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너빈 Jan 27. 2024

돈 도 써본 놈이 쓰더라.

에휴, 이놈에 인생.

퇴사한 후, 찌질하게 살지 말자며 첫 플렉스를 위해 와이프와 김현아(김포현대아울렛)를 갔습니다.

도착해서 사진도 찍고, 커피도 사 먹고. 간만에 바깥바람 쐬러 나와서 둘 다 신났습니다.


오늘은 12개월 할부로 지를 거야!

를 외치던 우리.


1층부터 천천히 둘러봅니다. 각종 명품매장들이 즐비하더군요. 어차피 못 삽니다. 하하. 그저 눈호강만 하러 들어가 보고 살 것처럼 눈빛을 빛내며 물건들을 훔쳐 봅니다.


카드지갑이 필요했습니다. 지금 쓰는 카드지갑이 너무 오래된 것이라 하나 사려고 했거든요. 근데요.

왜 가격표를 안 붙여 놨을까요. 하나하나 가격을 일일이 물어보기에도 뭐시기 하고.


결국, 하나보고 인터넷으로 가격검색해 보고를 반복하던 도중. 인터넷쇼핑에 3만 5천 원짜리 괜찮은 게 눈에 들어옵니다. 그 길로 카드지갑을 사려는 마음은 사그라들었어요.


2층으로 올라갑니다. 골프웨어, 스포츠웨어 등등이 보이네요.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저라 관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무진장 비싸네요. 마음에 드는 게 있는데, 너무 비쌉니다. 괜한 트집을 잡습니다. 이건 이래서 별로고, 저건 저래서 별로고. 그냥 인터넷으로 사는 게 더 싸겠는데?라고 말하며 애써 자리를 뜹니다.


저도, 아내도 12개월 할부로 뭐 하나씩 지르자고 약속하고 갔습니다. 아내는 저와는 다르게 물건을 보자마자 가격표부터 봅니다. 없으면 물어보더군요. 이월상품으로 10만 원짜리 숏패딩이 맘에 드는 게 있었는데 차마 사지를 못하더군요.


그렇게 1층과 2층을 방황하던 우리. 눈에 확 들어오는 안내판.

70% 할인!


우리 둘은 마치 뭐에 홀린 듯 그쪽으로 걸어갑니다. 가판대처럼 옷들을 주욱 늘어놓고, 거기서 옷들을 헤쳐가며 사는 곳이더군요. 흡사 동네 시장에서 파는 광경처럼 보이기도 한 그곳.


신났습니다. 저와 아내는 옷들을 들쳐보며,


이거 어때? 가격도 싸!

와, 이거 2개에 4만 5천 원이야? 우와.


둘이서 장장 1시간을 옷을 들추며 가판대 쇼핑을 합니다. 하하. 김포현대아울렛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시장판 같았던 그곳. 1시간이 지난 줄도 모르고 열심히 고르고 골라 옷을 2개 집어 들었습니다.

2개 4만 5천 원이면 정말 싸죠!


그래도 나름 커플티라며 좋아하던 우리. 출발할 때는,


12개월 할부로 지를 거야!

명품카드지갑 하나 살 거야!

하던 우리.


결국, 손에 들고 온 건 4만 5천 원짜리 상의 2장.

그래도 좋습니다. 그래도 기분 좋습니다.


둘이 함께 커플이라는 티를 내며 입을 수 있는 옷과, 추억이 될 사진이 남았잖아요.(잠시..눈물 좀 닦고요..)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돈도 써본 놈이 쓰는 거 같네요.


써본 놈이 되고 싶어요. 진심으로.(ㅋ)

이전 13화 '진상'은 가진돈에서 비롯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