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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메간 Nov 14. 2022

도자기는 인내가 제일 큰 덕목

빚기만 하면 끝인 줄 알았지?

 학창 시절 미술시간 준비물로 찰흙이나 지점토를 사서 뭔가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가?


있다면 컵이나 접시, 연필꽂이를 만들어 본 경험?


문방구에서 파는 원색의 플라스틱 판과 용도 모플라스틱 도구들을 기억하는가?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싸구려 연두색의 플라스틱 판과 도구를 2년 넘게 썼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 찰흙으로 놀이처럼 했던 도예수업을 떠올려보면 흙을 동글동글 구슬처럼 빚어서 붙이거나 국수처럼 길게 밀어서 층층이 쌓아 올려서 작품을 만들어 봤을 것이다. 그 상태로도 훌륭한 작품이다. 하지만 미술시간의 찰흙 공예를 뛰어넘어 생활 자기를 만들기 시작하면 한 가지 과정이 더 추가된다.


바로 성형과정이다.


 판밀기를 하고 그 위에 코일링 기법으로 벽을 쌓아 올렸든, 판을 잘라 붙였든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것은 물레보다 두껍고 울퉁불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러 가지 도구를 가지고 더 매끄럽고 그릇답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 과정이 바로 성형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그릇의 굴곡을 더하거나 모서리의 각을 쳐내게 된다.



도예 기본 도구들. 흙자르기부터 성형, 굽내는 과정까지 도구를 이용한다.


 이 과정도 결코 쉽지는 않다. 무선 모양을 잡은 흙을 어느 정도 건조해 깎아내기 좋은 상태로 만든 다음 굽 칼이나 속파기 도구로 그릇의 안쪽과 표면을 깎아야 한다.


 쪼잔한 손길로 살짝살짝 표면을 다듬으면 시작점마다 칼자국이 남아서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고, 섣부르게 팍팍 긁어내다가는 두께가 서로 달라 굽는 과정에서 뒤틀릴 수도 있다. 또 집중해서 깎아내다 한 번 방심해버리면 손이 삐끗 나가 아예 도자기 살점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


 제일 마지막 실수가 내가 제일 많이 하던 실수인데 현실에서 비명이 나온다. 팍 떨어져 나간 흙덩이를 바라볼 때의 그 상실감이란...


 그렇게 둥근 접시 5개를 다듬고 굽칼로 바닥에 굽을 파내는 것까지 해서 2시간이 넘게 걸린 것 같다. 사무실에 손님이 없어서 4시에 공방에 가서 거의 8시까지 있었으니 아마 그 정도 한 것 같다.


수동 물레도 처음 돌려봤다. 흙에 연필로 스케치한 것은 나중에 나 날아가 없어지기 때문에 선을 그릴 때 물레에 그릇을 놓고 연필로 선을 치는 데 처음 해보는 거라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지진도 안 났는 데 내 손은 강도 7.0의 지진을 기록하는 지진계처럼 마구 떨렸다. 결국 선생님이 새 손을 꼭 붙잡은 채로 선을 새로 따주셨다. 4개월이 지난 지금은 혼자서도 선은 능숙하게 그리고, 수동 물레도 자연스럽게 잘 쓴다.



 공방에서 원데이 클래스로 뭔가를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핸드 빌딩으로 만드는 작품은 아무리 세심하게 다듬는다 해도 도구로는 매끄러움 표면을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다음 과정 또한 간단하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다. 물 닦기라고 부르는 과정인데 잘 다듬은 접시를 물을 묻힌 스펀지로 매끄럽게 닦아주며 다듬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물레만큼은 아니어도 매끈한 도자기를 만날 수 있다.


(왼쪽) 성형과정 중에 찍은 그릇들, (오른쪽) 물닦기를 끝낸 그릇들


이렇게만 해도 초벌하고 유약을 발라 구우면 바로 그릇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기초과정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조각을 빼먹고 끝낼 수는 없었다.


다음 주 예쁘게 새겨질 무늬를 생각하며 매끄러워진 나의 그릇들을 선반 위에 조심스레 올려두었다. 시간은 4시간이나 지나며 몸은 지쳤지만 공방을 나서는 마음만큼은 뿌듯함과 다음 시간에 배울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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