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메간 Nov 10. 2022

퇴근길에 도자기 입문하기

도자기 공방에 등록했습니다

 나는 지금 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로서 느끼는 장점은 동네를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점심 먹고 날씨 좋은 때를 틈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임대 놓을 상가가 있나, 세 놓을 만한 원룸 건물은 있나, 우리 사무실에서 상가 계약하셨던 분들은 장사가 잘 되시나 인사도 한다. 컨디션이 좋고 한가한 날은 1시간 정도 산책을 한다.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샌가부터 공방이 참 많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크라메 공방, 도자기공방, 제과 공방, 화과자 공방 등등 조그만 원룸촌 주택가 동네에 다양한 공방이 생겨났다. 길을 걷다 쇼윈도에 전시해 놓은 여러 가지 작품들을 보면 언젠간 이곳들 중에 한 곳에 가서 수업을 들어보고 싶어 진다. 


우리 동네의 도자기 공방은 차가 서로 비껴갈 수 없는 좁은 골목에 초입에 있다. 큰길에서는 작품 쇼윈도만 보여서 공방 문은 항상 문이 닫혀있는 것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그 골목을 지날 때면 통유리 창문에 보이는 도자기가 예뻐서 '나도 저런 걸 만들어 보고 싶네.' 하며 언젠가 배워보리라 생각하곤 했다. 원래도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조각하는 걸 좋아해서 흙을 빚고 내 생각대로 조각도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위기를 기회로-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올해 부동산이 침체기에 들어가면서 6월부터는 시간이 많아졌다. 서울의 부동산이 얼어붙기 시작하니 지방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원룸촌에 있는 부동산이라 하루에 원˙투룸 월세 계약을 6개씩 쓰기도 했고 아파트 거래는 못해도 한 달에 3~5개는 했는데 6월이 되니까 갑자기 손님이 뚝 끊겨버렸다. 


 그렇다고 안 되는 가게 붙잡고 스트레스받아가며 손님만 기다리는 건 내 성격에 안 맞았다.  어차피 요즘 부동산에 월세 구하는 손님은 직방과 다방으로 먼저 문의하고, 아파트나 주택은 인터넷으로 다 찾아보고 예약을 잡고 온다. 옛날처럼 9시부터 6시까지 사무실에 붙어있을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 우리 지역은 불황기가 오자 이때다 싶게 문을 닫고 여행을 가거나 휴식기에 들어간 중개사들이 많았다.)




 퇴근하고 집에 가기 전에 눈여겨봤던 눈여겨봤던 도자기 공방을 찾았다. 옆동네나 시내에 가면 요즘 감성의 간단히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도자공방도 많았지만 난 좀 더 전통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낡은 골목의 오래된 공방을 찾은 것이다. 연식이 꽤 있는 건물 1층에 있는 공방이라 내 상상 속 도자기 공방 선생님은 교과서에 나오는 명장처럼 개량한복을 즐겨 입는 새치 희끗한 아저씨였는데, 실제로 마주한 공방 선생님은 우아한 분위기에 가녀린 중년 여성 선생님이셨다.(실제로 여주에서 도자기 공장을 하시는 지인은 전자의 이미지하고 있다.) 공방 선생님은 낯선 곳에 들어와서 도자기 클래스 등록하고 싶다며 쭈뼜거리는 나에게 친절히 안내를 해주셨다. 다행히 직장인 반을 운영하고 있는 공방이었다.



 "핸드 빌딩 과정하고 물레 과정이 있는 데 어떤 걸 하고 싶어요?" 


 "오래 하고 싶은 데 둘 중에 뭐부터 하는 게 좋을까요?"


 "기초부터 탄탄하게 할 거면 핸드 빌딩으로 도자기 원리부터 익혀요. 그게 좋아."



 

  (선생님이 대학원을 다니시느라 바쁘셔서 수강생을 많이 받지 않으셨다. 수강생은 나포함 셋이었다.) 첫날은 선생님이  작품을 보여주시면서 앞으로의 수업 과정을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쓸 앞치마와 흙과 물에 의해 손이 거칠어지는 걸 막기 위해 니트릴 장갑을 준비해 오라고 말씀하셨다. 


 "핸드 빌딩 과정은 도자기 기본 스킬을 배우는 과정 위주예요. 원형 접시, 사각 접시, 그다음은 주전자와 찻잔 순서로 만들어 보고 그 후로는 만들고 싶은 거 만들어 볼 수 있어요." 


 수업은 월, 화 6시부터 8시까지, 그렇지만 일찍 올 수 있으면 일찍 와서 오랫동안 하고 가도 좋다고 하셨다. 당장 내일부터 수업 시작이었다. 앞치마는 공방에 있는 여분 앞치마를 빌리기로 하고 공방에서 나왔다. 책상 뒤편으로 쌓여 있는 도자기들을 둘러보고 나오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런 멋진 작품을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다니! 빨리 수업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2022년 6월 20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