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너빈 Jan 02. 2024

넌, 인성이 글러먹었어. 16년 차 퇴사자한테 인성소릴

넌?

퇴사 통보 2주 전, 팀장으로부터 들었던 저 한마디. 16년을 회사를 다녔고, 나름 소기업 계약직부터 외국계회사까지 다녔는데 내가 인성이 글러먹었다고? 인성이 글러먹은 인간이 보일 수 있는 사회생활 행보인가? 당신의 편협한 사고에서 비롯한 꼰대적인 발언 아닌가? 머릿속이, 꼰대라는 글자가 뇌주름 속에 각인되어 있나?


자아성찰 들어갑니다. 일정 부분 인정합니다. 윗사람들은 저를 불편해했었고, 저는 언제나 싸움닭처럼 날이 서있는 상태였으니까요. 상대가 누구이던 건들면 대부분 그냥 넘어가는 적이 없었습니다. 할 말은 해야만 하는 성격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들이 저한테 말 거는 걸 어려워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사회초년생 때부터 그랬어요. 입사 3개월 차에 같은 팀 과장과 언성을 높여 언쟁을 했고요. 제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잘못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본인이 했어야 할 일을 나에게 미뤄놓고, 그걸 가지고 왜 안 했냐고 언성을 높이며 갈구려 들길래 대들었습니다.


왜인지 모르지만, 상황에 맞지 않는 비상식적인 것들을 참지 못했습니다. 할 말을 해야 그날 발 뻗고 잘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에게 있어 중차대한 이득이 있는 상황이라면, 아첨도 하고 비위도 맞추고 했습니다. 어쩔 수 있나요..직장인으로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죠.


윗사람들이 봤을 땐 불편했을 거라는 거 인정합니다. 입바른 소리를 했기 때문에 괘씸한 거 말고는 딱히 뭐라 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굴러먹은 짬밥이 있는데, 직장생활 16년 차인데.


"넌, 인성이 글러먹었어."


고작 6개월 겪어놓고 저딴 소리를 합니다. 당시 저는 리모트오피스로 출, 퇴근 중이어서 붙어 지낸 시간으로 따지면 1개월 남짓이라 대화도 많이 못 섞어 보았는데 말이죠. 단지 본인에게 협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저딴 쓰레기 같은 소리를 내뱉습니다.


"본인이 날 평가하듯, 저도 당신을 팀장으로서 평가해 보면 영 아니올시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아랫글 한번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https://brunch.co.kr/@woonubin/20

https://brunch.co.kr/@woonubin/21


한편으론, 반성도 합니다. 16년을 직장생활을 해왔지만, 적도 많았거든요.

'직장인이, 조직생활이 나에게 맞지 않다' 라는 생각을 16년 간 끊임없이 해왔습니다. 입사한 첫날부터 이 직종의 일이 싫었습니다. 이 말에 거짓은 0.1%도 섞지 않았습니다.


정말 입사한 첫날부터 이 일이 끔찍하게 싫었고, 조직생활이 싫었습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참으며 16년을 버텨온 것이었거든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일을 안할수가 없으니..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이 분야외 다른 일을 한다는것도 두렵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윗사람들이 불편할만한 상황을 자주 만들었었죠. 젊은 나이다 보니, 자르려면 잘라라 다른 데로 가버릴 테다라는 심경이었어요. 나름 일 잘한다고 인정받기도 했었고요.


직장인으로서 모든 걸 다 내려놓은 지금.

저러길 잘했다 70%.

조금 후회된다 30%.


30%의 후회되는 부분은, 저의 모난 부분이 내 월급을 무기로 삼는 회사로 인해, 조직생활로 인해 조금이라도 닳아서 나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여러분, 저는 인성 글러먹었다는 소리를 차장 4년 차 때 들었습니다. 신입사원시절부터 과장과 언성을 높이며 언쟁을 해왔습니다. 16년 간 셀수도 없이 많은 사람과 언쟁을 해왔습니다. 전부 다 윗사람들이랑만요.


평판관리에 너무 힘쓰지 마세요. 눈치껏 잘 봐서, 이 사람은 중요한 사람이다 싶은 사람을 잘 골라서, 그 사람에게만 잘 하십쇼. 다른 곳에서 사냥개처럼 으르렁대도, 그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일종의 풍선효과처럼 제가 순응하는 모습이 더 크게 그 사람에게 느껴지게 됩니다.


마치 그 사람이 느끼기에,

'음 얘는 다른 사람 한 테와는 달리 나에겐 순응을 잘하네.'

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답니다.


이런 생각은 곧,

'언쟁이 필요하거나 불편한 상황은 얘한테 맡기면 되겠다.'라는 생각도 들게 만들어줍니다.

회사생활은 불편한 회의와 팀 간 내지는 타사와의 기싸움이 8할 이상입니다. 그때 절 써먹게 만드는거죠.

그렇게 시나브로 저에게 젖어들게 만드는 것입니다.


저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라면 아주 좋은 꿀팁입니다 요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