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을 보신 분은 알겠지만 아내는 개인사업을 합니다. 몇 년 안 된 초짜 대표지만, 그래도 본인이 가진 역량을 뽐내며 직원분들과 함께 열심히 운영하고 있죠. 작년 말, 몇몇의 일명 '진상'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좀 했습니다. 저도 아내도 사업은 처음인지라 참 심적으로 고통받았었죠.
제 주변엔 사업을 하는 지인들이 몇 있습니다. 크게 하는 분, 작게 하는 분, 적당하게 하는 분.
작년 말 심적으로 고생할 당시엔, 내년에 잘되려고 액땜하나 보다고 얘기를 했었어요.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일정한 패턴이 눈에 들어왔거든요.
퇴사도 했겠다, 시간이 예전보단 여유로워 사업하는 지인들을 한분 한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도 분명 '진상'이라 불리는 고객들이 있을 거거든요. 총 여덟 분의 사업을 하는 지인들을 만나 묻기 시작했습니다.
제 마음에 있는 그것에 대한 확인을 위해서요. 마지막 지인을 만나 얘기를 나눈 후 확실해졌습니다.
공통적인 의견.
"저렴한 가격의 물건(또는 서비스 등)을 구매(또는 이용)하는 사람들이 진상이 상대적으로 많더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도 그랬던 거 같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자라다 보니, 항상 돈의 굶주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필요에 의해서 사는 것도 주저하고 머뭇거렸던 기억이 있네요. 그러다 보니 내 피 같은 돈을 내고 무언가를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 100%를 넘어선 120%를 뽑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는 느낌이 있거나 하면 주저 없이 일종의 '진상'을 부렸습니다. 얼굴을 찡그리고 미간에 힘을 주며 내가 지불한 비용보다 더 높은 서비스 또는 물건을 요구했습니다. 창피한 얘기이지만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우연한 사건이 발생하여 일종의 '진상'짓을 통해 요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주저 없이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 사건이 없더라도 요구한 적도 있었고요.
"들인 비용 대비, 더 뽑아먹을 수 있겠다."
라는 심보였죠. 네, 저도 일전엔 그 진상중 한 명이었습니다.
지인들의 의견을 종합해 본 결과, 진상고객들은 종류가 참 여러 가지였습니다. 어떤 사연은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을 느끼게끔 했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나도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진상들의 행태
일부 몇 가지 진상행태를 살펴보겠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었습니다.
1) 공간대여사업
지인 중 한 분은 공간대여사업을 합니다. 몇 가지 테마를 주제로 공간을 꾸며놓고, 그 공간을 대여합니다. 사업시작부터의 사연을 알기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잘 압니다. 수많은 고민을 했고, 마치 자기 자식인 것처럼 공간들을 꾸몄습니다.
만나기로 한 어느 날. 약속시간 30분 전 단톡방에 몇 장의 사진이 올라옵니다. 처참하게 더러워진 공간.
실내는 금연인데 여기저기 버려진 수많은 담배꽁초들. 케이크가 짓이겨진 바닥과 벽들. 패브릭 소파엔 각종 음료들이 다 쏟아져 있습니다. 정말 개집도 이거보단 깨끗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물건은 일부 파손된 상태.
지인은 흥분해 있었습니다. 소중하게 꾸며온 공간을 저런 식으로 하다니. 전화를 해도 안 받는답니다. 심지어 정원이 정해져 있어 인원이 추가될 경우,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몰래 두 명이 더 들어왔더군요.
예약초기부터 싸했다고 하네요. 2명으로 예약을 해놓고, 잠깐만 있다가 갈 건데 인원추가 비용 없이 가능하냐 물어왔고, 지인은 거절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안되죠. 그렇게 10분간 실랑이를 하다가, 본인들은 기본으로 제공되는 넷플릭스 안 볼 테니 비용을 조금 빼달라며 네고를 해오더랍니다.
결국, 지인은 일부 금액을 빼주었다고 해요. 전화가 계속 길어지다 보니 그냥 원하는 대로 해주었답니다. 그런데 이 사달이 난 거죠. 몰래 들어온 두 명부터 기물파손에 공간은 엉망진창을 만들어놓고 가버린 겁니다.
그냥 제 값 주고 정상적인 서비스를 이용하다 가면 될 것을.
2) 분식집
분식집을 2개 하는 지인이 있습니다. 몸은 하나고 관리할 분식집은 두 개이다 보니 한 곳에 진득이 붙어 있지 못합니다. 일정하게 돌아다니며, CCTV를 자주 보는 편이라고 합니다.
어느 날 큰 가방을 메고 들어오는 어떤 아주머니. 김밥 한 줄을 시켰다고 합니다. 앉은 이후부터 이상하리만큼 정수기를 왔다 갔다 하시던 그분. 정수기가 카운터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처음엔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밥 하나 먹고 정수기로 가고. 또 하나 먹고 정수기로 가고. 지인이 하도 이상해서 가만히 지켜봤다고 합니다. 보지 않는 척하며 힐끗힐끗 보다가 경악을 했다고 합니다. 그 아주머니가 정수기를 자주 왔다 갔다 한 이유는 바로. 물!
그 가방 안에는 250미리 생수 페트병이 가득 들어있었고, 김밥하나 묵고 페트병을 하나 들고 가서 물을 떴던 겁니다. 김밥 한 줄 먹는데 거의 열 번을 왔다 갔다 하며 생수병에 물을 담았다는 그분.
친구는 계산하고 나가시는 그 아주머니께 나긋하게 말했답니다.
"아주머니, 웬만하면 물은 그냥 사 드세요."라고.
본인도 창피했는지 얼굴이 붉어지며 그 물 좀 뜬 거 가지고 유세 떠냐. 저거 얼마나 한다고 그러냐. 이런 고성을 지르며 김밥가격 2,500원을 카드로 계산하고 가셨다고 하네요.
3) 피자집
작게 피자집을 하는 지인입니다. 저가 위주로 피자를 판매하고 있어요. 제일 저렴한 피자가 9,900원. 아무래도 제일 저렴하다 보니 토핑등이 조금 덜 들어가는 경향이 있을 거 같습니다.
어느 날 들어온 젊은 커플. 9,900원짜리 피자를 사가더랍니다. 몇 시간 후 걸려온 전화. 피자 두 쪽에 일부 토핑이 양이 많이 적다며, 새로 해주시거나 환불을 해 달랍니다. 새로 해서 드릴 테니 와서 가져가시라 했답니다. 저 같으면 못 갈 거 같은데 친히 가지러 왔다고 하네요. 여자분이.
하하하하하하. 거짓말 같은 사연들. 이제 저도 아내가 개인사업을 하다 보니 거짓 같지 않습니다. 아내의 이야기는 여기에 쓸 수는 없지만, 말도 안 되는 분들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야.
저도 저랬으니까요. 지불한 비용대비해서 더 뽑아내면 뿌듯해지는 그런 느낌도 들었고. 나 참 알뜰하다는 착각 속에서 살았던 시간이 있습니다.
직접 겪어본 바로는 저분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건 분명합니다. 분명 주변환경의 영향을 받았을 겁니다. 남을 배려할 수 없는 팍팍한 삶. 그러다 보니 방어기제가 강해집니다. 실제 손해 보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이 들면 발작버튼이 눌립니다. 제가 그래봐서 압니다.
주변인들이 하는 말의 공통점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울수록 그 사람 자체에서 여유가 느껴진다고. 흔히 말하는 '진상'이라는 행동들은 모두 마음의 팍팍함에서 비롯되는 거 같습니다.
내 돈, 내 시간, 내 것들 모두. 너무나 소중하죠. 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내 것이 소중한 것처럼 남의 것도 소중하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과거의 저처럼 마음이 닫힌 사람들은 모든 것이 나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오로지 내 것만이 중요하다는 틀에 갇혀 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무의식 속 나의 행동은 저 틀 안에 갇히게 되는 것이죠.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마음이 팍팍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마음을 좀 더 여유 있게 가지려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고집스럽고, 아집만이 가득 한 그런 삶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내 인생이 풀리기 시작하는 거 같습니다.
물론, 손해 보는 삶을 살면 안 됩니다. 하지만, 내가 지불한 인풋보다 훨씬 더 큰 아웃풋을 바란다면,
"그 인생만큼 불행한 삶도 없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들인 비용 대비 훨씬 더 큰 결과값을 언제나 가질 수는 없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면 매사가 불만스럽고, 짜증스러운 삶을 살게 됩니다.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