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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Jan 17. 2024

솔직히 부모보다 아내가 먼저 아니냐?

반박 시 당신 말이 맞음.

유명한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이런 말을 합니다.

엄마와 배우자가 물에 빠지면 배우자를 구하는 게 정신과적으로 정답이다.

라고 말이죠.


뒷받침하는 논리도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선택과 책임'에 있더라고요.


부모는 내가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날 선택했습니다. 그러기에 최소한 성인이 될 때까지는 '부양의 책임'이 있는 것이죠. 저에겐 선택권이 없는 관계입니다.


배우자는 내가 선택하였습니다. 어른이라면 선택에 따른 책임은 기본입니다. 그러기에 배우자는 내 선택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인 것이고요.


이러한 이유로 동시에 물에 빠진다면 어른으로서 책임을 다 하는 선택은 바로 배우자를 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 질문은 마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같은 유치하고 구태연한 질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머니와 밥을 먹는 도중 저 얘기가 TV에서 흘러나옵니다. 순간 흠칫하는 나. 아.. 이거 분명히 물어올 텐데 어쩌지라는 생각이 퍼뜩 듭니다. 왜 하얀 거짓말을 할 생각을 못 했을까라는 후회도 지금은 됩니다.


넌 나랑 니 마누라랑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할래?

음, 글쎄?(쩝쩝, 밥을 먹으며)

그냥 물어보는 거야.


그냥 물어보는 게 아니라는 건 당연히 압니다. 어떤 대답을 하는지에 따라 어머니의 기분의 좌지우지될 그 순간에 있어 아주 중요한 질문이었죠. 내 대답을 기다리는듯한 눈빛. 식사를 하던 숟가락까지 멈추고 내 대답을 듣고자 쳐다보던 어머니.


아니, 무슨 이런 걸 물어봐. 그냥 밥이나 먹어. 저런 상황이 올리도 없잖아.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왜 이런 것에 집착을 하는 걸까. 대답하지 않아도 될만한 쓰잘데기 없는 대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시절이 생각나며 순간 욱했습니다.(사연이 깁니다. 나중에 풀어볼게요.)


난 XX(아내)를 구할 거 같아.

라고 말하며, 서두에 써놓은 정신의학과 전문의의 말을 빌립니다. 애매한 썩소를 지으시며 넌 그럴 줄 알았다며 물어본 본인이 잘못이랍니다. 내가 뭐 하러 이런 걸 물어보냐고 말했잖아 그래서!

차갑게 식어버린 식사공기. 말을 안 하시네요. 어쩔 수 있나요. 커피 한잔 후다닥 마시고 집으로 출발했습니다.


오는 차 안.

나 진심을 말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의 부모님을 보면 맞는 거 같습니다. 철천지 원수가 되어 이혼할 때는 언제고, 내 결혼을 핑계 삼아 아직도 서로욕을 하며 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저에게 자주 전화해서 상대방을 욕합니다. 아.. 듣기 싫을 때가 많습니다.

마치 나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사용하는 거 같아서 기분이 매우 별로입니다.


예전 저의 친할머니와 대립각을 세우던 어머니. 할머니를 그렇게 대하던 어머니를 무척이나 싫어했던 아버지.

그러나 서로 나이를 먹고, 욕을 하건 어쩌건 결국 옆에 있어주는 사람은 서로의 어머니(저에겐 할머니)도 아니고 저도 아닌, 바로 죽일 듯이 싸우고 이혼했던 그들이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던 저는 다시금 생각을 굳힙니다. 가는 길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합니다.

아부지.

응, 왜?

엄마한테 잘 대해주세요.

뭐야 인마 갑자기.

결국 아부지 나이 먹고 옆에 있는 사람은 엄마잖아요. 저도 결혼해서 따로 살고 있고. 잘해드려요 좀.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끊어 인마.

뚝.


하하하하. 난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 쭉 영원히 아내에게 잘해줄 겁니다. 결국 내 옆에 있을 사람은 내 아내뿐이라는 걸 알거든요.


물론, 일정기간 백수를 허락해 줘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닙니다. 암요.

그저 내 선택에 책임을 다 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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