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성장의 원동력?
아.. 결핍으로 인해 내 소중했던 생애 처음을 잃었다.
결핍은 그저 결핍일 뿐입니다. 결핍은 모든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굳게 믿고 살아왔습니다. 많은 전문가들도 그렇다고들 합니다. 큰 결핍을 겪었던 사람으로서 조금만 시선을 틀어보자면.
결핍으로 인한 부분 중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약 20%. 결핍으로 인해 잃게 되는 기회들이 80% 정도라고 봅니다. 결핍으로 인한 경험의 부재라고 보는것이 맞을 거 같네요.
개인차가 있습니다. 큰 결핍을 겪었더라도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저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40년을 훌쩍 넘게 살아오며 보아온 저와 비슷한 결핍을 겪은 친구들은 대부분 저와 같더군요.
감정적인 호소를 하자는 게 아닙니다. 현실을 보자는 겁니다. 저에겐 결핍과 올바르지 못했던 부모가 양존했었습니다. 대부분(다는 아닙니다.)의 결핍이 있는 가정은 가난합니다. 그러다 보면 세상사와 돌아가는 실정에 점점 무뎌집니다. 그야말로 하루벌어 하루먹고살기 바쁘니까요.
자식은 부모의 거울입니다.
그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 대부분은 부모를 따라갑니다. 마음속으로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무의식 속 행동은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저도 20대 중반까지는 그랬으니까요. 부모처럼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 행동은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각설하고, 결핍이 저에게 준 가장 큰 흔적. 바로 내 첫 경험. 나의 생애 처음이라는 좋은 기회를 결핍으로 인한 경험의 부재로 인해 날려버린 안타까운 기억. 그 영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 글을 보신 분들이 라면 아시겠지만 전 30대 중반에 작은 오피스텔에 신혼집을 마련하였습니다.
면전에서 무시받았던 처가댁에서의 첫인사가 끝나고 신혼집을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궁금하시면 제 글 중 '돈 없는 거지랑 결혼하려고 그러냐' 편 한번 읽어봐 주세요.)
결혼식까지 불과 두 달 남짓이기도 했고, 당시 저의 승진을 걸고 진행하던 프로젝트로 인해 집을 보러 다닐 시간조차 턱없이 부족했었죠.
(궁금하시면 제 글 중 '친한동생이자 맞후임의 승진을 시기, 질투했던 그 사람' 편을 봐주세요.)
의식주 중에 '주'에 대한 집착이 있었습니다. 집이 없던 적이 있었으니까요. 명의로 된 집이 아닌, 실제 물리적인 집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이 친구, 저 친구 집에 얹혀살며 눈치하나는 기가막혀지긴 했습니다만.
주택청약. 일반분양. 공공분양. 생애최초. 신혼부부특공. 등등등.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습니다. 애초에 아파트라는 형태의 집은 내가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믿었으니까요.
그렇게 30대 중반에 부모님과 함께 집을 보고 작은 오피스텔을 매매하였습니다. 대출은 무려 80%.
하하하하. 돈이 없는 걸 어찌합니까.
매매하고 몇 년이 지나 알게 된 사실. 저 때, 바로 30대 중반 바로 저 때. 바로 재 생애최초대출을 써버렸습니다. 7천만 원을 대출했습니다. 이게 집값의 80%입니다. 얼마나 싼 집인지 감이 오시죠. 이곳에다가 무려 생애최초 대출을 써버린 겁니다. 그저 대출을 받으면 열심히 갚으면 된다! 라는 마인드였죠.
청약이나 신혼부부특공은 당연히 알리가 만무했고. 저와는 달리 온실 속 화초처럼 아내는 애초에 금융이나 경제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제 인생의 하나의 이벤트를 예를 들었습니다만, 현실은 이러합니다. 비단 저것뿐만이 아닙니다.
물론, 제 잘못도 있습니다. 몸에 채득 된 무의식을 깨버리고 시선을 넓혔어야 했지만, 그게 잘 안됩니다. 생각의 흐름이 그쪽으로 흐르질 않게 됩니다.
어릴 적부터 이런저런 분야에 관심을 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확실히 빠릅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큰 결핍없이 없는 가정입니다.(외식을 조금 조절하고, 옷 살거좀 덜 사고 이런 환경을 말하는게 아닌 거 아시죠?)
전 40살이 넘어서 이제야 관심을 갖는 것들이 다른 이들에겐 20대 때부터 삶의 화두인 것도 있습니다. 결핍이 있으면 좋죠. 제가 그러했듯, 다른 모든 것에 귀를 닫고 오로지 하나에만(저의 경우, 회사) 올인하며 사는 삶도 틀리진 않습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어디 그러합니까.
앞만 보며 달리다가는 그 앞이 가로막힐 때가 되면 주저앉게 되는 겁니다.
요리조리 눈치껏 샛길들도 열심히 봐놓아야 하는 것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