원들은 자리만 지키고 있다 보니 저런 고민을 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이어서 나온 말들이 기분을 조금 상하게 만들었습니다.


- 다른 팀으로 보낼 방법 없을까?

- MZ세대들 입사 후에 이직들 많이 한다던데, 그런 얘기 안 하디?


당시 신입사원들은 저를 좀 따르던 분위기였고, 실제 신입들과 의사소통이 잦았던 저이기에 이런 질문들을 해댑니다.


- 다른 팀에 관심 있어하면 잘 얘기해 봐.

- 이직에 대해서도 좋게 얘기해서 한번 이끌어내 봐.


귀를 의심했습니다. 갓 들어온 신입사원들에게 퇴사를 종용하라는 얘기에 말이죠. 일단 알겠다고 하고는 사무실로 들어왔습니다. 앉아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신입사원들. 뭔가 좀 짠합니다.

자기들의 리더인 팀장이 이런 얘기 한 걸 알면 얼마나 배신감 느낄까 하고 말이죠.


하지만, 절대 알 수가 없습니다. 앞에서는 엄청난 대인배인척, 리더십 있는 팀장인 척 해대니까요.



언성부터 높이는 이상한 사람

팀장이 온 뒤, 처음으로 팀장과 의견충돌로 인해 살짝 트러블이 발생한 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가 할당되었고, 당시 각 분야별 경력자들로 구성된 팀이었기에 직무에 맞는 일을 진행하는 식이었어요.


대뜸 저에게 하랍니다. 사전협의 한마디 없었습니다. 회의실로 차장급들을 불러 모아놓고, 갑자기 뜬금없이 저보고 하랍니다. 제 전문분야가 아니었습니다. 순간 당황.


"이건 제 직무와 너무 거리가 멉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거 같습니다."


할 줄 아는 일이면, 당연히 합니다. 월급 받는 월급쟁이가 당연히 하라면 해야죠.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제가 16년간 해온 일과는 너무다 다른, 생뚱맞은 프로젝트였어요. 정말 잘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프로젝트를 망칠게 눈에 뻔히 보였습니다.


팀장언성이 살짝 높아집니다. 그래도 해보랍니다. 하다 보면 된답니다. 저는 생각할 시간을 조금 달라했습니다.


"그러면 지금 뭘 할 건데!!"


갑자기 언성을 엄청 높입니다. 회의실에서요. 다른 차장급들과 다 같이 있는 회의실에서요.

- 아니? 갑자기?

- 이렇게 언성을 높인다고?

- 영업도 아니고, 엔지니어고. 일을 따오라는 말인가?

- 영업팀이 버젓이 있는데? 

-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생각할 시간 좀 달라는 건데?


당황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이라 더 당황했습니다.


"아네, 하라고 하시니 그럼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회의를 마무리했습니다.

이게 뭔가 싶었어요.


이때부터 팀장과 조금씩 벽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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